“한파보다 비정규직 설움 더 춥죠”

2010.12.15 21:18

강추위 속 15일째 고공농성…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 이준남·황호인씨

“GM 정규직 직원들 마음도 호의적으로 바뀌고 지원도 해줘 이 정도 추위쯤은 견딜 만합니다.”(이준남씨)

“이번 농성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절대 내려오지 않을 생각입니다.”(황호인씨)

GM대우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인천 부평구 청천동 GM대우 정문에서 풍찬노숙하며 천막농성을 벌인 지 1143일째를 맞았다. 지난 1일부터는 이씨(32)와 황씨(40)가 GM대우 정문 광고판에 올라가 15일째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15일 인천 GM대우 정문 광고판 위에서 이 회사 비정규직 노조원 2명이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준철 기자

15일 인천 GM대우 정문 광고판 위에서 이 회사 비정규직 노조원 2명이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준철 기자

영하 10도가 넘는 살을 에는 듯한 한파가 몰아닥친 15일 아침 출근길. 황씨 등은 귀가 떨어질 듯한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GM대우는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를 복직시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올라가 있는 GM대우 광고판은 높이 8m에 폭이 1m 정도밖에 안돼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하다. 공중에 있어 체감온도는 20도가 훨씬 넘는다. 광고판은 철골들로 연결돼 자칫 잘못하면 추락 위험까지 안고 있다.

황씨 등은 이곳에 합판을 깔고 새우잠을 자고 있다. 감기 몸살에 기관지염까지 앓고 있는 황씨는 “밤마다 강풍과 추위와 싸우고 있지만 뜻을 함께 해 주는 동료들이 있어 견딜 만하다”고 휴대전화로 건강함을 알렸다. 하지만 이씨는 발에 동상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말 GM대우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하면서 40여명이 해고됐다. 황씨는 “3년 넘게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면서 그동안 부은 보험과 적금은 거덜나고 마이너스통장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며 “복직이 안된다면 내년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7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노동자들이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GM대우는 아직까지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급받고 있는 것은 물과 식사뿐이다. 경찰이 이외의 것들은 모두 통제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동료들이 보급품을 올려주려다 용역직원들이 낫으로 줄을 끊으려고 해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GM대우 비정규직노조 박현상 실장(36)은 “GM대우에는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으며 이들은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임금과 노동조건은 하늘과 땅 차이의 대접을 받으며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GM대우 비정규직회의 고공농성이 시작되자 인천지역 진보정당 등 50개 단체로 구성된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인천지역 대책위원회’는 해고자 전원 복직 등을 촉구하며 릴레이 단식을 하고, 16일부터 부평역 소방서에서 GM대우 정문까지 3보1배 행진을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GM대우 측은 점거농성은 불법행위라며 복직은 불가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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