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공농성 노동자들 ‘살 에는 투쟁’

2010.12.31 18:08 입력 2010.12.31 21:08 수정
박래군 |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아침 문 밖을 보니 강추위에 흰 눈이 신발이 묻히도록 쌓였다. 걱정이 앞선다. 지금도 고공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 폭설이 반가울 리 없다. 아마도 오늘 아침 그들이 덮고 잠을 잔 침낭 위 비닐 위에도 눈이 수북이 쌓였을 것이다. 그들은 눈을 털어내고, 얼어붙은 비닐과 침낭을 분리하면서 언 손과 발을 비벼대면서 하늘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기고]고공농성 노동자들 ‘살 에는 투쟁’

벌써 30일째, 부평의 GM대우자동차 공장 정문 10m 높이의 아치 철골 구조물 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중이다. 성탄 한파 속에도 그들은 그곳을 지켰다. 아니 내려올 수 없었다. 의료진들이 진단했던 것처럼 그들은 심각한 동상에 걸렸고, 폐렴 증세도 있지만 그들은 이 한파 속에서 그곳을 지키고 있다. 그 철조 구조물 위, 겨울바람 피할 곳도 없는 곳에서 밑에서 올려주는 밥을 먹고, 변을 봐서는 내려 보내기를 한 달 가까이 하고 있다. 이 추운 겨울에 경찰이 막아서 방한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불기 없는 침낭과 비닐에 의지해서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곳에 있다. 연대농성을 하는 동지들이 피워놓은 화톳불이 얼마나 그리울까, 얼마나 따스한 방구들에 언 몸을 녹이고 싶을까?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이게 인간인가? 한 달 가까운 고공농성, 창원지법에서 GM대우자동차 회사의 불법파견 노동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있었음에도 회사는 끄떡없다. 외국인 사장님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셨고, GM 본사에서는 오히려 중재에 나선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냈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 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GM대우의 세라티가 꼽혔고, 회사는 순이익을 보았다는데도, 이 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선별 복직은 고려할 수 있다는 정도의 반응만 보인 채 굶어죽든, 얼어죽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비정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 2007년 10월30일부터 회사 앞에 천막을 쳤다. 천막농성만도 지난 7월25일로 1000일을 넘겼다. 2007년 12월말에서 다음해 5월까지 이들은 120일 동안 부평구청 사거리 CCTV 관제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한 적도 있다. 이 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도 높은 장기농성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올 하반기에 기륭과 동희오토 비정규직 투쟁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1000일 넘는 천막농성과 길거리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회사가 그 얄팍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급봉투마저 가압류하는 치사한 짓을 하고 있다. 법원에서 아무리 불법파견이라고 판결을 내려도 법 위에 군림하는 거대재벌의 회사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어쩔 것인가? 1980년대 대우자동차 파업투쟁의 주역이었던 사람이 지역구 의원이지만 그는 애써 외면하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외면하고, 서울에서 조금 떨어졌다고 언론도 외면하고 있는데, 지쳐서 내려오는 날만 기다리는 회사와 경찰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몸은 더욱 얼어만 가는데, 이제 어쩔 것인가? 다시 그들의 이 투쟁을 외롭게 두어야만 하는가? 제발 그들이 걸어서 내려올 수 있게 하자. 그들이 살아서 내려올 수 있게 하자. 그들이 요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우리도 염원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부평의 GM대우로 달려가 연대의 손을 내밀어보자. 이제 그들만의 투쟁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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