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빈 의자''에 노벨평화상 증서 수여

수상자 본인이나 가족 불참 역대 두 번째...노벨委, 류샤오보 석방 거듭 촉구

결국 류샤오보(劉曉波.54)나 그의 가족은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시상식을 거행했다.


중국 당국이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류샤오보와 그의 부인, 가족들까지도 출국을 금지한 관계로 노벨위원회는 이날 시상식장에 상징적으로 류샤오보의 빈 의자를 배치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수상자 본인이나 가족, 지인이 참석하지 못한 것은 1935년 나치 독일이 카를 폰 오시츠키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막은 이래 역대 두 번째다.

1991년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의 경우는 미얀마 군정이 수상식 참석을 막았지만 수치 여사의 남편이 대신 평화상을 수상했었다.

노벨위원회의 토르뵤른 야글란 위원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류샤오보의 빈 의자에 노벨평화상 증서와 메달을 올려 놓은 뒤 중국을 비난하는 연설을 이어갔다.

야글란 위원장은 "중국이 가난을 벗어난 경제적 신장을 이뤘지만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는 그들의 경제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류샤오보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만큼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중국이 자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한다면 중국은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며, 류샤오보는 중국 인권투쟁의 상징으로서 그의 견해는 장기적으로 중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글란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결정은 중국의 경제적 발전이 정치적 개혁과 함께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자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언급했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노르웨이 왕족과 낸시 펠로시 美하원의장을 비롯한 각계 저명인사, 이병현 駐노르웨이 한국대사 등 1천여명이 참석했고, 노르웨이 주재 65개국 대사 가운데는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등 최소 19개국 대사가 불참했다.

한편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 부부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데 유감을 표시하면서 중국은 민주주의 진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류샤오보는 (지난해 수상자인) 나보다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을 더 갖춘 인물"이라면서 "우리는 인간 존엄과 내재적 권리를 인정하는 평화를 조성해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류샤오보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노벨평화상 시상식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것은 냉전시대 사고의 산물이며, 노벨위원회가 정치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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