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결산⑥] 무관심 설움 딛고…비인기 종목에서 맺은 값진 '결실'

금메달을 차지한 러닝타깃 대표팀 곽용빈, 정유진, 하광철(왼쪽부터)이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흘린 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종목을 향한 자부심을 가지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흘린 땀은 값진 결과로 이어졌다.

 

 전체 선수가 총 8명(정식 실업 선수 4명·대학 선수 2명·은퇴 선수 2명)이었던 남자 러닝타깃 대표팀은 정상과 혼합 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순간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금메달리스트였던 정유진도 전국체전 정식 종목에서 러닝타깃이 빠지면서 생업을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러닝타깃에 대한 자부심,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광철, 곽용빈과 똘똘 뭉쳐 2관왕을 이뤘다. 러닝타깃 대표팀이 이뤄낸 금메달은 이번 대회 한국 사격에서 나온 유일한 금메달이었다.

 

 한때 메달밭이었던 격투 종목은 고전했다. 태권도는 5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레슬링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에 ‘노골드’에 그쳤다. 유도에서는 김하윤이 유일하게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 가운데 주짓수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을 수확했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는데 빠르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금메달을 목에 건 구본철은 만 20세 때 취미 삼아 종합격투기(MMA)를 배우려고 동네 도장을 등록했는데 알고 보니 주짓수 전문 도장이었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으나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린 노력을 인정받았다. 성기라, 김희승도 각각 은메달을 수확한 주짓수는 한국 격투 종목의 기대주로 새롭게 떠올랐다.

요트 국가대표 조원우가 경기를 마치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요트협회 제공

 요트 조원우는 남자 윈드서핑 RS:X급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금빛 소식을 전했다. 이 종목은 도쿄 올림픽 이후 올림픽 종목에서 사라졌다. 아시안게임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없애기로 했다. 조원우는 아시안게임 RS:X급의 마지막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롤러스케이트에서도 ‘금빛 질주’가 이어졌다. 최광호는 롤러스케이트 남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고 정병희는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부문 제외+포인트(EP) 10000m에서 정상에 올랐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지원이다. 최윤 선수단장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가 흘린 땀과 노력을 인기와 비인지, 메달 색으로 구분하지 않고 후회 없이 스포츠를 펼친 것 자체로 행복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지원을 아낌없이 하려고 생각 중이다”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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