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류샤오보 시신 화장 요구…유가족 거부

지난 13일 말기 간암으로 숨진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를 애도하는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15일 장례 문제를 놓고 유족과 당국 간 갈등이 빚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말기 간암으로 숨진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를 애도하는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장례 문제를 놓고, 유족과 당국 간 갈등이 빚고 있다.

15일 미국 <CNN> 등 외신들은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시신을 조속하게 화장한 후 바다에 유골을 뿌릴 것을 유가족에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이 이 같은 요청을 한 이유는 류샤오보의 시신이나 유골을 매장할 경우 그의 묘가 중국 내 반체제 세력을 결집하는 장소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CNN>의 분석이다. 현재 가족들은 당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실제 홍콩에 본부를 둔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14일 성명에서 "유족들은 시신의 냉동 보존을 희망했으나 당국은 이른 시일 내 화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 유가족에 시신 화장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ABC 홈페이지 갈무리

같은 날 중국당국은 류샤오보의 흔적을 철저히 지우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중국 외교부는 류샤오보가 사망한 뒤 처음으로 열린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 기록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류샤오보와 관련한 질문들은 모두 제외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나온 30개 가까운 질문 중 류샤오보와 관련된 질문은 3분의 2에 달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류샤오보와 관련한 질의응답 기록을 왜 게시하지 않느냐는 외신 기자들의 지적에 "각 언론사가 보도할 이슈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선택권이 있다"면서 "모든 질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SNS나 모바일 메신저 등 사적인 영역에 대한 통제도 한층 강화됐다. 이용자 수가 10억 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서는 '류샤오보'와 그의 부인 '류샤'(劉霞)의 이름이 포함된 문장은 전송이 금지됐다.

지난 13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는 노동교화소에 갇혀 있던 1996년 시인이자 화가,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류샤와 옥중 결혼했다. /서울신문 제공

중국 당국이 이같이 강력한 조처를 하는 이유는 류샤오보의 죽음이 중국 내 인권 신장과 민주화 요구를 촉발해 올해 가을 열릴 예정인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방지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편 13일 투병 중이던 중국 선양의 병원에서 류샤오보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세계 주요 국가들의 지도자와 국제기구 대표들이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인 류샤와 유족, 친구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했다"고 밝혔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시민의 권리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투사 류샤오보를 추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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