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자연과학] 없어서 못 먹는 민물 김 이야기

과학 / 권춘봉 이학박사 / 2023-10-20 08:00:40

“영구 없다. 띠리리 띠리리.”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검은 김을 이에 붙이거나 눈썹에 붙이면 웃기기 위한 분장이 되었다. 김은 당연히 검은 줄로만 알지만, 만약, 녹색 김이라면 영구 없다의 맛이 날까? 녹색 김, 삼척 근덕면 소한천 지역에는 예로부터 녹색 김이 존재했다.

민물 김의 국내 연구사

당연히 지역주민들은 2012년 10월 5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예로부터 이곳 계곡에서 돌 위에 붙어 자라는 녹조류를 추운 계절에 채취하여 김과 같이 말려 먹어왔다. 색은 녹색, 부르기는 물김, 민물 김이라고 하였다. 1.5m/s 이상 물살이 세며, 수온이 13℃ 이내로 유지되면서 석회 성분이 풍부한 소한천 일대에서 자생한다(사진 1).

 

▲ 사진1: 바위에 붙어 자라는 민물 김. 사진 제공=김동삼.

 

1967년에 강원특별자치도 삼척군 초등교육회가 ‘초당동굴조사’를 하면서 이 물김을 언급한 바 있다. 1993년에는 원색한국담수조류 도감에 이 종이 기록되었다. 1970년 박 외 3인이 이 초당골에서 나는 녹조류의 생태와 형태적인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 녹조류의 정확한 학명은 동정하지 못하고, 프라시올라 속의 한 종(Prasiola sp.)으로만 보고되었다가, 2015년에 김 외 5인이 프라시올라 자포니카(Prasiola japonica)로 동정하여 형태와 염기서열을 밝히는 분자적인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전까지 물김은 일본에서 자생하는 것과 한국에서 자생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 연구로 일본과 한국의 물김이 모두 같은 종이라고 밝혀졌다. 이후 2018년부터 지금까지 롤리올라이드, 알베린과 같은 각종 항산화 물질들을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더욱이 현재 삼척 민물김연구센터를 설립하여, 민물 김의 양식 기술 개발과 효능연구, 계곡의 생태 보존 등에 관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프라시올라 속(Genus Prasiola) 이야기

녹조류 프라시올라 속에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6종이 보고되었으며 해양, 담수에서 서식한다. 이 중 14종이 담수종이다. 동아시아에서는 프라시올라 11종과 Prasiola formosana의 변종(variety) 한 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Prasiola japonica 한 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대만)에서 보고되었다. 일본학자 Okada가 1938년 9월 13일에 함경남도 문천군 지선리에서 물김 표본을 채취하였다. Okada는 이것이 1936년에 자신이 신종으로 보고한 Prasiola formosana과 다르다고 판단하여, 1939년 Prasiola formosana의 한국 변종이란 뜻으로 Prasiola formosana var. coreana Okada로 발표하였고 이것이 한국 최초 보고이다(사진 2). 2015년 김 외 5인에 의해서, 삼척 초당에서 발견되는 민물 김과 북한 문천에서 보고된 민물 김, 일본의 규수와 시즈오카에서 자생하는 민물 김이 모두 Prasiola japonica로 같은 종이라고 밝혀졌다. 1960년대 영월군 중동면 막골 계곡에서도 물김이 자생했다고 알려졌으나 연구가 되고 기록이 되기 전에 탄광이 개발되면서 사라졌다 한다. 현재 국내에서 민물 김이라고 칭해지는 것은 모두 삼척 근덕면 소한동굴(초당동굴) 일대 1km에서 자생하는 녹조류로 만든 김을 칭한다.

 

▲ 사진2: 일본학자 Okada가 1938년 9월 13일에 함경남도 문천군 지선리에서 채집하여 Prasiola formosana var. coreana Okada로 기록한 표본. 훗카이도 대학 표본관에 소장. 출처: 김 외 5인(2015).

민물 김의 맛

필자는 먹어본 적이 없으나 맛에 대해, 이곳저곳에서 들은 바대로 적어 보자면, 민물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고소하다. 바다 김처럼 끝에 바다 향 같은 잔 맛이 남지 않지만 상큼하다고 한다. 식감은 김 표면이 투박하고 거칠긴 하나 입에 넣으면 금세 부드럽게 풀어지며 고소하다고 한다.

민물 김 연구 실정

2018년 8월 삼척은 민물김연구센터를 열어, 민물 김의 양식 기술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하여 주민들의 일거리 창출에 이바지하고자 하였다. 또한 민물 김의 효능을 밝히고 이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방안까지 아울러 연구하는 것이 센터 설립의 목표이다. 현재까지 민물 김에서 추출한 유효성분에 관한 특허를 9개 정도 얻은 것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민물김연구센터의 김동삼 박사의 말을 빌리면, “김 양식 기술 또한 재배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립하는 데 이르러, 지난 3년 동안, 양식하여 얻은 이 민물 김이 각각 3, 7, 10kg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생물을 배양하는 과정에는 실질적인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민물 김 양식 특허를 따라 배양한다 해도 재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양조건이 서너 가지가 적합한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발아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을 실제로 재연하여 민물 김 포자를 발아시키고, 배양해서 다시 포자를 얻어내는 과정은 매일 매일이 고민인 것이다. ”일을 넘어서 그 대상과 함께하는 것을 즐거워해야만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처음 김동삼 박사가 수조에서 길러지고 있는 프라시올라 자포니카에게 “나 출근했어, 나 퇴근해.”라는 말을 하는 것을 센터 직원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5년이 흐른 지금, 직원들은 그 말을 이해한다고 한다. 그렇게 애지중지 돌보고 길러야만, 비로소 민물김이 자라고 보존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삼척 민물 김은 아직 시판되지 않는다. 민물 김 한 톳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지를 새삼 생각해 본다. 민물 김을 손쉽게 먹는 그 날이 온다면, 아마도 누군가에게 먼저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삼척민물김 홈페이지. https://www.samcheok.go.kr/minmulgim.web
Kim, M.S., Jun, M.S., Kim, C.A, Yoon, J., Kim, J.H., Cho, G.Y., 2015. Morphology and phylogenetic position of a freshwater Prasiola species (Prasiolales, Chlorophyta) in Korea. Algae. 30(3), pp.197-205.
Park, M.K., Kim, W.K., Chung, I.S., Lee, E.B. 1970. Ecological and morphological studies on the Prasiola sp. in the Samchuck-Chodang. Korean J. Bot. 13:71-80.
Park, S.H., Kim, D.S., Kim, S., Lorz, L.R., Choi, E., Lim. H.Y., Hossain, M.A., Jang, S., Choi, Y.I., Park, K.J., Yoon, K., Kim, J., Cho, J.Y., 2019. Loliolide Presents Antiapoptosis and Antiscratching Effects in Human Keratinocytes. Int J Mol Sci. 20, 651; doi:10.3390/ijms20030651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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