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없는 뱀으로 잘못 알려진 독사, 유혈목이

문화 /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2021-03-30 00:00:09
울산의 야생동물

▲ 꽃처럼 화려한 몸 색깔을 지닌 유혈목이(사진 김현태)


■ 다른 이름: 화사, 꽃뱀, 율무기 외 많은 이름이 있다.
■ 분류: 유린목 뱀과
■ 학명: Rhabdophis tigrinus
■ 영명: Tiger Keelback Snake

사람들은 뱀을 보면 보통 살모사처럼 독이 있는 독사와 구렁이처럼 독이 없는 뱀으로 구분한다. 독이 있는 살모사류는 머리가 역삼각형이고, 독이 없는 뱀들은 머리가 세로로 긴 타원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유혈목이는 오랫동안 독이 없는 뱀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독사보다 더 위험한 피부 세포를 괴사시키는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과학적인 연구 결과 밝혀졌다. 유혈목이의 독이 살모사 같은 독사류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살모사의 독은 치료 혈청이 개발돼 있지만, 유혈목이의 독에 대한 혈청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농경지 수로에서 코브라 행동을 하고 먹이 사냥을 하는 유혈목이(사진 이윤수)

크기는 80~120cm(최대 150cm)로 우리가 흔히 보는 뱀들 가운데 중형이다. 몸의 색은 기본적으로 녹색 바탕에 얼굴에 검은색 반점이 있고 몸 전체에 검은색 무늬가 고리 모양으로 이어져 있다. 머리와 등 앞부분에는 화려한 적갈색이 길게 이어져 마치 수를 놓은 것처럼 화려해 예부터 꽃처럼 아름다운 뱀이라 하여 꽃뱀(화사, 花蛇)이라 불렀다.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몸 색의 변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초지에서는 몸 색이 보호색을 띠어 잘 보이지 않는다(사진 이윤수)

곤충과 지렁이 등 절지동물에서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 어류, 작은 새, 쥐 등 다양한 동물을 잡아먹는다. 주로 낮에 활동하기 때문에 가장 흔히 사람들에게 목격되는 뱀이다. 여름에는 특히 물 위에서 헤엄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산란은 6~8월에 걸쳐 이뤄지며, 포란 기간은 35~40일. 알의 수는 8~32개. 4월에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을 개시하고, 11월에 동면에 들어간다. 동면에서 깨어나면 교미하고, 암컷은 체내에 정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 해 봄에 수정한다. 등의 비늘 수는 53~64개. 수명은 야외에서는 약 6년, 사육 하에서는 최고 8년으로 알려져 있다.


유혈목이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의 농경지, 저수지, 하천, 저산 계곡 등 습지 저지대에서 생활하고 있고, 우리나라 외에 일본, 중국, 러시아 연해주, 대만과 베트남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일원에 분포하고 있다. 

 

▲ 유혈목이의 입안 깊숙이 있는 독니(사진 김현)

유혈목이는 오랫동안 독이 없는 뱀으로 알려져 왔다. 사실 유혈목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사류처럼 스스로 독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먹이로 하는 두꺼비와 반딧불이(유충)의 독을 입 뒤 독샘에 보관하고 있다가 입안 깊숙이 있는 두 쌍의 독니를 통해 먹이 체내로 주입한다. ‘부파디에놀라이드’라는 독성 스테로이드로 피부세포를 괴사시키고, 심장에 위험해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독이다. 지금까지 주로 두꺼비독으로 알려져 왔으나, 동남아시아의 유혈목이속 뱀 중 반딧불이 애벌레를 먹고 같은 성분의 독을 갖고 있는 뱀들이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최근 밝혀졌다. 

 

▲ 두꺼비를 잡아먹고 있는 유혈목이(사진 김현)

유혈목이는 남의 독을 갖고 자신의 방어에 활용하는 진화를 한 뱀으로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목의 피부를 넓게 늘리고 머리를 쳐드는 코브라뱀과 같은 독특한 행동을 하는 뱀으로도 유명하다.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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