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청담동·장충동’에 대기업 돈 몰리는 까닭은

남들은 모르는 고급 정보로 무장한 대기업 그리고 이들이 투자한 곳에 돈이 몰리는 건 당연지사다.
‘○○그룹이 ○○동 부지를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해당 지역은 금방이라도 끓어오를 듯 들썩이게 마련이다. 요즘 뜨고 있다는 서울의 3대 명당 역시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들과 재계 관계자들이 유독 주목하는 지역이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 중구 장충동이다. 항간에선 이 세 곳을 묶어 ‘서울의 신(新) 3대 명당’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세 지역은 모두 대기업, 특히 삼성그룹과 얽혀 있다. 한국 최고 기업인 삼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니 관심이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삼성동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167 일대의 ‘한국전력’ 부지를 가리킨다. 넓이만 7만9342㎡(2만4000평)로 축구장 11개가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넓은 땅이다. 한전은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이전한다. 지상 31층, 지하 2층 규모로 나주 빛가람도시에 들어설 새로운 한전 본사는 현재 80%에 육박하는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새로 제정된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르면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 기관은 늦어도 1년 안에 기존 사옥을 팔아야만 한다. 강제 조항이다. 이에 따라 한전도 내년 11월까지는 현재의 삼성동 부지를 매각해야만 한다.


삼성동한국전력 부지,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
한전 부지는 공시지가만 1조5000억 원, 예상 매각가는 3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매물이다. 이 때문에 애초 한전은 전량 매각 대신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한 자체 개발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코레일의 용산 개발이 좌초되고 때마침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혁신 주문이 맞물리면서 ‘돈 되는 자산부터 빨리 매각하라’는 정부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법령과 정책 기조 모두 부지 매각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SPECIAL REPORT] 서울 新3대 명당이 뜬다
기획재정부는 1월 26일 “공공 기관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산을 매각할 때 국가계약법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바꿔 말하면 ‘최고가 경쟁 입찰’을 통해 헐값 매각, 혹은 수의계약 같은 구설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한전 부지는 최고가 입찰이 진행된다면 경쟁에 뛰어들 기업을 예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자본력이 풍부한 외국 기업을 제외하면 수조 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 한국 대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물로 나올 한전 부지를 두고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수년간 공들여 오던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대체 부지를 찾고 있는 중이다. 현재 본사가 자리한 양재동 사옥은 두 동의 건물만 우뚝 솟아 있다. 부지 자체가 작고 계열사 전체가 들어오지도 못할 정도로 협소해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서울 도심에서 그만한 개발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은 한전 부지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등이 전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PECIAL REPORT] 서울 新3대 명당이 뜬다
삼성그룹이 한전 부지의 임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주력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인근의 한국감정원 부지를 사들인 2011년부터다. 삼성생명은 감정원 부지 1만988㎡와 연면적 1만9564㎡의 건물을 2328억 원에 사들였다. 감정원 부지는 좌우로 서울의료원과 강남소방서를 포함해 한전 부지 ‘T자형’ 개발의 핵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면 이들 구역이 하나의 벨트로 묶이게 된다. 한전 부지와 감정원 부지 사이의 땅은 17필지에 불과하다. 이곳의 수용만 마치면 대규모 상업·업무 시설 개발이 가능해진다.

삼성역은 강남역에서 시작되는 2호선 상권이 마무리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강남·선릉·역삼에 비해 활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한전 맞은편의 코엑스와 도심공항터미널·현대백화점 등이 선전(?)해 왔지만 한전 대각선 맞은편의 봉은사와 경기고 부지 때문에 제대로 된 사거리 상권 형성이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한전 부지 개발이 본격 시행되면 강남역 상권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삼성역은 공항터미널을 끼고 있어 외국계 기업과 외국인 거주가 많은 지역이다. 젊은 층 위주의 구강남 상권??비교해 국제 수준의 고급 상권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가 이는 배경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1년까지만 해도 한전 부지와 한국감정원·서울의료원·강남소방서를 연결하는 대규모 컨벤션 타운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바뀌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개발 계획은 전면 보류된 상태다.

그렇다고 해도 향후 개발 기대감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삼성역은 올림픽대로와 바로 연결돼 인천공항에 내린 외국인들이 공항터미널까지 갈 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곳이다. 또 개발이 완료된 한전 부지와 현재 공사 중인 지하철 9호선 코엑스역, 코엑스 지하상가 등이 연결돼 개발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애초 서울시는 종합운동장까지 연계해 개발한다는 방침이었다. 박종복 미소부동산연구소 원장은 “더 이상의 대규모 개발이 어려웠던 서울시에서 이 정도 규모의 상업·업무·문화·레저 복합 시설이 들어설 곳은 현재로선 삼성동이 유일하다”며 “더욱이 삼성역과 삼성동이라는 이름이 갖는 프리미엄도 삼성그룹으로선 무시하기 힘든 메리트”라고 분석했다.


청담동글로벌 명품 거리로 뜨고 있는 청담동
삼성동 한전 부지 개발이 수면 아래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청담동은 그 반대다. 삼성생명·신세계 같은 법인은 물론이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범삼성가가 청담동 부동산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도 자기 명의로 청담동 부동산을 사들였다.
[SPECIAL REPORT] 서울 新3대 명당이 뜬다
청담동은 행정구역상 8호선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시작해 강남구청역을 돌아 청담삼익아파트, 청담중, 다시 압구정로데오역으로 이어지는 구역을 말한다. 이 중 최근 대기업의 매매 사례가 집중된 곳은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시작해 학동사거리·청담사거리·SM엔터테인먼트를 거쳐 다시 역으로 돌아오는 삼각형 모양의 부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섬처럼 독립된 구역이라는 의미로 ‘아일랜드 부지’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이서현 에버랜드 사장의 주도 아래 패션부문을 에버랜드 최고의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삼성 패션의 랜드마크가 청담동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기존 명품거리를 비롯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유치할 적임지가 바로 청담동이란 뜻이다. 명동 등은 이미 개발이 포화 상태고 새로 백화점을 짓기도 어려운 게 서울 구도심의 현실이다. 이런 형편에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명품 타운으로 현재의 청담동 만한 부지를 찾기도 어렵다. 범삼성가가 사들인 청담동 땅의 상당수가 바로 이 아일랜드 부지에 몰려 있다.

삼성가 안에서도 청담동 부동산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2010년 청담동 97의 5와 97의 24 일대를 715억 원에 사들였다. 현재 이곳에는 지상 15층, 지상 4층 규모의 빌딩이 신축 중이다. 이 건물은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임대해 본사 사옥으로, 일부는 매장 등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이명희 회장도 청담동에 개인 명의의 부동산을 20건 정도 보유하고 있다. 아일랜드 부지 안에는 청담동 79의 12(2008년 104억 원에 매입)와 89의 4(2010년 200억 원에 매입) 등이 이명희 회장 명의의 부동산이다.
[SPECIAL REPORT] 서울 新3대 명당이 뜬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78의 9·10(2010년 12월 375억 원에 매입), 83의 21(2012년 10월 300억 원에 매입), 82의 3(2012년 9월 250억 원에 매입) 등을 사들였다.
[SPECIAL REPORT] 서울 新3대 명당이 뜬다
삼성생명은 2012년 3월에 안세병원 건너편 청담동 3(2569㎡)을 3.3㎡당 1억5000만 원이라는 고가에 매입했다. 옛 효성골프연습장 부지로, 현재 이 자리에는 지상 16층, 지하 8층의 대규모 건물이 신축 중이다.

강남구청이 추진 중인 ‘한류 스타 거리’도 개발 호재다. 아일랜드 부지 윗부분에 해당하는 SM엔터테인먼트 사옥부터 시작해 청담사거리 방향으로 내려와 JYP엔터테인먼트에 이르는 청담동·압구정동 길은 연예 기획사만 300곳이 넘게 몰린 지역이다. 삼성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한전 부지에 호텔이 들어서면 삼성동에서 청담동으로 이어지는 초대형 숙박, 쇼핑, 문화 관광 타운이 완성되는 셈이다.


장충동장충동, 기업 간 자존심 싸움으로 땅값 ‘들썩’
삼성동·청담동이 개발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면 장충동은 기업 간 이해관계나 자존심 싸움으로 들썩이는 경우다. 장충체육관 사거리에서 약수역 방면 동호로를 따라가다가 동호로 20길 방향으로 좌회전해 조금만 올라가면 장충동1가 110이 나온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살던 집이다. 현재는 관리인만 살고 있는데, 소유주는 이건희 회장이다. 이 집 바로 왼편의 단독주택 두 채(108과 109) 역시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소유다.
이 회장의 집을 지나 좀 더 고개 위쪽으로 올라가면 이번에는 CJ제일제당 타운이 나온다. 장충동1가 65에서 102에 이르는 부지가 모두 CJ제일제당 소유 부동산으로, 현재 이곳에는 CJ경영전략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07년부터 장충동1가 자택 인근 부지를 꾸준히 매입해 왔다. 자택 바로 맞은편에 지상 5층, 지하 6층 규모의 CJ경영전략연구소(이하 CJ연구소)가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SPECIAL REPORT] 서울 新3대 명당이 뜬다
그런데 이재현 회장의 현재 자택은 삼성그룹에 포위된 모양새다. 담벼락을 맞대고 있는 단독주택 두 채는 호텔신라 소유이고 그 바로 옆은 이건희 회장 소유의 집(이병철 회장 집)이다. CJ연구소 오른편의 50의 22와 101은 2012년 11월에 한국자산신탁이 취득했는데, 전 소유주는 설원식 대한방직 전 명예회장의 부인 임희숙 씨였다. 신탁자가 삼성이라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재현 회장 집과 CJ연구소가 삼성가에 완전히 둘러싸이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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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맹희 제일비료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 형제 간 재산상속 소송과 삼성물산 직원의 이재현 회장 미행 의혹 등이 일면서 두 그룹 간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최근에는 이맹희 전 회장의 화해 손짓이나 법원의 2심 판결로 두 그룹 간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SPECIAL REPORT] 서울 新3대 명당이 뜬다
하지만 CJ연구소 오른쪽에 붙어 있는 4층짜리 빌라를 2012년 5월 호텔신라가 사들인 게 알려지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최근 들어 장충동1가 땅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역시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이다. 이미 63 일대에는 신세계상품과학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조금 더 대로변으로 내려가면 신세계건설 사옥도 있다. 족발로 유명한 장충동 왕족발타운은 상당 부분을 2012~2013년 사이에 이마트가 사들였다. 주변 부지 매입에 들어간 비용은 어림잡아도 35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이 부지를 이마트의 도심형 연수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돋보기 | 박민찬 도선풍수지리연구원 원장
“한국전력 부지는 길지 중 길지”
한국전력 부지는 풍수적으로 명당 중 명당, 즉 길지다. 지형 자체가 평탄하고 뒤로 한강과 탄천이 흘러 좋은 기를 받을 수 있다. 남향으로 건물을 짓고 동향으로 정문을 내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땅이다. 좋은 길지에선 어떤 일을 해도 잘 되게 마련이다. 최고경영자가 사무실을 옮기면 더욱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사진 한국경제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