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 관련…‘전두환 비자금’과 달라

올해 61세인 이상훈 씨는 대학 강사다. ‘국제경영론’을 맡아 서울 시내 대학 두 곳에 출강한다.

방학 때는 월급이 끊기는 시간강사 처지지만 영어로 강의하는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강사료가 2배 정도 많다. 젊은 시절 해외를 누비며 현장에서 갈고닦은 어학 실력 덕을 뒤늦게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월 150만 원의 강사료 중 실제로 그가 손에 쥐는 것은 채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세후 소득의 50%가 꼬박꼬박 추징금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 씨는 8년째 이런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납부한 추징금은 앞으로 내야 할 어마어마한 액수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이 씨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함께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7명의 전 대우 임원 중 한 명이다. 2005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그의 추징금은 정확하게 23조359억 원이다. 7명의 관련자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추징금이 대부분 해외 금융거래와 관련돼 있고 그가 (주)대우 국제금융본부장으로 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어 금액이 커진 것이다. 지금 받는 강사료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다 낸다고 해도 추징금 완납에 128년이 걸린다.

서울대 경제학과 70학번인 이 씨는 대학 졸업 후 한국은행에 들어갔다. 1977년 무섭게 성장하며 인재를 끌어 모으던 대우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국제금융 분야에서 주로 활약했다. 런던과 도쿄를 돌며 1980년대를 보낸 그는 1994년 국제금융본부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999년 대우그룹 붕괴와 함께 순탄해 보이던 그의 삶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대우그룹 수사로 2001년 초 구속돼 만 1년 동안 구치소 생활을 했다. 출소 후 동부그룹과 프라임그룹에 잠시 몸을 담기도 했지만 이제는 150만 원의 강사료가 유일한 수입원이다.

이 씨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23조 원의 추징금만이 아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제기한 6건의 민사소송으로 1381억 원의 배상 판결도 받았다. 도저히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그에게 남아 있는 재산은 없다. 출가한 두 딸이 자신들의 명의로 마련해 준 아파트에서 ‘관리인 부부’로 살고 있다. 지금도 등기우편으로 최고장이 집으로 날아들곤 한다. 그는 “등기우편만 오면 아내가 두려움에 떤다”고 말했다.


단순 신고 누락분…‘은닉 재산 없어’
그래도 이 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강사료 수입이 있어 추징금을 조금이라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매달 나오는 국민연금 노후연금을 쪼개 추징금을 내기도 한다. 추징금의 법적 시효는 3년이다. 시효가 임박할 때마다 검찰에서 나와 집 안을 뒤지고 가재도구에 붉은 압류 딱지를 붙이는 소동이 벌어진다. 단돈 1원이라도 환수하면 시효가 연장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씨를 비롯한 7명의 관련자들은 추징금 문제에 대해 굳게 입을 닫아 왔다. 어쨌든 대우그룹 부도와 이에 따른 국가 경제적 피해에 책임을 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두환추징법’에 이어 ‘김우중추징법’이 추진되면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우중추징법’은 공무원 범죄로만 한정된 ‘전두환추징법’을 일반인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법무부가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위 ‘김우중추징법’은 김 전 회장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김 전 회장과 전직 대우 임원 7명은 공동 연대 추징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대우그룹 사태에 대한 책임은 분명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에 부과된 추징금과 대우 추징금은 이름만 같을 뿐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많은 사람이 23조 원의 추징금을 김 전 회장 등이 대우그룹 부도 과정에서 몰래 빼돌린 자금과 연관 짓는다. 기업인에게 뇌물로 받아 은닉한 돈을 토해낸 전 전 대통령처럼 고강도 조사를 통해 대우 추징금을 환수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씨는 “추징금을 내려고 해도 낼 돈이 없다”며 “어딘가에 숨겨 놓은 재산이 처음부터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우 임직원들의 개인 비리가 없었다는 것은 그동안 재판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23조 원이라는 엄청난 추징금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김 전 회장과 7명의 임원이 내야 하는 정확한 추징금 액수는 판결 시점 환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2006년 김 전 회장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확정 판결을 기준으로 하면 17조9254억 원이 된다. 이 중 해외 현지법인 미신고 차입금에 대한 추징금이 14조8628억 원으로 가장 많고 수출대금 미입금액 1조6728억 원, 허위 수입대금 송금액 1조3898억 원이다.

(주)대우 국제금융본부장으로 있던 이 씨는 당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국내 기업 해외 법인이 해외 금융회사에서 차입할 때는 반드시 이를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당시 외국 상업은행의 대출 기간은 대부분이 6개월 이내였다. 6개월마다 대출을 갚고 다시 돈을 빌리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6개월마다 한 번 씩 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1997년 말 외환 위기가 터지면서 해외 금융회사들은 6개월이던 대출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고 얼마 후 다시 1개월로, 마지막에는 급기야 1주일로 단축했다. 대우그룹 부도 직전에는 1주일마다 돈을 상환하고 다시 차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연히 법 위반 횟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17조 원이 넘는 ‘황당한’ 추징금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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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는 왜 보고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까. 이 씨는 “이전부터 보고를 누락한 것이 많이 쌓여 있었다”며 “한 번 차입했다는 보고를 안 하면 나중에 이를 집어넣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대우그룹의 사정이 악화되면서 해외 금융회사에서도 상환 요구가 빗발쳤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해외 현지법인이 부도 처리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필요한 자금을 송금해야 하는데 애초 해외 차입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용도를 거짓으로 적어 낼 수밖에 없었다. 바로 1조 원이 넘는 허위 수입 대금 송금이다. 마지막으로 수출 대금 미입금은 해외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김 전 회장 지시로 외상으로 사다 판 자동차 판매 대금을 외상 기일 전까지 다른 용도로 돌려쓰면서 발생했다.


왜 개인이 책임지나…가족만은 제발
이 씨는 “대부분이 단순 신고 누락이지 돈을 빼돌려 숨겨 놓은 게 아니다”라며 “당시 오고간 자금은 공장과 기계 형태로 남아 있거나 운영자금으로 정확하게 쓰였다”고 말했다. 본래 추징금은 범죄로 얻은 수익을 몰수하기 위해 부과한다. 그러나 대우 사례에서 이득을 본 사람이 어디에도 없다. 이 씨는 “굳이 따지면 회사가 이익을 취한 것”이라며 “그걸 월급쟁이에 불과한 개인들이 왜 책임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우그룹 수사를 통해 밝혀진 분식회계와 이를 통한 사기 대출이나 김 전 회장의 횡령 부분은 실형 등으로 이미 죗값을 치렀다고 말한다. 김 전 회장과 7명의 관련자들은 2008년 1월 전원 특별사면·복권 받기도 했다. 하지만 추징금은 여전히 살아 있다. 정작 범죄 자체는 용서 받았는데 부가형인 추징금은 그대로 남은 기이한 형국이다. 대법원은 “추징이 범죄로 얻은 이익을 박탈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사면의 경우에도 추징 선고의 효력은 유지된다”는 판례를 고수하고 있다.

어쨌든 은닉 재산이 없으면 ‘김우중추징법’을 특별히 걱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 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두 딸이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자녀와 가족 몫으로 돌아간다. 그는 “내 한 몸이야 어떻게 돼도 좋지만 딸과 사위까지 고초를 겪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