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실패로 끝난 인류 위한 쿠데타?⑤]
지난 11월 오픈AI는 첫 개발자회의를 열었다./AFP 연합뉴스
지난 11월 오픈AI는 첫 개발자회의를 열었다./AFP 연합뉴스
“챗GPT가 방금 수십 개의 AI 스타트업을 날려버릴 결정을 했다.”

지난 10월 미국 모바일 결제 대기업 스트라이프의 임원이 올린 링크드인에 올린 글이다. 오픈AI가 챗GPT에 PDF파일을 그대로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업데이트한 날이었다.

챗GPT는 탄생 이후 1년 동안 빠르게 진화했다. 전문가들은 챗 GPT로 ‘노코드(코딩 없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AI 스타트업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진단한다.

코딩을 모르는 문과생도 챗GPT로 나만의 챗봇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장 이후 모든 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었듯 챗GPT로 모든 개인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문과생도 자영업자도 챗봇 만들 수 있다
GPTs 소개화면./오픈AI 캡처
GPTs 소개화면./오픈AI 캡처
“우리는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더 개인화되고, 당신을 대신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AI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 오늘 그러한 미래를 향한 첫 번째 걸음을 내디딘다”

지난 11월 6일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사람들 앞에 섰다. 오픈AI의 첫 개발자 콘퍼런스였다. 올트먼 CEO는 이용자 맞춤형 챗GPT 개발을 돕는 AI 도구 ‘GPTs’를 소개했다. 커다란 박수 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애플의 초기 아이폰 출시 행사를 떠올리게 한 장면”이라고 했다.

누구나 ‘나만의 챗GPT’를 만들 수 있다. 문장을 입력하거나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AI 챗봇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된다. 문과생도 자영업자도 필요한 상황에 맞는 AI 챗봇 비서를 가질 수 있다.

예컨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챗봇이 필요하거나, 카페 주문을 위한 도우미 챗봇이 필요하다면 직접 만들면 된다. 젠지(Gen-Z)세대 유행이나 밈을 알려주는 챗봇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AI 챗봇은 이용자들끼리 사고팔 수도 있다. 올트먼 CEO는 ‘GPT 스토어’를 열겠다고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거래할 수 있는 앱스토어처럼 AI 서비스 버전의 상점이 생기는 것이다.

오픈AI는 거래의 판을 깔아주는 대가로 챗봇의 판매 수익을 제작자와 나눌 예정이다. 애플과 구글이 앱 장터에서 판매된 앱 수익의 약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매기는 것처럼 오픈AI에 큰 고정 수익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챗GPT는 1년 만에 더 똑똑해졌다. 오픈AI는 이번에 챗GPT에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기존 약 3000단어에서 책 300페이지로 확대했다. 오픈AI가 개발한 최신 대규모 언어모델(LLM) GPT-4터보는 텍스트의 음성 변환 기능까지 지원한다.

챗GPT의 시청각 능력도 더 발전했다. 이제는 빅스비나 시리에게 말을 걸듯 챗GPT와 음성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구글 렌즈처럼 이미지를 분석하고 질문에 답할 수도 있다.

올트먼 복귀 후인 11월 22일에는 오픈AI가 대화형 챗봇 챗GPT 음성 인식 서비스를 무료 공개한다며 시범 오디오 파일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오픈AI뿐 아니라 생성형 AI 물결은 더 거세졌다. 오픈AI와 맞서서 개발자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인 메타(옛 페이스북)는 지난 7월 오픈소스 모델인 라마2를 공개했다. 누구든 모델을 가져와서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챗GPT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머 감각이 뛰어난 ‘AI 비서’를 내놨다.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트업 xAI가 개발한 AI챗봇 ‘그록(grok)’은 풍자와 같은 유머 감각을 포함하도록 설계해 보다 인간처럼 답한다.

애플 디자이너 출신 부부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은 명함 정도 크기의 디바이스로 옷에 자석으로 고정하는 AI 비서인 ‘AI 핀’을 공개했다. AI 핀은 스크린 없이 음성과 터치를 통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고, 손바닥을 갖다 대면 기기에서 나오는 레이저를 통해 스크린이 나타난다.

한국 AI업계는 “졸면 죽는다”는 분위기다. 미국과 오픈AI가 사용자와 생태계를 모두 장악하는 ‘승자독식’ 구조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챗GPT 번역을 위한 플랫폼, 대규모 데이터를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 생성형 AI로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주는 플랫폼 등 다양한 하위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결국 오픈 AI가 기능을 업데이트하기만 하면 모든 AI 스타트업이 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