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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5년 거대 야당과 지내는 尹정부, 경제·에너지 정책 선회 or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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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머니투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2024.4.10/뉴스1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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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여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윤석열정부는 지난 2년에 이어 나머지 집권 후반부 역시 거야(巨野) 국회와 보내야한다.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여당 의석수를 확보해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삼으려던 정부의 정책 구상이 틀어진 상황. 경제와 에너지, 탄소중립 등 주요 정책에서 야당과 결을 달리해온 만큼 야당 설득을 위해선 일부 정책 노선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개표를 마친 22대 총선 결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개헌·대통령 탄핵 저지선을 겨우 넘겨 10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범야권 의석이 190석을 넘기면서 윤석열정부는 헌정사상 '역대급'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와 함께 집권 하반기를 보내야한다. 지난 총선보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긴축재정+감세정책, '부자감세' 압박 속 방향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 세법개정을 통해 경제활력을 꾀했던 정부 입장에선 21대 국회보다 강력해진 야당의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투자소비세(금투세) 폐지 등 감세 기조는 더불어민주당이 줄곧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해왔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좌초 위기에 몰렸다. 민주당이 민생회복지원금 등 재정 투입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긴축재정 기조도 흔들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의 국회 환경 속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야당이 내세웠던 '정권심판'이라는 프레임이 여소야대 국면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볼 때 정부의 기존 경제정책 기조는 극단적인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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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4.10/뉴스1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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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현안은 세법이다. 정부는 지난 2월 금투세 폐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한도 및 납입 한도 상향 등의 내용을 담은 7개 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해당 법안에 반대했다. 그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다.

정부가 고질적인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세제지원 방안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 기재부는 주주 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고,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 같은 감세 조치는 모두 세법개정 사안이다. 금투세처럼 의원입법 형태로 세법개정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상당수 세법개정안은 정부가 하반기 정기국회에 일괄 제출한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줄곧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에 반대해왔다. 정부 입장에선 기존 정책방향을 유지하거나 선회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

긴축재정 기조도 야당의 압박에 직면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생회복지원금이 아니라더라도 민주당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을 유지한다. 이 경우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논의가 나올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국정 전반을 되돌아보며 민생경제 회복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개혁과제 추진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RE100 외치는 '거대 야당', 원전포함 CFE·탄소중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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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한 총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 뒤 국정 쇄신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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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에너지·탄소중립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정부는 탈원전 정책폐기를 통한 안정적 전력수급 정책 기반 위에 무탄소에너지(Carbon Free Energy, CFE) 등을 통한 탄소중립을 추진, 신재생에너지 탈원전을 주장하는 야당과 온도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탈원전 정책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즉시 원전생태계 복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 세계 주요국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감축량 균형을 맞추는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로 한 상황에서 탄소감축 수단으로 CFE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기존 신재생에너지에 원전과 수소같은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까지 포함시켜 안정적이고 값싼 전력공급과 탄소중립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복원전과 CFE 이니셔티브 구상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RE100(재생에너지를 통한 100% 전력공급)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총선공약 중 하나로 '기후위기 극복과 RE100 국가 실현을 위한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과 RE100 국가실현을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야권이 그동안 주장해온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탄소중립 달성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당장 2038년까지 전력수급계획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야당과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전기본에 SMR(소형모듈원전)을 포함한 4기안팎 신규원전 건설을 반영한다는 기조다. 반면 야당은 추가 원전 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에 부정적이다.

현재 21대 국회에 붙잡혀 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법) 입법과정에서도 야당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만 수용하고 그 이상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보관은 추가 법개정을 하도록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계속운전 없이 설계수명대로만 원전을 가동하고 신규원전건설에는 반대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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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7회 국제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탄소중립 제철공정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11.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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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작성을 시작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도 정부와 야당의 온도차가 있다. 지난 2030 NDC에서 정부와 야당은 2018년 기준년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에는 동일한 의견이지만 감축 경로에서 차이를 보였다.

윤석열정부는 "과학적인 방법에 기초해 탄소중립을 이행해야한다"며 문재인정부가 발표했던 2030 NDC 초안에서 산업부문의 감축 할당량을 줄이고 전환부문 할당량을 늘렸다. 에너지믹스에서 원전 등 CFE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고 국가경제체력 보호를 위해 산업부문 감축 목표를 줄여준 셈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기후 공약에서 2035NDC 감축목표로 52%를 제시했다. 탄소세 도입 등 에너지 세제를 '탄소 세제'로 개편하고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4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극한대치, 정부-야당의 갈등 및 협치가 반복될 전망이지만 국가경쟁력 차원의 정책은 구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전 수출을 위한 '팀코리아'가 올해 체코와 폴란드 원전 수주전에 참가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정책 전환 수정과 무관하게 수출 확대를 위한 경쟁력 강화는 이어져야한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전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해 필수적인 고준위법 같이 여야의 갈등 국면과 무관하게 만들어야하는 법안이 있다"며 "정부도 야당설득에 더 노력을 기울일 테지만 그에 맞는 정치권의 응답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마 힘들겠죠" 더 강해진 여소야대 국회에 관가도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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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6동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에서 외벽 유리창 청소가 진행, 1년여간 묵은 먼지를 씻어내고 있다. 2023.10.3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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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난 2년보다 힘들겠죠"

범야권 정당이 190석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다음날인 11일. 출근길에 만난 중앙부처 공무원은 총선 결과가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미 집권 전반기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보낸 상황에서 하반기 국정운영에 집중하려던 정부 구상이 어긋난 데 대한 아쉬움과 착잡한 분위기도 묻어났다.

11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하반기 국정과제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을 세웠다. 현 정부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석수가 300석 가운데 114석에 불과해 야권으로 기울어진 21대 국회 환경에서 전반기 국정운영을 했다. 정부의 활동은 법령에 근거해야 하는 탓에 국회와의 입법과정에서 그만큼 애로사항이 있었고 이번 총선에서 여야 불균형이 다소 해소되길 바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총선 개표결과 22대 국회역시 여당 의석수가 108석에 불과하고 범야권이 190석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됐다. 직전 국회보다도 적은 여당 의석수다. 대부분 상임위원회가 야당 의원이 다수로 구성되는 만큼 국회, 특히 야권과의 관계설정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부처에서 대외 업무를 주로 맡고 있는 공무원 A씨는 "상임위 구성이 더욱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대치 국면이 22대 국회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고 상임위가 야당 다수로 구성될 텐데 필요 법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의원이 담당 상임위에 배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 B씨는 "여당이 압도적으로 지고 내홍을 추스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여 한달여 남은 21대 국회나 차기 22대 국회에서도 여당마저 설득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정부 입장에선 정말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키려해도 그 대가로 정치적 요구나 수용하기 어려운 법안을 요구해 오는 일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이번 총선 민심을 의식하고 국정기조 전환과 장관 교체 등 개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수석비서관 전원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총선 참패 책임에 따른 것으로 국무총리를 포함해 장·차관급 정무직의 대거 교체를 통한 국정쇄신 작업이 예상된다.

세종 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C씨는 "(정무직에) 법률상 임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개각 파도가 전보다 거셀 것 같다"며 "공무원 입장에서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통상 장관 등 정무직을 교체하면 그에 따른 후속인사와 정책방향 정비 등이 있게 마련인데 성난 총선 민심이 반영된 개각인 만큼 조직과 정책 전환 폭이 클 것이란 우려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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