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뉴스레터

이학영
지도자가 갖춰야 할 ‘겸손’의 의미 

존 헤네시 전 스탠퍼드대 총장은 16년의 재임기간 동안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스탠퍼드를 세계 최고 대학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구글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야후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 등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스승으로도 유명합니다.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그를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와 더불어 ‘이 시대의 진정한 창의적 리더’로 꼽습니다. 그의 리더십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견주기까지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5월17일자 A26면 기사 <리더십 제1원칙은 ‘겸손’…실수 인정하고 배움 얻어야>는 헤네시 전 총장이 꼽는 리더십 비결을 소개했습니다. 겸손(humility)과 진정성(authenticity), 봉사(service), 공감(empathy), 용기(courage). 그가 리더십 원칙으로 꼽은 것들은 평범하고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면 하나하나의 조건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개념과 다른, 새로운 단어로 다가온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고 현실에 적용했는지를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겸손’은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닙니다. “겸손으로 다른 사람을 이끈다는 것은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지 않고,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는 기꺼이 요청하고, 실수를 통해 배우며, 자신을 성장시켜 줄 도전과제에 당당히 맞서는 것을 의미한다.” 헤네시는 ‘겸손’을 ‘타고나는 심성이 아니라 리더로서 개발하는 습관’으로 재정의(再定義)합니다. “이런 겸손을 체득하고 숙달해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자신감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여기면서도, 그 자신감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는 간과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헤네시는 “진정한 자신감, 자신의 실력과 품성에 대한 진정한 인식은 자존심이나 오만이 아닌 겸손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현재 누리는 성공이 행운(이전 세대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이며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님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헤네시는 도덕성보다 훨씬 지키기 힘든 원칙으로 진정성을 꼽습니다. “리더에게 진정성은 자신이 추구하는 바람직하고 현실적인 자질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낸 다음,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확신을 갖고 매진하는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 보자면 조직의 전반적인 사명과 방향을 이해하고, 힘든 결정을 내리는 게 진정성입니다. “반발, 모욕, 위해, 사회적 배척의 우려가 있을 때조차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리더에게 특히 중요하다.”

‘자신이 진정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리더십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권력가나 권위자가 가장 배우기 힘들어하는 것, 일부는 평생 배우지 못하는 것이 봉사라는 자질이다. 리더십의 무게는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갈수록 더 크고 무거워지기만 해 결국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제시합니다. “관점을 뒤집어서, 정해진 방향으로 조직이 나아가도록 모두의 힘을 빌리는 것이 리더의 일임을 깨우쳐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이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