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뉴스레터

이학영
‘긍정 바이러스’의 힘 

출근길 커피숍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사 마시면서, “이게 온전히 내 의지에 의한 것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길을 걷다가 마주친 사람의 손에 들린 커피 컵에 영향을 받아 커피숍에 가는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7월26일자 A27면 기사 <‘해피 바이러스’는 슬픔보다 전염성이 높다>는 우리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영향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일깨워줍니다. “내가 모를 뿐이지, 내 목표 자체가 친구나 주위 사람의 목표일 수도 있다. 주위에서 전해져 온 신호는 우리를 커피 한 잔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결정으로 이끌기도 한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식의 중요한 결정 말이다.”

미국 과학전문 작가인 리 대니얼 크라비츠는 “사회전염은 우리가 피하려고 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합니다. “신문 TV 등 전통 매체에 더해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새로운 매체들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인들은 언제 어떤 촉매제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 전염은 교묘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이 마치 처음부터 우리 자신에 의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사회전염’은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극단적인 선택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부정적인 전염의 단적인 예입니다. 중세 유럽에서 자행된 ‘마녀 사냥’도 사람들을 순식간에 집단 광기에 전염시킨 결과였습니다. 두려움은 무지(無知)에서 나옵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실체를 똑바로 파악하고 있다면 세상이 법석을 떤다고 흔들릴 이유가 없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긍적적인 사회전염의 효과입니다. 멕시코 방송작가 미겔 사비도는 TV드라마를 통해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해냈습니다. 멕시코 정부가 50%를 넘는 근로자들의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갖은 정책을 동원했지만 실패한 1975년, 사비도가 극본을 쓴 드라마 <Ven Conmigo (함께 가요)>가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교실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100만명 넘는 문맹자가 성인 글쓰기 수업에 등록했습니다. 그 전 해의 아홉 배였습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정서는 부정적인 정서보다 전염성이 더 강합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트윗보다 긍정적인 트윗에 두 배 정도 더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행복의 사회전염은 우울증의 전파를 막아줄 뿐 아니라, 회복에도 도움을 준답니다. 이런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병원입니다. “병원 직원들의 우애점수가 높을수록 그 병동의 우애 전염도도 높아진다. 환자들의 불필요한 응급실 이동도 훨씬 줄어든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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