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한국-북한 예상 베스트11

ⓒ 오마이뉴스 그래픽


일 년 사이에 벌써 다섯 번째 만남, 이 정도면 거의 싸우다가 정들 지경이다. 하지만 사이좋은 무승부 같은 건 이제 지겹다. 한 번쯤은 확실한 승부를 가려야 할 때가 됐다.

WBC에 한일전이 있다면 월드컵에는 남북전이 있다. 1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은 지난 일 년간 지리하게 이어져 왔던 남북대결의 대미를 장식하는 클라이맥스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지난해 1월 동아시아 대회를 시작으로 월드컵 3차 예선과 최종예선을 거쳐 무려 네 차례나 맞붙었지만 한 번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번 대결은 월드컵 예선에서의 '마지막 승부'다.

조 1위와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

그간 대한민국과 북한의 대결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오랜만에 월드컵 예선에서 한 조에 배속되며 '코리안 더비'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화제를 자아냈다. 하지만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거부한 북한의 막무가내식 돌출행동으로 인해 평양에서의 경기가 무산되며 제3국에서 원정경기를 치르는 해프닝도 있었다.

최종예선 B조에서 북한이 한 경기를 더 치른 가운데 3승 1무 1패(승점 10)로 근소한 1위를 달리고 있고, 우리는 2승 2무(승점 8)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국이 북한을 이길 경우 조 선두를 탈환하고 월드컵 본선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만, 다시 비기거나 만에 하나 패하게 될 경우 사우디·이란 같은 중동 강호들과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부담이 커진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지만, 순위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접어들면서 양 팀 모두 여유를 부릴만한 처지가 아니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국제대회 경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북한과 5번이나 대결을 치러 한 번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설사 최종예선을 통과한다 할지라도 월드컵 본선진출 단골국가로서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다.

창과 방패의 대결, 달라지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를 하루 앞둔 31일 오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허정무 감독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를 하루 앞둔 31일 오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허정무 감독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지금까지 양 팀의 대결은 창과 방패의 대결로 정의되어 왔다. 지난 네 번의 대결에서 한국은 볼 점유율 6대 4, 7대 3 정도의 우위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으나 단 2골만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오히려 정대세·홍영조를 앞세운 북한의 위협적인 역습에 여러 차례 위험한 순간을 맞으며 고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과 비교했을 때 양 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한국은 현재 주전 공격수라 할만한 이근호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데다, 박주영과 정성훈 등도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공격진이 베스트 컨디션을 찾지 못한 게 불안하다. 기성용-김정우 조합이 이끌던 중원에서 김정우의 경고누적 공백으로 김치우·조원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어 미드필더진 운용에 변화가 예상된다.

반면 북한은 최근 월드컵 예선에서 선전을 거듭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홈에서 열린 지난 UAE전에서의 2-0 승리는 북한이 월드컵 예선에서 보여준 가장 공격적인 축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전력과 홈경기의 이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경기에서도 초반까지는 북한이 수비 위주의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나설 확률이 높지만, 경기 흐름에 따라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들 경우 이제까지와 달리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K리그에서 활약 중인 북한의 수비형 미드필더 안영학이 경고누적으로 한국전에 결장함에 따라 중원에서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잘 아는 위협적인 압박 옵션 하나가 사라졌다. 북한은 월드컵 예선에 돌입한 이후 주전 라인업과 포메이션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 점은 북한의 조직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향상되고 견고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주전 1~2명의 전력누수에 따라 경기력의 편차가 커질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 골문을 열기 위해 공격 방식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북한을 상대로 한국의 장기였던 좌우 측면공략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북한의 밀집수비와 5백 시스템의 조직력이 워낙 탄탄한 데다, 한국은 공수전환의 약점을 노출하며 북한의 좌우 윙백들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도 빈번했기 때문이다. 지난 이라크전부터 허정무호는 중앙 침투를 활용한 공격 루트를 점검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허정무호의 2대 1 플레이와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침투패스 훈련이 북한전에서 어떤 결실을 볼지가 관심사다.

중앙수비 안정이 관건

허정무호 출범 이후 최대 아킬레스건이던 수비진의 안정이 이번 북한전에서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형과 곽태휘가 부상으로 빠진 중앙수비 라인은 단골멤버인 강민수와 이정수 정도가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아직 주전을 보장받은 선수가 없다. 조직력이 생명인 포백에서 중앙수비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좌우 윙백들도 수비가담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면서 포백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좌우 측면 오버래핑의 위력이 상당히 약화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북한전에서는 몸싸움과 제공권이 뛰어난 황재원과 강민수가 북한 공격수 정대세를 봉쇄할 새로운 적임자로 낙점됐다. 관건은 경험 부족이다. 중앙수비요원 중 정작 나이가 가장 어린 강민수(23경기)를 제외하면 A매치 출전경험이 두 자리수를 넘긴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그나마 이정수는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김형일은 A매치 경험이 전무해 압박감이 큰 경기에서 믿고 내보낼 만한 선수가 아니다.

황재원은 지난 이라크전에서 자책골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강민수는 안정된 기량을 지녔지만, 간간이 순간적인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는 게 아쉽다. 대표팀에서는 처음으로 본격 가동되는 황재원·강민수 조합의 조직력 여하에 따라 한국의 수비력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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