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개그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의 새 코너 '나는 하수다'의 출연진들. 왼쪽부터 조현민, 고명환, 신동수, 유상엽.

MBC 개그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의 새 코너 '나는 하수다'의 출연진들. 왼쪽부터 조현민, 고명환, 신동수, 유상엽. ⓒ MBC


"뜻밖의 고퀄(고퀄리티의 준말, 어떤 것의 질이 뛰어나다는 뜻)!"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출연진인 김어준 총수가 소속된 인터넷 패러디 신문 딴지일보의 트윗이다. 최근 시사풍자 개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23일 MBC 개그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에서 '나는 하수다'를 새롭게 선보였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등장하는 캐릭터만 봐도 이 코너는 <나꼼수>의 틀을 충실히 가져왔다. 쉴 새 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깔때기' 정봉투 17대 연예인 노조 위원, '닭치고 개그'하라는 신총수, '누나들이 자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조진우 기자까지. '나는 하수다'에서는 <나꼼수>를 아는 이라면 충분히 웃을 수 있을 장치를 곳곳에 마련해 놓았다.

"강력한 시사 개그를 선보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도 1회에서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10·26 보선에서 일어난 디도스 공격을 MBC 코미디언실에 비치된 컴퓨터가 모두 작동을 멈춘 가상의 상황으로 그려냈다.

코미디라는 외연을 현실로 확장시킬 수 있을지가 '성공 관건'

여기에 '박명수'라는 코미디계의 실세를 등장시키며  '운전을 하는 박명수의 매니저가 단독으로 한 일이 아닐 것이다'라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다. 여기에 '그네를 타는' 인물까지 등장시키겠다는 예고편까지, ("형광등 100개를 준비해야겠다"는 이야기도 잊지 말자) 앞으로 '나는 하수다'가 코미디계라는 외연을 현실로 확장시켜 날카로운 시사개그를 선보일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분명 존재했다.

일단 '나는 하수다'는 화제몰이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딴지일보가 '나는 하수다'를 언급하며 호평을 내놨고, SNS와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도 '나는 하수다'가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나꼼수>의 큰 틀 속에서 얼마나 '나는 하수다'만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줄 수 있는지는 이들에게 남겨진 숙제라 할 수 있다. 초반에야 <나꼼수>에 어느정도 기대 인기를 모을 수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나는 하수다'만의 시사를 읽는 날카로운 눈과 이를 유머러스하게 요리해낼 수 있는 방법이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나꼼수> 패러디'라는 평에서 벗어나 '진짜 시사 개그다'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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