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회화나무족

932 다릅나무 - 아카시나무를 닮은 회화나무의 근연종

낙은재 2020. 2. 29. 19:57

다릅나무


다릅나무

콩과 식물답게 꼬투리 열매가 달린다.


다릅나무는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서 드문드문 자생하는 큰 나무이며 여기 양평에서도 더러 보이는데도 그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비록 큰 나무이기는 하지만 개화기가 아니면 눈에 잘 뜨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잎 모양이 아카시나무와 매우 흡사한 기수 우상복엽이며 꼬투리 열매 모양도 아카시나무와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6~7월에 피는 흰색 꽃은 그 모습이 아래로 처지는 아카시나무의 꽃과는 달리 위로 솟은 모양을 하여 차이가 난다. 그 외에도 자세히 살펴보면 우상복엽을 구성하는 소엽의 수가 7~11개로 9~25개인 아카시나무에 비하여는 적고 전체 길이도 짧은 편이고 나무 전체에 가시가 없고 수피도 특이하여 금새 다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식물분류적으로도 다릅나무는 아카시나무와 같은 콩과 콩아과이기는 하지만 회화나무족으로 분류되어 아카시나무족으로 분류되는 아카시나무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같은 족(tribe)으로 분류되는 회화나무와 가까운 4촌 관계에 있지만 일반인들 눈에 보이는 외형은 회화나무가 더 큰 나무이고 꽃차례도 더 길고 큰 원추화서라서 총상화서인 다릅나무와 구분이 쉽게 된다.


다릅나무

콩과 콩아과 회화나무족 다릅나무속 낙엽 소교목

총상화서가 위로 직립하며 수피가 얇게 벗겨지는 것이 특징이다.


아카시나무

콩과 콩아과 아카시나무족 아카시나무속 교목

총상화서가 아래로 처지고 줄기에 가시가 있다.


회화나무

콩과 콩아과 회화나무족 회화나무속 낙엽 교목

꽃차례가 크고 긴 원추화서이고 열매가 염주형이라서 구분이 된다.


다릅나무의 학명 Maackia amurensis Rupr.는 러시아에서 활동한 오스트리아 출신 식물학자 Franz Josef Ruprecht (1814~1870)가 1856년 Maackia라는 속을 신설하면서 모식종으로 명명한 것이다. 속명 Maackia는 아무르강 유역 동식물 채집가로 유명한 러시아 자연학자인 Richard Maack(1825~1886)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아마 그가 채집한 표본을 근거로 명명한 것 같다. 그 외에도 Maack의 이름으로 명명된 학명이 많은데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생식물만 수십 종이 된다. 괴불나무 개벚지나무 좁은잎참빗살나무와 타래난초 엉겅퀴 여로 좀개미취 등이 그것들이다. 종소명 amurensis는 채집지인 아무르강 유역을 뜻하며 아무르강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지대를 흘러 동해 위쪽 타타르해협으로 들어가는 큰 강으로서 중국에서는 이를 흑룡강(黑龍江)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표식에서는 학명을 왜 Maackia amurensis Rupr. & Maxim.라고 표기하고 있을까? 느닷없이 Maxim. 즉 맥스모비치 이름이 추가가 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 맥스모비치 즉 Carl Johann Maximowicz(1827~1891)는 극동 아시아 식물 탐사와 연구에 매진한 러시아 식물학자로서 우리나라 식물 이름에 일본학자 나카이 못지않게 그의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하는 사람이다. 


1856년 루프레히트에 의하여 Maackia amurensis라고 신설된 다릅나무속으로 분류되었지만 1862년 조지 밴덤에 의하여 Cladrastis amurensis (Rupr.) Benth.로 유달회화나무속(Cladrastis)으로 변경되어 재명명된다. 그 때 지볼트의 조수로 일본을 방문한 독일학자 Heinrich Buerger(하인리히 부르거)가 채취한 표본을 대상으로 맥스모비치가 1873년 일본에서 자생하는 털이 있는 변종을 Cladrastis amurensis var. buergeri Maxim.라고 명명하게 된다. 그 당시 원종과 변종을 통합하여 분류하는 쪽에서 편의상 학명을 Cladrastis amurenzis (Rupr. & Maxim.) Benth.라고 표기한 것 같다. 그러다가 1907년 독일 식물학자인 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가 다시 다릅나무속으로 되돌려 Maackia amurensis var. burgeri (Maxim.) C.K. Schneid.라고 재명명을 한다. 따라서 원종도 당연히 원래의 학명인 Maackia amurensis Rupr.로 복구된 것이다. 그런데 이 털이 있는 일본 변종을 국제적으로는 널리 인정하지만 일본에서는 변종을 인정하지 않고서 원종인 Maackia amurensis에 통합시킨다. 그렇게 통합하더라도 학명은 Maackia amurensis Rupr.라고 표기해야 마땅한데 어쩐 일인지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과 중국도 Maackia amurensis Rupr. et Maxim.라고 표기하여 마치 당초에 루프레히트가 맥스모비치가 공동으로 명명한 것처럼 하고 있다. 그러나 알고보니 우리나라는 이미 2013년에 명명자를 Rupr.로 제대로 수정하였으나 웹상 수정이 안되어 아직 Rupr. & Maxim.로 뜨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다릅나무라는 우리나라 이름의 출처는 1690년 숙중 8년에 역관 신이행 등이 발간한 중국어 사전 역어유해(譯語類解)에 근거한다. 거기에 중국어 포화목(炮火木)을 다릅나모로 풀이한 내용이 나온다. 17세기 다릅나모라고 하던 것이 나중에 다릅나무로 변했다고 국어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후기 실학자 유희(柳僖)가 1820년대에 저술한 일종의 어휘사전인 물명고(物名攷)에는 포화목(炮火木)을 다릅나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릅이 무슨 뜻이냐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쉽게 설명을 들을 수가 없다. 다릅이 강원도 방언으로 나람 다람 다랍으로도 불렸다는데 그 방언들을 보아도 짧은 지식으로는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리고 다릅나무의 중국어라는 포화목(炮火木)도 그 정체를 중국에서도 파악하기 어렵다. 포화(炮火)는 화포의 사격 또는 그 사격에 의하여 발생하는 화염을 뜻한다. 포화목이란 총포 제작의 재료로 쓰인 나무라던지 아니면 꽃이나 잎이 화염같이 생겼다는 것이라야 할 터인데 다릅나무의 꽃모습은 화염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총개머리판은 주로 가래나무로 만들지만 과거에 중국 동북지방에서 다릅나무를 총포제작용으로 사용하였을 수는 있다. 실제로 다릅나무의 목재는 단단하여 난간의 기둥이나 도끼 자루 또는 수레의 부품 등으로 사용되었다. 


1690년 발간된 역어유해와 1820년대 발간된 물명고에 모두 포화목(炮火木)을 다릅나무로 풀이한다.


포화목의 정체와는 무관하게 다릅나무라는 우리 이름의 유래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래서 어원을 알아보니 고맙게도 수피의 지저분함과 목재의 아름다움의 다름 즉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오찬진박사 등이 저술한 "숲을 말한다 - 나무이야기"라는 도감에서 설명하고 있다. 적어도 도감이라면 이렇게 우리 이름에 대하여 나름대로 유래를 밝히던가 아니면 최소한 의견 제시라도 해야 한다고 본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자기가 아는 것만 기록하는 도감은 별 쓸모가 없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외국 도감들을 그렇지 않다. 예를들면 열매가 잘 열리지 않는 나무의 경우 열매를 관찰한 바 없음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를 한다. 그래야만 기록된 나머지 정보에 대한 신뢰가 가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을 끝까지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서 그 내용이 어떠한지는 알 수가 없다. 여하튼 다릅나무는 표리부동(表裏不同)에서 왔다고 풀이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겉 즉 수피와 속 즉 재질의 다름이 아니라 속의 목재가 가장자리인 변재(邊材)와 가운데 심재(心材)의 차이가 너무나도 뚜렷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릅나무는 변재는 황색이고 심재는 거의 흑색에 가까워 매우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 그래서 이들 색상의 차이를 이용한 공예품을 만들기도 한다.


2015년에 발간된 숲을 말한다 - 나무이야기


다릅나무의 변재는 황색 심재는 흑갈색으로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


다릅나무속은 전세계 10종이 분포하는데 모두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그 중 절반 정도는 중국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아무르강 유역에서 처음 서양학자에게 발견된 다릅나무는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의 중부 이북지방 그리고 중국 동북지방 및 극동러시아에서 자생하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놀랍게도 조선괴(朝鲜槐)라고 한다. 조선괴란 조선회화나무라는 뜻이다. 서두에서 다릅나무는 식물분류학적으로는 회화나무와 근연관계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듯이 중국에서는 회화나무가 속하는 회화나무속 뿐만 아니라 회화나무족(tribe)으로 분류되는 식물 대부분을 모두 괴(槐)라고 한다. 그래서 회화나무를 괴(槐)라고 하는 것은 물론 다릅나무를 조선괴(朝鲜槐)라고 하고 유달회화나무속(Cladrastis)도 향괴속(香槐属)이라고 한다. 조선괴란 조선에 자생하는 괴라는 뜻인데 중국에도 분포하는 이 수종을 조선회화나무라고 부른다는 것이 흥미롭다. 과거 고조선시대에 중국에 알려진 나무도 아니고 최근에 아무르강 유역에서 서양인들에 의하여 처음 발견된 중국 동북지방에 널리 자생하는 수종인데 조선괴를 중국 정명으로 삼은 것은 고려괴(高丽槐)라고 부르는 이름도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실제로 자생지 동북지방에서는 주로 산괴(山槐) 또는 회괴(櫰槐=怀槐)로 불리지만 산괴는 본토에 자생하는 근연종 Maackia hupehensis 즉 마안수(马鞍树)로 불리는 수종 등과 중복되는 이름이고 회괴(櫰槐)는 중국의 최초의 자전인 이아(尔雅)에 櫰槐, 大叶而黑(회괴, 대엽이흑)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회괴는 잎이 크고 검다는 것인데 수피로 보나 심재로 보나 다릅나무가 회화나무에 비하여는 검고 잎도 크다. 그런데도 이아(尔雅)가 중국 전국시대와 한나라시대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전인데 거기에 등장하는 나무가 과거 고조선의 영토인 동북지방에서만 자생하는 것이라는데서 인정하기 싫은 눈치 같다. 그래서 중국식물지에는 이명으로 조차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중국에서 회괴(櫰槐=怀槐)라 하면 그냥 조선괴로 널리 통한다. 일본에서 자생하는 털이 있는 변종을 지금도 모엽회괴(毛叶怀槐)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과거에는 회개(怀槐)로 불렀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 외에도 다릅나무의 이명으로 황포목(黄包木)과 황색목(黄色木)이 있는데 수피의 속 변재의 노란색이나 황색 염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결국 그 많은 이름들 중에서 적당한 이름을 찾기 어려워 결국 자기나라에 자생하는 수종에다가 조선(朝鲜槐)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중국에서는 동북지방의 옛 이름이 조선(고조선)이었기에 자기들 역사의 일부로 인식하기 때문에 조선괴가 결코 대한민국의 회화나무라는 뜻으로 붙인 것은 아닐 것이다. 여하튼 중국에서는 포화목(炮火木)이라는 존재를 찾을 수가 없다.


다릅나무의 수피는 검고 변재는 노랗고 심재는 검다.

경피에는 독성이 있다.


일본에서도 다릅나무가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는데 잎뒷면이 온통 털로 덮여있어 잎 양면에 털이 없는 우리 자생종 다릅나무와는 다르다. 그래서 이를 변종인 Maackia amurensis var. burgeri로 러시아학자 맥스모비치가 명명하였음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변종이 드물지만 일부 자생하는데 우리는 이를 엉뚱하게 개물푸레나무라고 부른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이 이를 하위 변종으로 인정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릅나무 원종에 통합하여 분류한다. 일본에서는 다릅나무를 이누엔쥬(イヌエンジュ)라고 하며 한자로는 견괴(犬槐)라고 한다. 일본에서 엔쥬(エンジュ)가 회화나무를 뜻하므로 イヌエンジュ는 개회화나무라는 뜻이다. 회화나무의 일종으로 인식하는 것인다. 엔쥬(エンジュ)는 한자로 괴(槐)라고 쓰지만 발음 그대로는 연수(延寿)이다. 연수는 수명을 연장한다는 뜻이므로 장수와 같은 말이다. 회화나무를 장수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과 일본에서는 다릅나무를 부르는 이름만 봐도 회화나무와 비슷한 나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회화나무와 관련된 이름은 없고 그 대신에 개물푸레나무와 개박달나무라는 것이 있고 나머지는 쇠코뚜레와 관련된 이명들이다. 이 나무 가지로 쇠코뚜레를 만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참고로 우리나라도 개회화나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게 변하여 개회나무가 된 것이다. 개회나무는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 소교목 또는 교목이다.


등록명 : 다릅나무

이  명 : 개물푸레나무, 개박달나무, 소터래나무, 쇠코둘개나무, 쇠코뜨래나무, 좀실다릅나무

학  명 : Maackia amurensis Rupr.

분  류 : 콩과 다릅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한중일러

중국명 : 조선(朝鲜槐), 고려괴(高丽槐), 회괴(槐=怀槐), 산괴(山槐), 황포목(黄包木), 황색목(黄色木) 

일본명 : 이누엔쥬(犬槐) = 개회화나무

영어명 : Amur maackia

수  고 : 15m (통상 7~8m)

수  피 : 흑갈색, 담록갈색, 박편박락

가  지 : 자갈색, 갈색피공, 유시모, 후 광활

맹  아 : 약간 편평, 아린소, 외면무모

잎차례 : 우상복엽, 장 16~21cm, 소엽 7~11, 대생 혹 근대생

소  엽 : 지질, 난형, 도란상타원형 혹 장란형, 3.5~9.7cm 길이 1~4.9cm 너비, 선단둔, 담점첨, 기부활설형 원형, 유엽 양면 백색모, 후 탈락

소엽병 : 3~6mm

꽃차례 : 총상화서 3~4 집생, 5~9cm 길이

총화경 : 화경과 함께 갈색 유모

꽃망울 : 갈색단모, 화밀집

꽃자루 : 4~6mm

꽃받침 : 종상, 길이 너비 4mm, 5 천치, 황갈색유모

꽃부리 : 백색, 7~9mm 길이

기  판 : 도란형, 3~4mm, 정단미요, 기부점협성병, 반권 

익  판 : 장원형, 기부 양측 돌기

자  방 : 선형, 황갈색모

협  과 : 편평, 3~7.2cm 길이, 1~1.2cm 너비, 복봉 무시 혹 관1mm 협시, 암갈색, 외피단모 근무모

과  경 : 5~10mm, 무과경

종  자 : 갈황색, 장타원형, 8mm, 무배유

화  기 : 6~7월

과  기 : 9~10월

목  재 : 변재 황색 또는 홍백색, 심재 흑갈색, 재질 치밀, 초견중, 유광택, 거축 기구 가구재

용  도 : 수피와 잎 탄닌 함유, 염료 및 약용, 종자 착유

효  능 : 풍습(风湿) 소염(消炎) 진통(镇痛) 건위(健胃) 지혈(止血)

내한성 : 영하 40도


다릅나무


다릅나무


다릅나무


다릅나무

기판은 뒤로 말린다.


다릅나무


다릅나무


다릅나무


다릅나무

양평의 경우 용문면에 더러 자생하지만 인근 가평의 유명산 입구 계곡가에 군락으로 자란다.


다릅나무


다릅나무


다릅나무

광릉국립수목원


다릅나무

종자의 모양이 역시 콩과 식물이라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