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 '시체가방'에 넣는다…펄펄 끓는 美·유럽의 응급처치

박소영 2023. 7. 25. 16: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반구 곳곳이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펄펄 끓는 가운데 미국에선 화상·열사병 환자가 급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남유럽 그리스에선 건조한 지대가 늘면서 대형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美 폭염 동부 지역까지 확대


한 등산객이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극심한 더위를 경고하는 표지판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국립기상청은 24일(현지시간) "남서부 지역(텍사스·애리조나·플로리다·네바다주 등)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폭염이 이번 주 중부와 동부 지역으로 확대된다"고 예보했다. 중부 지역의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등, 동북부 지역의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까지 섭씨 40도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 남서부는 계속 뜨겁다. 특히 애리조나주 피닉스시는 이날 섭씨 46.6도를 기록하면서 섭씨 43도 이상의 고온이 25일동안 지속했다. 역대 최장기간 폭염으로, 종전 기록은 1974년 당시 18일이었다. 국립해양대기국(NOAA) 통계와 워싱턴포스트(WP)의 분석에 따르면 피닉스는 한 달 동안 평균 기온이 38도를 넘어서는 미국의 첫 주요 도시가 될 전망이다.


데스밸리 등에서 사망자 속출

폭염으로 인한 사상자도 급증하고 있다. 미 남서부에 있는 데스밸리 국립공원,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밸리오브파이어 주립공원 등에서 최소 7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하이킹을 하던 중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닉스시 인근 마리코파 카운티에선 올해 최소 18명이 더위와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섭씨 55도를 찍은 온도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증 화상 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24일 BBC방송에 따르면 애리조나 화상센터에서 화상 환자 200여명이 치료받고 있고 그중 45명이 입원했다. 입원 환자 중 30%가 뜨거워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접촉해 화상을 입었다. 케빈 포스터 박사는 "원래 여름철에 화상 환자가 다소 많기는 하지만, 올해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뜨거운 표면에 머무를 경우 10~15분안에 화상을 입어 피부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피닉스의 벨리와이즈의료센터에선 폭염 관련 환자들을 위한 응급처치로 시신을 넣는 가방을 활용하고 있다. 환자를 얼음이 가득 채워진 시신 가방에 넣어 열을 식히는 것이다. CNN은 원래는 얼음이 가득 찬 욕조를 사용했지만, 열사병 환사가 많아지면서 시신 가방이 차선책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그리스 곳곳 산불로 대피 행렬

관광객들이 지난 22일 그리스 로도스 섬의 한 해변에서 대형산불로부터 대피하기 위한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도 최고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그리스는 기록적인 고온으로 건조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대형산불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날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발생한 그리스 동남부 로도스 섬의 산불은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 강한 바람까지 겹치면서 통제 불능상태가 돼 이날 주민과 관광객 등 수백명이 추가로 대피했다.

앞서 22~23일에는 로도스 섬에서 3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피신시키는 그리스 사상 최대 규모의 화재 대피 작전이 벌어졌다. 로도스 섬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남성은 "산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성경에 나오는 재앙과도 같았다"고 묘사했다.

서부 코르푸 섬에서도 산불이 거세져 이날 2500여명이 대피했다. 그외 남부 에비아섬과 펠로폰네소스 일부 지역에도 산불이 났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우리는 전쟁 중이다. 기후 위기는 이미 이곳에 있다"면서 "앞으로 몇주 동안 지속적으로 화재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유럽산불정보시스템 자료를 인용해 이날 현재까지 올해 그리스 면적 2만9429헥타르(ha)가 불에 탔으며 이는 최근 몇년 평균의 2.5배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리스 면적은 1320만헥타르(ha)다.


폭염에 산불까지 관광업 타격

한 여성 관광객이 지난 21일 그리스 아테네의 인기 관광지 고대 아크로폴리스 언덕 꼭대기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리스는 올여름 폭염과 산불 사태로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는 관광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외무부는 이날 로도스 섬과 코르푸 섬 등에 여행경보를 발령했고, 영국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그리스로의 여행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그리스 등 남유럽이 여름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감소돼 지역 경제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럽관광위원회(ETC)가 이달 유럽인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올해 지중해 나라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남지중해 연안국 알제리에서도 이날 폭염으로 산불이 커지면서 30명 이상이 사망했다. 수도 알제 동쪽의 베자이아·부이라·지젤 등의 주에서 특히 심해 1500명 이상의 주민이 긴급대피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