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의 풀꽃나무이야기] 승마(升麻)-세잎승마-눈빛승마는 구분해야.. 잘못된 자료가 너무 많아

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 2018. 10.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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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승마를 아시는지요? 인터넷 검색창에서 ‘승마’를 쳐보면 달리는 말과 관련된 승마(乘馬) 정보만 잔뜩 나타납니다. ‘식물 승마’라고 정확하게 검색어로 입력해야 원하는 승마(升摩) 정보가 뜹니다.

승마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또는 ‘진통과 해열 및 해독에 쓰는 약재’ 말입니다. 승마는 잎이 삼베를 만드는 마(麻)와 비슷하고 성질이 상승(上昇/上升)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승마의 뿌리를 차처럼 달여 마시고는 속의 기운이 머리 쪽으로 뻗쳐오르는 아찔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존의 자료 중 제대로 된 승마 자료라고 할 만한 게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자료마다 승마에 대한 설명과 식별 포인트가 다른 데다 유사종이 많아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승마속 식물은 9종 정도입니다.

일단 승마(Cimicifuga heracleifolia)와 승마의 변종인 세잎승마(Cimicifuga heracleifolia var. bifida)가 있고, 그들과 매우 비슷해서 헷갈리는 눈빛승마(Cimicifuga dahurica)와 황새승마(Cimicifuga foetida)를 구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촛대승마(왼쪽 사진)는 꽃차례가 곧게 선다. 반면 숙은촛대승마는 꽃차례가 아래로 휜다.

황새승마는 승마에 비해 씨방이 5~6개 정도로 많고 꽃이 칙칙한 황색이라고 하는데, 남한에서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는 종으로 알고 있습니다.

꽃차례가 촛대처럼 곧고 길쭉한 촛대승마(Cimicifuga simplex)와 꽃차례가 낚싯대처럼 아래로 숙여지며 휘어지는 숙은촛대승마(Cimicifuga austrokoreana)는 잎이 3회까지 좁게 갈라지며 꽃자루가 긴 점 등이 승마와 다르니 이 글에서 애써 구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왜승마(Cimicifuga japonica)와 개승마(Cimicifuga biternata)는 사뭇 더 다른 식물이고, 그중 개승마는 분포 여부조차 불분명한 종입니다. 검은승마(Cimicifuga racemosa)는 서양에서 들여온 재배식물이니 이 역시 비교해 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눈개승마나 한라개승마 같은 것은 이름만 비슷할 뿐 승마속이 아닌 눈개승마속 식물이니 비교할 의미가 없습니다. 나도승마는 범의귀과 식물이라 전혀 다른 식물이고요. 그러니 승마와 세잎승마와 눈빛승마만 구별할 줄 알면 됩니다.

왜승마는 작고 제주도에서만 자란다

그런데 승마는 자료가 많이 부족합니다. 얼마 되지 않은 승마의 사진 자료를 찾아보면 멀리서 찍었거나 대충 찍어서 그게 진짜 승마인지 판가름하기 어렵거나 눈빛승마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지도 않은 자료를 모두 다 의심해야 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승마를 야생에서 실물로 보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은 몇몇 고수의 블로그나 야생화 동호회 사이트에 약간의 사진 자료가 올려져 있긴 합니다.

승마 사진이 맞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역시 꽃봉오리나 열매 사진 아니면 멀리서 전체적으로 찍은 사진이라 승마의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가장 중요한 꽃 부분을 세세하고 명확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아니라면 유사종과 비교해 보기가 어려우니 별 소용이 없습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승마는 남한에 없는 종이라고 했었습니다. 내로라하는 박사님들도 보지 못한 종이라고 하니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의 육지와 연결된 어느 섬에 승마가 있다는 논문이 2014년에 발표된 것을 보고 약간 놀랐습니다.

승마(왼쪽 사진)와 눈빛승마

깊은 산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는 종이 어떻게 서해안의 낮은 섬 지역에 있단 말입니까? 그 논문에는 잘못된 내용도 약간 포함된 것 같았기에 승마의 경우에도 잘못 동정(同定: 생물의 분류학상 소속이나 이름을 바르게 정하는 것)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의 그 섬에 찾아가 본 적이 있습니다. 열매 달린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았는데 의외로 키가 큰 식물이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승마는 키가 1~1.2m로 작다고 하니 키가 크다면 눈빛승마일 가능성이 크겠구나 싶어 역시나 논문의 저자가 잘못 동정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열매 사진조차 찍어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승마가 충청남도의 바닷가 근처 산지에도 있다고 하지 뭡니까? 분포지가 너무 엉뚱해서 믿고 싶지 않았지만, 워낙 실력 있는 박사님의 확언이어서 부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학계에서는 이미 진짜 승마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보이는 식물이 아니어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승마의 꽃차례는 2회 겹총상꽃차례다

해서 정확한 승마 사진 자료의 확보를 위해 개화기에 맞춰 다시 경기도의 그 섬을 찾아가 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자료에 승마는 8~9월에 핀다고 되어 있기에 8월 말경에 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승마는 9월 말이나 돼야 핀다는 정보를 재야 고수한테서 전해 들었습니다.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추운 북부 지역의 승마가 아니라 남한의 승마라서 그런 걸까요? 어째서 자료와 달리 승마의 개화기가 9~10월이라는 건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 쳐놓고 기다리다가 조급한 마음에 9월 중순경에 경기도의 그 섬을 방문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어두워서 시야가 좋지 못한 숲을 바짓가랑이 다 적시며 헤집고 다녀서 겨우 찾았건만, 승마는 꽃봉오리 상태였습니다.

열매를 봤던 때의 기억처럼 그곳의 승마는 키가 매우 컸고, 개중에는 사람보다 큰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승마의 키가 1~1.2m 또는 1.5까지 자란다고 되어 있는 자료는 틀린 것이고, 1~2m 정도라고 해야 맞을 듯했습니다.

눈빛승마의 꽃차례는 3회 겹총상꽃차례다

승마의 분포지와 개화기와 키에 있어 왜 이런 오류들이 발생한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그 이유가 세잎승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승마에 대한 자료는 대개 세잎승마의 자료이며 그렇게 된 이유는 승마의 변종인 세잎승마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승마로 기록했다는 데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10일 후인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을 할애해서 또 그 섬에 발을 들였습니다. 아, 그런데 그때도 승마는 피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와야 한다는 게 너무 억울해서 다른 개체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의외로 승마는 그곳의 넓은 지역에 퍼져 자라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운 좋게도 아주 멀리 떨어진 지역을 먼저 뒤지다가 꽃이 핀 개체를 3개나 발견했습니다.

이쯤에서 공부 들어갑니다. 승마와 가장 비슷한 눈빛승마는 꽃이 암수딴그루 또는 잡성화로 피는 점이 특징입니다. 잡성화는 단성화와 양성화가 한 개체에 함께 달릴 때 쓰는 용어인데, 눈빛승마의 경우에는 수꽃만 피는 개체 외에 양성화와 암꽃이 함께 피는 개체가 따로 있습니다.

승마의 꽃대축의 털과 꽃자루의 관절

승마는 그렇지 않고 양성화로만 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알려졌습니다. 1주일 후에 다시 찾아 여러 개체의 꽃을 관찰한 결과 그건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걸 확인하려고 꽃차례 주위를 돌다가 승마의 꽃에서 독특한 향기가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코를 대보니 고급 샌드위치 같은 향이 맡아졌습니다. 와 닿지 않는 표현일 것 같기는 하나 정말로 그랬습니다. 눈빛승마의 꽃에서 나는 향기와 비슷한데 좀 진한 것 같았습니다.

어떤 자료에서는 황새승마의 꽃에서 취기(臭氣)가 난다고 되어 있던데, 각각의 종마다 꽃의 향기가 약간씩 다른 건지 비슷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황새승마는 꽃이 칙칙한 엷은 황색이며 잎이 2~3회 3출복엽이라고 하니 그곳의 것이 황새승마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꽃의 성별 외에 승마의 꽃차례가 눈빛승마의 꽃차례와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였습니다. 그게 뭘까 하고 유심히 살펴보다가 알아냈습니다. 눈빛승마는 꽃차례가 옆으로 퍼져 풍성하게 달리는 데 비해 승마는 갈라짐이 거의 없이 위로 달리는 모양새라 늘씬했습니다.

눈빛승마의 꽃대축의 털과 샘털

자료를 보면 승마나 눈빛승마나 모두 복총상화서(複總狀花序)인 것으로 나옵니다. 복총상화서는 겹총상화서 또는 겹총상꽃차례와 같은 말로 총상꽃차례가 겹으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같은 겹총상꽃차례인데 왜 느낌이 다른 걸까 하고 비교해 보다가 또 알아냈습니다. 승마는 2회에 걸친 겹총상꽃차례라 비교적 단순하고 늘씬해 보이는데, 눈빛승마는 3회에 걸친 겹총상꽃차례라 승마보다 복잡하고 풍성하게 옆으로 퍼지며 고개를 수그리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식별 포인트를 발견했습니다. 어떤 박사님의 검색표를 보면 촛대승마와 황새승마와 눈빛승마는 꽃대축에 털과 선모(샘털)가 있고, 승마는 꽃대축에 털은 있지만 선모가 없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다지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건만 그것만 보면 아주 또렷이 승마와 눈빛승마가 구별됐습니다. 꽃대축뿐 아니라 꽃자루도 그러했습니다. 혹시 선모가 아니라 다른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차이점인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세잎승마의 꽃대축의 털과 꽃자루의 관절은 승마와 같다

세잎승마는 승마와 비슷하지만 이름처럼 작은잎이 3개씩 달리는 것(3출복엽)만 다른 변종입니다. 그러므로 승마와 마찬가지로 꽃대축에 털은 있지만 선모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눈빛승마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기에 찍어 온 세잎승마의 꽃차례 사진을 살펴보니 정말로 그런 점이 보였습니다.

그 점만 알면 승마 또는 세잎승마를 눈빛승마와 확실히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승마나 세잎승마는 꽃대축과 꽃자루가 모두 녹색이고 꽃받침 바로 밑에 확실한 관절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눈빛승마는 꽃대축과 꽃자루가 모두 흰색이고 꽃받침 바로 밑의 관절이 불확실한 편이어서 그 점으로도 구별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승마에 대한 기존 자료를 보면 대개 잎이 1~2회 3출복엽이라고 나옵니다. 꽃이 피는 개체는 대개 2회 3출복엽이 달리지만 꽃 없이 잎만 나와 있는 개체는 1회 3출복엽인 것도 있기에 글 설명이 틀린 건 아닙니다.

세잎승마의 꽃차례는 승마와 같다.

또한 줄기 쪽에 달리는 잎은 1회 3출복엽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세잎승마의 잎이 1회 3출복엽이다 보니 1~2회 3출복엽이라는 승마의 설명에 세잎승마도 포함됩니다.

아무튼 세잎승마의 존재를 모른 채 기존 자료대로 승마의 잎을 1~2회 3출복엽인 것으로 아는 학자라면 깊은 산에서 자라는 세잎승마를 승마로 잘못 동정해서 기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저명한 학자인 두 박사님의 검색표는 물론이고 2000년 이전에 나온 그 어떤 박사님의 도감에도 세잎승마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다. 세잎승마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일 겁니다.

2004년에 나온 어떤 박사님의 미니 도감에서야 소개된 것으로 보아 세잎승마는 근자에 들어서 기록되기 시작한 식물 같습니다.

세잎승마는 이름 그대로 3개의 작은잎이 달리는 3출복엽인 점이 승마와 다르다

그러니 그동안에는 세잎승마를 승마로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기에 분포지와 개화기와 키에 대한 자료가 진짜 승마와는 맞지 않고 모두 세잎승마와 맞아떨어지는 것입니다.

승마가 사는 또 다른 곳인 충청남도의 바닷가 근처 산지도 가보았습니다. 그러나 자생지 환경이 달라져서인지 그곳의 승마는 꽃대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 잎과 뿌리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승마는 뿌리가 자흑색(붉은빛이 도는 검은색)이라는 자료가 있는데, 약간 그런 느낌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눈빛승마의 뿌리도 그러하므로 승마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합니다.

이렇듯 식물분류학이 발달하기 전에 하나의 약재 이름으로 총칭된 식물들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오류가 발생하곤 합니다. 그 오류가 검증 없이 대물림되면서 여전히 남아 후학들을 괴롭히거나 약 올립니다.

승마의 뿌리 쪽 잎과 줄기 쪽 잎

그나마 승마처럼 실체라도 어딘가에 남아 있으면 다행입니다. 면밀하게 조사하면 다 나오니까요.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고통에서 희열로 바뀌는 순간이야말로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유레카!

그런데 후학들도 문제가 좀 있다 싶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승마에 대한 표본 자료가 얼마나 있을까 하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들어가 검색해 보니 승마 표본이 엄청나게 많이 뜨는 겁니다.

이상하다 싶어 하나씩 살펴보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습니다. 세잎승마나 눈빛승마를 승마로 잘못 동정한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그 외의 것은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전북 무주군 덕유산에서 채집된 것은 승마가 아니라 숙은촛대승마이고, 울릉도에서 채집된 것은 승마가 아니라 눈개승마이며, 제주도에서 채집된 것은 승마가 아니라 왜승마였습니다.

승마의 뿌리

숙은촛대승마, 눈개승마, 왜승마는 승마와 달라도 너무 달라서 이 글에서 비교도 하지 않은 식물입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확연히 다른 그 식물들을 왜 다 승마로 동정해 놓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모르긴 해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올려진 176개의 표본 중 진짜 승마라고 확실하게 판정할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눈앞이 캄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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