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늘어난 쥐 떼에 고통받는 뉴욕

  • 루시 후커
  • BBC 비즈니스 리포터
쥐 떼는 2021년 뉴욕시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 중 하나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쥐 떼는 2021년 뉴욕시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 중 하나다

지난 9월 디엠 보이드는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한 식당의 야외석에 앉아 있었다. 이때 여러 마리의 쥐가 그의 발밑을 가로질렀다.

그는 "몇 초 만에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며 "입맛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시민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드와 마찬가지로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거주하는 데버라 곤잘레즈는 "밤에 나오면 쥐를 발견할 수 있다"며 "이 구역을 걸으면 쥐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렵지만, 올해 뉴욕시에서 접수한 설치류 관련 민원 직통전화 건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15% 증가했다.

뉴욕 시민인 마르첼 로차는 "물론 뉴욕에는 항상 쥐가 있었지만 이제는 더 커지고 대담해졌다"며 "사람에게 달려들거나 공중제비를 하는 등 거의 체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드, 로차,곤잘레즈는 뉴욕에서 식당이 거리를 침범하는 방식에 반대한다
사진 설명, 보이드, 로차,곤잘레즈는 뉴욕에서 식당이 거리를 침범하는 방식에 반대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변했을까?

보이드, 곤잘레즈, 로차는 식당 야외석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한다. 뉴욕에는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이 밖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야외석을 설치한 식당이 많아졌다.

수백 개의 뉴욕 거리를 따라 늘어선 임시 야외석은 도심 풍경을 완전히 바꿨다. 때로는 거리 양쪽을 따라 늘어섰을 정도다.

규모를 대략적으로 파악해 보면 1만1000곳 이상의 야외 식사 공간이 있다.

일부는 기본적인 뼈대만 있고 의자 여러 개를 비치한 공간이지만, 바닥이 깔린 견조한 구조물에 장식용 조명과 화분, 전열기를 비치한 곳도 있다.

뉴욕 거리 수백 곳에는 임시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 설명, 뉴욕 거리 수백 곳에는 임시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보이드, 곤잘레즈, 로차는 야외석으로 인해 검은색 플라스틱 쓰레기봉투가 거리 한쪽에 산처럼 쌓이고 있으며 이는 장판 밑의 쥐들에게 완벽한 은신처라고 말한다.

야외 테라스 석은 지난 1년 반 동안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뉴욕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로차는 "인파와 소음으로 인해 이곳은 생지옥이 됐다"고 말했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항상 활기찬 지역이었지만 지난여름에는 마치 "페스티벌 장소에서 사는 듯한" 기분이었다는 설명이다.

팬데믹 초기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개방형 식당' 계획에 착수했다. 이는 교통이 덜 혼잡하고 시민과 방문객 중심으로 운영되는 뉴욕시의 원대한 비전의 일부였다. 무엇보다 이 계획은 서비스 업종에 생명줄을 제공했다.

주민들은 야외 식사 열풍이 통행 및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 설명, 주민들은 야외 식사 열풍이 통행 및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원래 야외 식사 공간 허가는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인 긴급 조치였다. 하지만 2020년 말 식당 내 식사가 가능해지면서 드블라지오 시장은 이를 영구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개방형 식당은 주요 업종을 뒷받침하고 공공장소를 재해석하는 크고 대담한 실험이었으며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장기적인 회복을 시작함에 따라 뉴욕을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로 유지하기 위해 해당 조치를 연장하고 확장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선출직으로 구성된 뉴욕시의회는 현재 야외 식사를 제한하는 구역 규제 철폐 안건에 관해 토론하고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보이드∙곤잘레즈∙로차와 같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그들은 야외석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10명이 넘는 시민들과 연대해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뉴욕시가 영구적인 야외 식사 및 사교 활동 확대 조치가 미칠 영향에 대해 좀 더 면밀히 검토하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다.

곤잘레즈는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 조치가 처음 시행됐을 때 시민들은 곤경에 빠진 서비스업을 돕고자 이를 지지했지만,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쥐와 인파, 토사물과 쓰레기도 문제지만 노인들이 복잡한 거리를 걷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소방차가 야외 식사 공간으로 채워진 거리를 지나가기 위해 기어가듯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으며 지난 5월 뉴욕 소방국은 트위터를 통해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중식당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했을 때 야외 식당들로 인해 도착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차이나타운에서 퀸스, 브루클린에서 그리니치 빌리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민들이 야외 식당의 영향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는 야외 식당이 시끄러운 밤 문화가 지배적이지 않았던 지역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는 기존의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일부 야외 공간은 플라스틱 시트로 둘러싸여 식사 공간 환기라는 기존의 보건∙안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더는 사용되지 않고 황폐해진 공간에는 그래피티가 그려졌다.

보이드는 "마치 판자촌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진 않는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포시티아를 운영하는 제이컵 시왁 총주방장은 곤잘레즈의 집 맞은편에 살고 있는데, 야외 식당에 대한 비판에 오히려 분노했다.

시왁은 "나는 사람들이 수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에도 사소한 문제들에 집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왁은 그의 레스토랑이 구역 전체에 가치를 더했다고 확신한다. 그는 "(뉴욕시가 외부 식사 공간을 허용함에 따라)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할 수 있었다"며 "나는 많은 직원을 고용했고 이들에게 뉴욕시 기준 생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공간의 도로 침범에 관한 규정이 이미 존재하며 이는 도로에 주차한 자동차 한 대 폭 정도라고 지적했다. 식사 공간 때문에 응급 차량 통행이 힘들다는 우려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시 쓰레기 수거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외부 식사 공간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인해 문제가 악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도자기 접시와 천으로 만든 냅킨, 은식기를 사용한다"며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앤드루 리기 뉴욕시 서비스업 연맹 사무총장은 외부 식사 공간을 영구적으로 허용하는 조치가 뉴욕의 오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대부분의 쓰레기는 검은색 플라스틱 봉지에 담겨 도로 한 켠에 버려지며 쓰레기가 가정용인지 상업용인지에 따라 공공 또는 사설 업체가 수거한다.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되고 야외 식사 공간이 들어서면서 시스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리기 사무총장은 쓰레기 수거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면서도 야외 식사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실적으로 식당과 고객 모두 야외 식사를 즐기고 있다"며 "영구화 조치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정점에 도입된 현재 임시 프로그램이 영구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뉴욕시가 주민들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위생과 소음, 허가 대상 등 새로운 기준과 규제를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어떤 활동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뉴욕은 거대하고 복잡한 도시이며 공공장소 활용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시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주요 원칙이 접근성과 외관이라고 밝혔다. 세부 원칙에는 청결성과 형평성이 포함된다. 모든 주민을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응급 차량 통행을 포함한 안전 문제나 생활 환경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향후 영구 프로그램을 감독하게 될 뉴욕시 교통국은 기획국과 함께 협의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뉴욕시민의 의견을 듣는다.

행크 거트먼 교통국장은 "야외 식당의 엄청난 성공은 시민들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거리를 재설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거트먼은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접근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소음과 운영시간, 위생 등의 우려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들은 협의 과정에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 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 조치에 대한 감독이 허술하게 이뤄졌으며 영구 조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엄격한 기준이 도입되더라도 계획을 실행하는 주체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는 것이다.

보이드는 "이건 더 이상 회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식당이 거리를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해 수용력을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은 임대주들이 뉴욕시 역사상 가장 큰 공공 토지를 선물 받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대주들이 임대료를 올리고 소규모 사업장보다 술집이나 레스토랑을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여러 지역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이드는 "우리의 궁극적인 주장은 공공 안전∙보건 문제를 넘어선 모든 것을 아우른다"며 "토지 개발업자와 임대주들이 뉴욕 시민의 일상을 희생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