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잉글랜드 지역 삼림 파괴자로 등극한 한국산 지렁이
유럽산 지렁이와 달리 빠르게 확산하며 생태계 파괴
왕성한 식욕으로 미생물 섭취후 건조한 배변토 남겨
보스톤코리아  2022-04-28, 18:52:56 
머리쪽에 흰띠를 두른 한국산 지렁이가 미국으로 건너와 땅의 양분을 흡수해 야생식물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 파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머리쪽에 흰띠를 두른 한국산 지렁이가 미국으로 건너와 땅의 양분을 흡수해 야생식물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 파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한국에서는 비옥토의 상징이던 지렁이가 태평양을 건너와 삼림의 파괴자로 등극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의 실현인가. 한국땅의 히어로(hero)가 빌런(villain)이 된 셈이다.  

뒷뜰의 잡초를 뽑을 때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발견하고 땅이 비옥한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씁쓸한 이야기가 보스톤글로브는 27일자 인터넷 신문에 실렸다. 머더호넷, 자이언트 조로 스파이더에 이어 또다른 아시안 외래종인 점핑 웜(jumping worms)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점핑 웜은 다름 아닌 한국산 지렁이다. 한국과 일본이 원산지며 뱀지렁이(snake worms), 뛰는지렁이(jumping worms), 미친지렁이(crazy worms)로 불린다. 지렁이의 움직임과 미국의 삼림 생태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미에서 불리는 이름들이다. 머리에 가까운 몸에 하얀띠(clitellum)를 두르고 있다. 


메인 농업 삼림보존부의 원예전문가의 개리 피시씨는 “유럽산 지렁이(nightcrawler)에 비해 이들이 꿈틀대며 몸부림치는 정도가 심하며 마치 뱀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고 설명했다. 

메인주 웹사이트는 지렁이들을 모아두면 “미친듯이 몸부림치고 몸을 비틀며 심지어 (많이는 아니지만) 튀어 오르고 위협받은 뱀처럼 움직인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국산 지렁이는 이미 1세기 전 메인에서 발견되었으며 최근들어 유럽산 지렁이를 누르고 급속히 그 세력권을 넓혀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는 뉴잉글랜드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피시씨는 “사람들이 이 지렁이를 발견하고 이를 알린 것이 약 10-15년 정도”였으며 이제는 “메인의 16개 카운티 중 10개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보스톤글로브에 밝혔다.

뉴잉글랜드 뿐만 아니다. 구글로 검색하면 동북부뿐만 아니라 앨라바마, 위스콘신, 미네소타 등에서도 10-15년전부터 이 지역들을 점령하고 있다. 이 지렁이는 도시, 교외지역의 가든, 잔디, 그리고 골프코스 등에서 발견된다. 

한국에서 지렁이는 아주 대접받는 벌레다. 한국 환경연구소 소장인 예의평 환경공학박사는 기고문에서 “지렁이 분변토는 지구상에서 가장 질이 좋은 퇴비로 알려져 있다. 농경지나 산림의 흙속에서 서식하면서 토 양표면에 쌓이는 쓰레기들을 분변토라고 하는 퇴비로 바꾸어 주는 역할를 지렁이가 한다는 것이다. 지렁이는 흙속에 공기구멍을 만들어 주고 물 빠짐이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지렁이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파괴자다. 피시 씨는 “가장 큰 문제는 지렁이들이 삼림으로 들어가서 이를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렁이는 지표면의 썩은 잎들을 엄청나게 먹어치운다. 야생초들이 흡수해야 할 양분을 이 지렁이들이 가져가 버린다. 이들이 만드는 분변토는 한국에서는 퇴비가 되지만 미국에서는 말라있을 뿐만 아니라 영양도 없는 ‘똥밭’이다. 코넬대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분변토는 마치 커피가루를 연상시킨다.

표층을 건조한 땅으로 만들어 나무는 뿌리를 드러내게 된다. 나무는 물론 야생 식물도 살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곤충, 새, 토끼, 다람쥐 등 먹이사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지렁이의 수명은 1년이다. 모기처럼 첫 서리가 내리면 죽는다. 그러나 겨자씨 정도의 알은 고치상태로 겨울에도 생존하며 온도가 지속적으로 화씨 50도에 이르면 부화한다. 자웅동체이기 때문에 교합도 필요없이 알인 고치를 생산한다.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이 고치는 화분, 타이어 틈, 운동화 부츠, 멀치 등을 통해 퍼진다. 

피시씨는 이로 인해 패닉상태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지렁이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메인과 매사추세츠주 관계자들은 자신의 집에서 발견되는 이 지렁이들을 발견할 때 주의를 기울어야 하며 식물이나 콤포스트를 구입할 때도 극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매사추세츠유원지보존부는 식물을 옮겨심을 때 흙을 모두 제거하고 심으며 콤포스트의 경우 이 지렁이의 고치(알)를 죽이는 특수 열처리를 거친 것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코넬대가 권장하는 지렁이 퇴치 방법
-지렁이를 낚시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130도의 열처리된 멀치를 사용한다. 
-겨자씨가루를 푼 물(갤론의 물에 3분의 1컵 머스타드가루를 넣어 만든 물)을 뿌려 지렁이들이 나오면 죽인다. 
-여름철 땅에 투명한 폴리에틸렌으로 덮어 땅온도가 최소 3일간 104도가 넘도록 한다. 
-지렁이가 많지 않은 경우 집게로 집어 투명한 비닐에 넣어 햇볕에 최소한 10분간 노출한 후 쓰레기통에 버린다. 
-위스콘신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바이오숯(빻은 숯가루)이나 화석화된 규조류를 뿌리면 지렁이를 죽일 수 있다.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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