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흰색의 오리 떼를 떠올리게 하는 '흰진범'

민간에서 독성을 중화시킨 뿌리를 진통제나 이뇨제로 사용…백두대간이나 소백산맥 중턱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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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진범은 8~9월 사이에 흰색 혹은 우유빛의 꽃이 덩굴줄기 끝에 무더기로 달린다. 사진=조용경

늦은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 백두대간이나 소백산맥의 높은 산 중턱을 거닐다 보면, 위로 혹은 옆으로 뻗은 덩굴에 마치 작은 흰색의 오리 떼가 모여 앉아 있는 듯한 재미있는 모습의 꽃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흰진범'입니다. 흰진범은 쌍떡잎식물로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며 '흰진교'라고도 부릅니다.

흰진범은 제주도와 남부 섬 지역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의 비교적 높고 큰 산지의 중산간 지역, 그늘지며 돌이 많은 숲에서 무리를 짓거나 혹은 한두 송이씩 흩어져서 자랍니다. 

뿌리에서 뻗어 나온 줄기는 80cm에서 1m 내외까지 자라는데, 비스듬히 올라가면서 윗부분에서는 덩굴 모양으로 뻗어 갑니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잎자루가 길고 크지만, 줄기에 달린 잎은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작아집니다. 

잎은 손바닥 모양이고 3∼7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에는 치아 모양의 톱니가 있습니다. 

앞면과 뒷면의 잎맥 주변에는 털이 나 있습니다.

흰진범은 작고 흰 오리떼가 궁등이를 뒤로 빼고 앉아있는 모양이다. 사진=조용경

꽃은 8∼9월에 들어 우윳빛 또는 흰색으로 피고,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 총상꽃차례로 달리는데, 그 모양이 마치 작고 하얀 오리 떼가 뒤뚱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웃음을 짓게 합니다. 

꽃잎처럼 생긴 꽃받침조각은 5장으로, 제일 뒤쪽의 꽃받침은 원통 모양의 꿀주머니입니다. 

꽃잎은 2장이고 뒤쪽의 꽃받침 속에 숨어 있으며, 꿀샘이 됩니다. 수술은 여러 개이고, 씨방은 3개입니다.

열매는 골돌과로서, 씨앗은 삼각형 모양이며 날개와 주름이 있습니다. 

흰진범의 꽃말은 '용사의 모자' 혹은 '용의 모자'라고 합니다. 꽃이 생긴 모양에서 만들어진 꽃말인 듯합니다. 만약 저보고 꽃말을 지으라 하면 '오리들의 행진'이라고 하고 싶네요.

흰진범의 잎은 3~5갈래로 갈라지고, 갈라진 부위에 치아모양 톱니가 있다. 사진=조용경

흰진범은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데, 민간에서는 독성을 중화시킨 뿌리를 진통제나 이뇨제로 쓴다고 합니다. 그러나 함부로 쓰는 건 금물이지요.

꽃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정성을 들여 마음에 드는 흰진범 사진을 촬영하고 나면 '진범을 일망타진했다'고 농담 삼아 자랑을 하기도 합니다.

모양과 색으로 인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꽃입니다. 다음번 가을에 높은 산 등산을 하시게 되면 '진범'도 한 번 체포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