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커지는 반려동물시장..털 관리 1회에 15만원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04 17:27

수정 2012.11.04 17:27

커지는 반려동물시장..털 관리 1회에 15만원

[커지는 반려동물시장..제도는 ‘걸음마’] ④ 털 관리비 1회에 15만원.. 수입 사료 현지 비해 2∼3배 비싸

#1. 서울 잠실동에 사는 남지연씨(31)는 9년 동안 가족처럼 지낸 강아지 '핑크'를 위해 최근 수제 간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장염과 감기로 병치레를 했던 핑크에게 면역력 강화를 위해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것이 좋다는 수의사의 조언을 들은 다음부터다. 수제 간식으로 바꾸면서 한 달 사육비가 40% 정도 늘었다.

#2. 열살 된 푸들을 키우는 김영순씨(53)는 주말마다 틈틈이 애완견의 털을 다듬는다. 애견숍에서 털을 손질하는 데 쓰이는 돈을 줄이기 위해서다. 보통 2만~5만원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10만원 이상을 부르는 곳도 있어 가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사육하는 가정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핵가족화, 출산기피 현상 등에 따른 외로움을 반려동물로 대체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확산에 따른 것이다.

반려동물 증가와 함께 고급 사료와 용품도 늘어나고 있지만 사육 비용의 상승으로 유기견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수입산이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해 국내 기업 육성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고급화로 사육비 증가

최근 가공식 천연 사료 소고기를 갈아서 만든 애완동물용 수제 간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양제는 물론 고급 식재료를 넣은 제품도 판매한다. 점차 여러 고급 성분을 넣은 맞춤형 제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러한 추세와 국제 곡물가 상승 등이 겹치며 7000~8000원 수준의 일부 일반제품 가격도 3만원대로 뛰었다.

서울 시내 한 동물병원은 연어육포, 닭가슴살육포, 오리안심육포, 소간파우더 등의 간식을 5조각에 3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동물병원 관계자는 "요즘엔 직접 말리거나 만든 사료와 간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오메가3 등 영양성분과 녹용, 캐비아 등 고급 식재료가 들어있는 육포도 잘 팔린다"고 말했다.

사료 외에 미용이나 애완동물 용품 등에서도 고급화 추세가 뚜렷하다.

면역력 증강과 해충 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 한 반려동물 전용생수는 1.8L 한 병이 8000~1만원에 팔리고 있다. 천연 애견 치약이 1만원, 허브 비누 등 약초를 넣은 보디용품은 1만5000~5만원 수준이다. 또 '가위컷'으로 유명한 서울 청담동의 애견미용 전문점은 1회 털 관리 비용이 4만~5만원 수준이고, 추가 옵션이 붙으면 10만~15만원까지 한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반려동물 사료값이 쌀값보다 비싸고 고급화 추세에 따라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미용 등 서비스 가격도 지역에 따라 임대료.관리비 등이 차이나 일괄적으로 정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입산 의존도 높아

현재 우리나라 애완동물산업은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는 상태다. 2000년대 초반 폭발적인 성장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 소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 1조원대 수준이던 국내 반려동물산업의 규모는 현재 1조8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오는 2020년에는 6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식품과 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해외업체 배만 불려준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애완동물 사료의 70% 이상이 수입 제품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수입제품에 익숙해져 있는 데다 값싼 중국산은 물론 국내산 제품도 신뢰도가 낮아 미국, 유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수입산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 유명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구매대행 업체도 늘어났다. 그러나 일부 제품의 경우 현지 가격과 국내 판매가격이 2~3배가량 차이를 보인다.

물류비용을 감안해도 같은 제품에 대해 지나치게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

미국 애견용품 회사 그리니즈의 애견용 덴탈껌 '그리니즈 티즈(43피스)'는 현지 사이트에서 할인가로 3.79~6.99달러(약 4200~7600원)이지만 국내 가격은 1만5000~2만원 수준이다. 독일회사 비타크래프트의 영양제인 '비타요구르트드롭스(8.8온스)'도 현지 가격은 4.99~5.99달러(약 5500~6500원)인 데 반해 국내에서는 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박우대 서정대학교 애완동물과 교수는 "국내 반려동물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수입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라며 "국내 업체를 지원해 국내시장의 가격 안정과 함께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