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 열네번째 시집 펴내
"당신께도 이 바람 닿겠지요"…김용택 시집 '모두가 첫날처럼'
"당신에게도 이 바람이 손에 닿겠지요 / 오늘이나 내일 아니면 다음 토요일 / 만나면 당신 손이 내 손을 잡으며 / 이 바람이 그 바람 맞네요, 하며 / 날 보고 웃겠지요"(김용택 시 '쓸 만하다고 생각해서 쓴 연애편지' 중)
'섬진강 시인' 김용택(75)이 새 시집 '모두가 첫날처럼'을 내놨다.

전작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쓸 만하다고 생각해서 쓴 연애편지'라고 한다.

창문을 열어 놓고 방에 누운 화자는 손등을 스치는 바람에 "이 바람이 지금 봄바람 맞지요? 라고 / 문자를 보낼 사람이 생겨서 좋습니다"라고 읊는다.

봄바람이 부는 어느 평화로운 산촌의 오후, 봄소식을 담아 문자를 보낼 사람이 내게도 있다는 애틋함과 설렘이 정갈한 시어를 타고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김용택의 14번째 시집인 '모두가 첫날처럼'에는 어느새 고희를 훌쩍 넘긴 시인의 삶에 대한, 앎에 대한 한층 융숭깊은 통찰이 담긴 시 55편이 담겼다.

김용택은 첫 시집 '섬진강' 이후 '섬진강 시인'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으로 자리한 지 올해로 41년이다.

요즘에도 매일 전북 임실의 섬진강변을 걸으며 세월을 낚듯이 자연과 일상에서 시어를 길어 올린다.

이해하기 쉬운 간결하고 명징한 언어로 시 세계를 구축해온 김용택은 이번 시집에서도 평이한 시어들로 자연과 함께 늙어가는 자신을 어루만지듯 노래했다.

"아침밥 먹고 창가에 앉아 / 시를 읽었네 / 시집을 놓고 / 강가 느티나무 아래에서 / 바람을 만졌네 바람을 놓아두고 / 집으로 / 왔네"('시인의 집' 전문)
시인은 지난 2년간 형식이나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하루에 한 편씩 마음 편하게 생각이 흐르는 대로 글을 쓰다 보니 500여 편의 글을 모았다고 한다.

이번 시집은 그렇게 일상의 삶 속에서 쓰인 조각글들을 다듬어 모은 결과물이다.

김용택은 출판사 측과의 사전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시집에 실린 모든 시의 제목을 '모두가 첫날처럼'이라 해도 그리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이나 세상의 모든 일들이 '새로운 첫날'을, 그것도 '우리 모두의 첫날'을 위한 노력일 것입니다.

"
무엇보다 이 시집은 삶과 자연에 대한 너그러운 관조(觀照)의 자세가 빛난다.

시인 오은은 발문 '나-비(非)의 순리 잡기'에서 "시인은 안다고 생각했으나 몰랐던 장면, 알아서 모르는 척했던 풍경, 알 듯 모를 듯한 수수께끼를 사방에서 줍고 다닌다"면서 "줍는 일은 허리를 숙이는 일, 몸을 낮추는 일, 겸허해지는 일이다.

그의 시편에 깨달음 뒤에 찾아오는 물음과, 물음이 물고 오는 깨달음이 가득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적었다.

문학동네. 10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