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一道) 태권도 대표 "메달 목표 아닌 인성 교육해 건강 증진"
3곳 도장서 1천여명 수강 "60∼70대도 배워, 세계화에 힘쓸 것"
[K-브랜드 알리는 동포 차세대] ⑤ 싱가포르 태권도 김종윤 씨
강성철· 고은하 코리아넷 기자 = "싸움 기술이나 올림픽 메달을 따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보다는 인성 함양을 통한 심신의 건강을 증진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데 역점을 두고 태권도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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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1천여명의 수강생을 둔 '일도태권도'의 김종윤 대표는 29일 연합뉴스와 코리아넷이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K-팝·K-드라마·K-푸드보다 앞서서 K-컬처를 전 세계에 알려온 것이 태권도"라며 "품새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예의·인내·극기 등의 정신부터 전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태권도장 100개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인 그는 일본 유학 후 성균관대에서 경영전문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태권도를 보급하려고 2004년 싱가포르에 이주했다.

싱가포르 국가대표 시범단 감독을 역임하기도 한 김 대표는 현재 부킷티마, 웨스트코스트, 베독 등 3곳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가르친 제자 중에 79세의 현지인 할머니 린스 씨는 몸이 불편해 걷지도 못했는데 태권도 덕분에 걷게 되고 품새를 정확하게 구사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권도 기술보다 문화와 정신 보급에 더 열정을 쏟고 있는 김 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된 이유는.
▲ 5살 때 처음 태권도를 배웠고 당시 다니던 도장 이름이 '일도태권도'였기에 그 이름으로 싱가포르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유학 시절에 태권도를 아이들에게 가르쳤고, 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교육이 주는 가치와 기쁨을 알게 돼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 싱가포르에서 태권도를 전하는 이유와 인기는 어떤지.
▲ 태권도 5단의 사범으로서 우리의 국기인 태권도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현지에 도장을 열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준 선물인 태권도를 어떤 방향으로 싱가포르에 알릴 것인지 고민했고,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인성 교육에 집중해 아이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국제 무역·금융·물류 국가인 싱가포르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녀 교육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

교육 수준은 높지만 효도나 인성·자존감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데 이를 태권도가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싱가포르의 태권도 인구는 3만여명에 이른다.

한인이 3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인기다.

태권도장도 많이 있지만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 지자체에서도 태권도 강좌를 열 정도다.

[K-브랜드 알리는 동포 차세대] ⑤ 싱가포르 태권도 김종윤 씨
--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나.

▲ 체력 증진과 호신술로서 태권도를 배우거나 각종 국제대회에서 겨루기 및 품새로 메달을 따기 위해 배우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렇지만 '일도태권도'는 메달을 따는 것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전인교육을 위해 연령과 성별에 맞는 맞춤형으로 지도한다.

태권도를 발차기와 정권 단련 등의 무술로만 인식하는 오해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행히도 학생들의 90% 이상이 지도 방식에 공감해서 잘 따라주고 있다.

태권도 동작에 대해 우선 이해시키고 그것이 몸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는지 알려준다.

자기 수련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공감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도태권도'에서는 60세 또는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강좌에도 수강생이 몰린다.

태극권과 우슈를 즐기는 70% 이상의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운동이기에 실버스포츠로서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다.

--제자 양성과 관련해 보람됐던 경험을 소개해달라.
▲ 김대원 사범을 가르친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학에서 태권도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태권도를 배워 호산나대학의 지적장애 대안학교에서 태권도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남들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교육에 헌신하고 있기에 보람을 넘어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이 태권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건강해지도록 헌신하기 때문이다.

'일도태권도'가 지향해야 할 일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 태권도의 정신이 무엇인가.

▲ '심신을 단련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든다'는 태권도 정신이란 달리 말하면 자기 가족과 나아가 사회 및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다.

'일도태권도'는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 성공된 사회를 이룬다는 교육 목표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한 자녀 가정 세대가 많기에 부모의 역할과 자녀의 역할을 뚜렷이 구분해 예의·인내·자신감·조화·나눔과 봉사라는 5가지를 교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무술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본인이 속한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 일에도 힘쓴다.

[K-브랜드 알리는 동포 차세대] ⑤ 싱가포르 태권도 김종윤 씨
-- 베트남 호찌민에 도장 개설을 추진 중이라는데.
▲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데다 많은 대학에 한국어과가 있거나 한국어 강좌를 열고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현재 베트남 태권도 겨루기 국가대표 선수들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우수하다.

그렇지만 태권도 정신 등 기초 지식의 보급은 덜 된 상황이다.

대학에 태권도학과가 개설될 수 있도록 밑거름을 쌓고 싶다.

-- 외국인에게 태권도를 가르칠 때 어려운 점은 없나.

▲ 태권도의 인내와 가치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성적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와 다르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태권도 급수 심사나 겨루기 대회에 대한 마음가짐도 다르다.

특히 한국어로 '하나 둘 셋' 하는 구령을 가르치면 발음은 따라 할 수 있지만 기합에 따른 마음가짐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화적 차이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가르쳐야지 무조건 한국적 사고방식을 주입해서는 호응을 끌어낼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온 태권도 사범이나 관장의 지도력을 100% 신뢰해 믿고 따르기 때문에 가르치는 보람이 크다.

-- 최종 목표는.
▲ '일도태권도'는 태권도라는 언어를 통해 세계인과 소통하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수강생이 부모의 사랑에 감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건강한 신체로 자존감을 높이고, 싱가포르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도록 돕고 싶다.

이를 바탕으로 스포츠 교육 시스템을 확립해 태권도의 세계화에 일조하고 싶다.

※ 해외문화홍보원 코리아넷 제작 지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