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팀 전투(이하 TFT)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요? 새로운 전설이, 유행 덱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이 '두둥 등장'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도 그럴 것이 LCK 중간 광고 시간은 원래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요새는 LCK 본 경기보다 광고 시간에 채팅창이 더 활발하더라고요. 바로 'ㄷㄷㄷㅈ(두둥 등장)'때문에요. 게다가 경기가 조금이라도 늘어진다 싶으면 바로 'ㄷㄷㄷㅈ'을 찾는 사람도 많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두둥 등장'에 중독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치 있는 라임과 흥겨운 비트도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에 만나본 TFT 모바일 '두둥 등장'의 음원을 만든 '머쉬베놈'. 그는 작업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토 자체가 '멋과 재미'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모토로 이번 음원도 제작한 거고요.

말 그대로 멋이 밴 놈, '머쉬베놈' 이태민을 만나 TFT 모바일 음원 '두둥 등장'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멋이 밴 놈, '머쉬베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요새 TFT 모바일 '두둥 등장' 음원이 굉장히 화제인데요. 라이엇과 함께 음원을 작업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느 날 라이엇에서 메일이 왔어요. 저랑 한 번 TFT 모바일 광고를 제작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장난인가 싶었다가(웃음), 전화해보니까 진짜여서 참여하게 됐어요.


Q. 해외에서도 'DUDUN DUNGA'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알고 있었나요?

LCK를 라이브로는 본 적은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반응들이 있었는지 잘 몰랐어요. 그러다가 팬분들과 지인분들이 캡쳐로 보내주고 그러셔서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이게 재밌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 만든 건데 좋아해 주시니까 더 뿌듯하죠.


Q. 다른 뮤지션도 많은데 왜 라이엇은 '머쉬베놈'을 선택했을까요?

다른 분 만날 때도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웃음), 영상 작업하는 분 중 한 분께서 저를 엄청 좋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광고주분들은 저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제가 그리 유명하진 않으니까요.



Q. 이번 TFT 모바일 '두둥등장' 가사의 구체적인 작업 방향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려요.

제가 앨범 준비로 바쁜 시기이기 때문에 사실 TFT 모바일을 안 해봤었어요. 그저 LoL의 아케이드 게임 정도라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가사를 쓰기에 앞서 라이엇 측에 영상이나 가이드 같은 걸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영상을 봐도 게임 내 용어를 바로 알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직접 플레이 해보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인벤 등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는 ‘능지 차이’ 같은 말들을 보고 가사에 사용했어요.

어쨌든 그런 용어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언어유희로 푼 것도 있고, 제 친구 중에 이 게임을 하루 종일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뒤집개'나 '니코'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걸 들었어요. 그래서 썼어요. 광고에 "이 게임 나왔으니까 해보세요!"라고 하면 너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유저들이 사용할만한 단어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봤죠.


Q. 라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중간 벌스 중에 '능지 차이, 나는 널 능지처참해', '롤 아재, 롤린이도 롤링 인 더 딥' 그 라인이 특히 재밌어요.


Q. 최종 결과물은 마음에 드시나요?

저는 재밌게 잘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반응도 좋다고 해주시니까...(웃음).


Q. TFT 출시 이후로 플레이는 해보셨나요?

그러고 싶은데 최근에 앨범 준비 때문에 너무 바빠서요(웃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플레이해보려고 해요.


Q. LoL은요?

예전에 골드까지 한 적이 있어요. 포지션은 원딜이요. 제가 캐리하고 싶어서요.


Q. 실제로 캐리는 좀 했었나요?

KDA가 4.5까지 나왔었어요. 이즈리얼, 루시안, 예전 원딜 시절 그레이브즈 이렇게 주로 플레이 했었네요. 최근에는 활동 때문에 거의 못 하고 있긴 하지만요.


Q. e스포츠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으신가요?

예전에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해서 많이 봤었어요. 송병구 선수와 플레이를 특이하게 하는 강민 선수를 좋아했었어요. 제가 특이하게 플레이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무엇을 하든 뻔하게 하는 건 싫어해요. 송병구 선수는 캐리어를, 강민 선수는 아비터 리콜을 잘했던 거로 기억해요.


Q. 최근에 e스포츠와 대중 음악간의 교류가 이전에 비해 활발해졌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쨌든 보는 것과 듣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니만큼 좋은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게임에서도 사운드는 빠질 수가 없잖아요. 두 분야를 접목시키기 위한 좋은 움직임인 것 같아요.


Q. 다른 게임으로 또 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저는 무조건 재밌을 거 같으면 해요. 작업할 때 다른 요소보다도 제가 재밌을 거 같은 게 최우선이거든요.


Q. 그렇다면 이번 TFT 광고는 어떤 부분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락한 건가요?

LoL에 관련된 거 자체가 재밌어 보였어요. 한때 LoL을 했던 사람으로서 잘 풀어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또 이왕 수락한 만큼 잘 소화하려 했고요. 돈 받고 하는데 못하면 안 되잖아요(웃음). 잘해야죠.


Q. 음악적인 참여 이외에도 다방면에서 뮤지션들이(김희철, 장범준 등) e스포츠 관련 컨텐츠를 진행하고 있는데, 혹시 욕심나는 게 있나요?

최근에 왜냐맨에 출연했어요.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계속해서 강조하듯, 그냥 제가 즐거울 거 같고 잘할 수 있을 거 같으면 무엇이든 제안이 왔을 때 상관없을 거 같아요.



Q. 이제 본인 얘기를 해볼게요. 쇼미더머니 8의 최대 수혜자라는 얘기가 있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요?

사람들이 그런 호칭을 붙여주는 게 재밌더라고요. 사실 크게 기대는 안 했어요. 그런데 방송이 나오고 반응이 좋게 오니까 노를 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준비했어요. '슬로'라는 친구도 그때 연락이 와서 만나고 1주일에 한 곡씩 만들어서 냈는데 이렇게 히트를 칠 줄은 몰랐네요.


Q. 곡을 들어보면 계속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재미'를 추구하려고 하는 게 느껴지는 거 같더라고요.

제가 랩을 오래 하다 보니 약간 쉽게 쉽게 랩을 하는 법을 터득하기도 했고요. 심오한 주제면 심오하게 만들기는 하는데, 어쨌든 가볍고 재미있게 만드려고 해요. 너무 머리 싸매고 만들면 지루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가장 신경 써서 만들어요.


Q. 힙합이 생소한 국내외 e스포츠 팬들에게 본인의 음악 철학에 대해 소개한다면요?

철학은... 전 그냥 '멋'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멋'. 딱 그거요.


Q. 본인이 생각하는 '멋'은 어떤 건가요?

자기 자신을 잘 꾸며서 보여주는 것. 물론 거짓된 꾸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꾸밈이요.


Q. 혹시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우리 가족에게 많이 영향받은 것 같아요. 특히 가사 쓸 때 말투 같은 거요. 최대한 저의 평상시 말투에서 가사를 따오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냥 그대로 랩으로 꾸민 거죠. 현재 스타일은 다른 아티스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Q. 가사에 최대한 영어 랩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제가 영어를 잘 못 해요(웃음). 예전에 많이 넣어보기도 했고 지금도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굳이 꼭 넣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결국은 한국 사람들이 듣는 거고... 한글로도 외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걸 앞서 다른 아티스트들이 증명도 했고요. 굳이 남의 언어를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Q. 사실 활동명도 한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탄생 비화가 궁금해요.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건가요?

그대로 읽어서 '멋이 밴 놈'이에요. 솔직히 얘기하면 '머쉬베놈'으로 짓고 '멋이 밴 놈'으로 끼워 맞춘 것도 있어요(웃음). 원래 멋을 추구하기도 했고 뭐 잘 맞아떨어졌죠.


Q. 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뭔가를 딱 정해놓고 살기보다는 본인이 재미있는 걸 추구하는 것 같네요.

그런 편이죠. 이전에 취직도 했었는데 제 길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짜여진 틀에 살다 보니 자유롭고 싶었어요. 음악 하는 것도 제가 자유롭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Q. 혹시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편하게 하셔도 돼요.

인터뷰했으니까 재미있게 보시고, 앨범 나오면 많이 들어 줘. 얘들아(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