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 3rd' 원화
▲ '붕괴 3rd' 원화

'붕괴 3rd'는 2017년 10월 17일에 국내 정식 출시된 게임이다. 그 시절은 소위 양산형이라고 불리던 MMORPG들이 모바일 시장에 쏟아져 나오던 시기다. 물론 양산형만 있었던 건 아니었고, PC 온라인게임으로 유명세를 누렸던 타이틀도 모바일 플랫폼에 대거 진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동 전투가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시점이기도 하다. 손으로 직접 잡고 플레이해야 하는 모바일게임의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오토를 돌려 놓고 관망하는 형태의 관상용 게임이 더 많았고, 그게 불문율이었다. 그래서 '붕괴 3rd'는 더 눈길을 끌었다. 모든 스테이지 전투가 수동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 '붕괴 3rd' 인게임 이벤트 스크린샷
▲ '붕괴 3rd' 인게임 이벤트 스크린샷

미소녀가 등장하는 어반 판타지 세계관의 게임은 많았지만 '붕괴3rd'는 독특한 승부수로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모바일 플랫폼에 어울리는 너무 어렵지 않은 조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성장의 재미도 풍부했다. 그래서 '붕괴3rd'는 좋은 평과 유저들의 사랑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다.

그리고 2020년 올해, '붕괴 3rd'는 3주년을 맞는다.


3년의 시간,
달라진 시장 상황들 

모바일게임 시장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애니팡'이 종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출시된 해가 2012년이었고, 카카오게임 플랫폼이 출범해 전국민을 하트지옥으로 이끌었던 것이 같은 해였다. 퍼즐게임과 러닝게임 등 단순한 캐주얼 장르들이 히트하기 시작했고 빠르게 시장은 카드배틀과 RPG까지 장르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여타의 플랫폼에 비해 성장속도는 기함할 만큼 빨랐으며 현재도 시시각각 모바일 시장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타이틀 수는 매순간 더 많아지고 있고, 이전에 비해 유저들의 기준도 훨씬 높아져 있기에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여전히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3년간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었고 각각 장르도 다르고 콘텐츠 구성도 달랐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반복되었기에 이제 어지간한 게임 디자인으로는 확 새롭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워졌다. 오히려 아주 단순한 게임들이 더 손이 가는 상황에 다다르기까지 했다. 

▲ '붕괴 3rd' 원화
▲ '붕괴 3rd' 원화

이런 시점에, 나온지 3년이나 된 게임을 다시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전에 하드하게 플레이를 했던 유저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아는 만큼 더 고민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스마트폰을 잡았다. 3년 전에 뭘로 연동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결국 새로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수많은 업데이트와 콘텐츠 추가, 발키리 캐릭터 추가 등 다양한 변화를 거쳐 왔기에 초반 게임과는 달라져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플레이 방식과 게임 디자인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할 거리가 추가되어 있고 성장시켜야 할 요소들도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할 만한 게임이었다. 


PC와 모바일 완벽 연동,
멀티플랫폼 지원 

미호요는 지난해인 2019년 '붕괴 3rd'를 PC에서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플레이 이력과 서버가 연동되는 PC버전을 내놓았다. 얼핏 손으로 조작하는 '손맛' 수동 플레이를 강제하는 듯한 스타일의 게임인 것에 비해서는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개발자의 고집보다는 유저들의 요구 쪽에 더 귀를 기울인 셈일 것 같다. 더불어 미호요의 차기작인 '원신' 역시 멀티 플랫폼을 지원해, 플랫폼 간의 경계는 이제 거의 희미해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 '원신' 타이틀 이미지
▲ '원신' 타이틀 이미지

덕분에 유저들은 좀 더 간편한 방식으로 '붕괴 3rd'를 플레이할 수 있다. 아무래도 한계가 큰 모바일 기기보다는 깔끔하게 구동할 수 있고, 어지간한 콘솔/PC 타이틀보다 훌륭한 수준의 그래픽까지 선보이며 플레이 중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컷씬과 애니메이션 영상 등 비주얼 면에서는 아쉬움 없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플레이어블로 승격!
더 많아진 발키리 

▲ '붕괴 3rd' 원화
▲ '붕괴 3rd' 원화

'붕괴 3rd'의 메인 캐릭터이자 주인공인 키아나 카스라나를 비롯해 초반부터 있었던 발키리들도 있지만, 후카, 리타, 듀란달 등 시리즈에 등장한 적은 있어도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니었던 많은 캐릭터들이 그간 신규 발키리로 추가되었다. 총 3명의 캐릭터를 파티에 포함시켜 스왑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붕괴3rd'의 전투 특성상 다양한 캐릭터를 보유하고 성장시켜 둘수록 더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기에, 3년을 거쳐 좀 더 게임이 다채로워졌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자체가 수집형 RPG만큼 많지는 않지만 각각의 특징이 확실하기에 수집의 재미는 더 늘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스토리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던 유저들이라면 좀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단순히 새로운 캐릭터가 아니라 이전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로 추가했다는 점이 시리즈로서는 좀 더 포인트가 될 만한 부분이다.

각각의 발키리가 캐릭터 디자인은 물론이고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고, 또 같은 캐릭터라 하더라도 종류가 다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캐릭터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충분히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무작위로 캐릭터를 추가해 단순히 캐릭터 가짓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훨씬 강점이 될 수 있을 터다.


숙제가 아닌 플레이,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게임

▲ '붕괴 3rd' 전투 화면
▲ '붕괴 3rd' 전투 화면

'붕괴 3rd'의 전투는 사실 게임계 전체로 봤을 때 그리 참신한 편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모바일 시장에서 이만한 퀄리티의 연출과 시스템을 구현한 게임이 없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 편이다. 하지만 당시 훌륭했던 전투는 지금도 좋다.

얼핏 모바일 게임이고, 모바일 액션 게임의 대부분이 심플한 전투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격 버튼만 대충 눌러 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일정 횟수 이상 피격을 당하면 미션을 달성하지 못해 보상은 물건너가는 일도 많으며 시점을 적절히 조정해 가며 전투를 해야만 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또 스테이지 난이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회피를 더 적절히 사용해 줘야 한다는 점도 그렇다. 

시스템만 놓고 봤을 때는 얼핏 모바일 게임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콘솔이나 PC 게임의 액션 장르 전투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즉 오토 기능을 켜 놓고 보상 모으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라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적들을 처치하는 전투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발키리의 성장에 따라 스킬 등을 적절히 사용하고, 스왑을 통해 교대기를 활용하는 등의 전략적 플레이까지 더하면 더더욱 그렇다. 

▲ '붕괴 3rd' 스테이지 클리어 이미지
▲ '붕괴 3rd' 스테이지 클리어 이미지

모바일게임 플레이의 대부분이 게임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성장을 위한 기나긴 여정의 하나이자 매일 해야 하는 과제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오토기능이 없다는 이야기에 반사적으로 귀찮고 버겁다는 느낌을 받았던 유저들도 많았을 것이나, 3년 후인 지금 '할 만큼 해 본' 유저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방식으로 가볍게 진짜 '손맛'을 즐기는 타이틀이 더 먹힐지도 모른다. 당시에도 이런 측면이 장점으로 꼽혔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장점이 여전히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건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3주년을 맞은 '붕괴 3rd'는 여전히 건재하다. 모바일게임 시장도 10년 이상의 역사를 갖게 되면서 장기 서비스를 진행해 온 게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타이틀 수가 많아진 만큼 장기적인 서비스에 성공하는 게임의 비율이 높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꽤나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중국산 게임 대부분이 반짝 인기를 누리고 사라져 버렸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역으로, 오래된 게임들의 경우 신규 유저에게 매혹적인 게임이 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업데이트가 PC 온라인 게임에 비해 빈번한 편인 모바일 게임의 경우 복귀 혹은 신규 유저들이 기존 올드비 유저들을 따라가기에는 난관이 많은 경우가 많고, 과금에 대한 압박을 신작에 비해 더 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붕괴 3rd'가 가진 장점은 여기에서 다시 발휘된다. 전면 수동 플레이, 전략적 요소가 강한 전투 등으로 인해 성장의 완성도보다는 플레이 그 자체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하드하게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잠깐씩 플레이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기에 좀 더 편하게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붕괴 3rd'는 더 큰 미래를 보고 있다. 미호요는 이제 '원신'을 비롯해 더 많은 플랫폼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인다. '붕괴' 역시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간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만큼 더 탄탄하고 재미있는, '플레이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게임을 선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붕괴 3rd'도 더 오랫동안 재미있는 게임으로 남아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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