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식품 라이벌 열전] 미역 vs 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다른 점도 많다. 사는 환경이 다르다. 김·우뭇가사리(홍조류)는 바다 깊은 곳에, 미역·다시마(갈조류)는 중간쯤에, 파래·청각(녹조류)은 가장 얕은 곳에서 자란다. 미역은 햇볕을 약간 받아 갈색이나 황갈색이다.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다. 김은 검게 보이지만 원래 색깔은 붉다. 오래 보관하거나 빛을 쬐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피토에리트린의 색이다. 김이 붉은색을 띠어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오산대 식품조리학과 배영희 교수).

요오드·칼슘 함량은 미역이 김보다 훨씬 높다. 그렇다고 김에 칼슘·요오드가 적게 들어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식품에 비해 월등하다. 김의 칼슘 함량은 100g당 325㎎으로 미역(959㎎)보다는 못 하지만 ‘칼슘의 왕’이라는 우유(100㎖당 105㎎)의 세 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유 대신 김을 먹어 볼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잘못 계산한 것이다. 우유 한 팩은 200㎖이지만 김 한 장은 몇 g 안 된다. 또 우유에 든 칼슘의 체내 흡수율이 김의 칼슘보다 높다. 비타민 A는 둘 다 풍부하나 함량은 김이 미역의 6배다. 비타민 A는 눈 건강에 유익하고 면역력을 높여 준다. 오메가-3 지방의 일종인 EPA·DHA도 김에 더 많이 들어 있다. 김에 든 지방(100g당 1.7g)의 거의 절반이 오메가-3 지방이다(경상대 식품영양학과 정보영 교수). 오메가-3 지방은 혈관 건강에 유익한 지방으로 심장병·뇌졸중 예방을 돕는다.

섭취법도 다르다. 김은 밥에 싸서 주로 먹는다. 미역은 대개 조개·양지머리·보리새우 등과 함께 끓인 미역국이나 무침으로 섭취한다. 지금도 산모는 세이레 동안 미역국을 먹는다. 아기에게 빼앗긴 칼슘,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요오드, 출산 시 출혈로 인해 빠져나간 철분, 산모에게 생기기 쉬운 변비를 예방하는 식이섬유가 모두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요오드 섭취량이 권장량을 초과하는 만큼 미역국을 하루 3끼씩 몇 개월간 먹는 것은 갑상선 건강 측면에선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오드에 과민한 사람이나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이 과다 섭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김은 색이 짙고 윤기가 도는 것이 맛있다. 생미역은 색이 선명한 녹색이고 잡티가 없으며 두꺼운 것을 산다. 건미역은 색이 검고 줄기보다는 잎이 많은 것을 고른다. 잎을 쥐었을 때 딱딱한 느낌이 들며 물에 담갔을 때 조각조각 풀어지지 않는 것이 좋다.

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