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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스타 CEO ⑥ - 최원호 대원외고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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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학원 대신 경영대학원을 선택했다는 최원호 대원외고 교장은 “기업가의 눈으로 학교의 품질과 생산성의 향상을 고민하면 교육 혁신의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ang.co.kr

공교육 스타 CEO ⑥ - 최원호 대원외고 교장
교사에게 권한 늘려주니 생산성↑

대원외고 최원호(59) 교장은 학교법인 대원학원의 역사와 함께 한 산 증인이다. 대원학원은 대원중고교·대원여고·대원외고 등으로 구성된 사립학교.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교육혁신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최교장은 1977년에 설립된 대원학원 초창기 때부터 교사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30년을 헌신해왔다. 특히 외국어 교육과 교육과정의 국제화로 급변하는 학교 현장을 경험하며 교육혁신의 식견을 쌓았다. 최교장은 5월 28일 대원외고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교장은 교육의 비전과 방향을 찾고, 교사는 수업을 완성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평가는 ‘학생’에게 받으면 된다”며 그의 교육 소신을 밝혔다.

Q.대원외고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을 대표하는 1번지가 됐다. 학교 설립의 계기가 된 것은 무엇인가.
“인재 교육의 새 방향을 모색하면서부터다. 대원학원 설립자인 이원희 이사장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발전하려면 인재경영에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외국어 교육에 눈을 돌리게 됐다. 외국어를 전문교육과정으로 편성해 82단위를 이수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교육부와의 오랜 논의 끝에 특목고로 탄생한 것이다. 대원외고가 출범하고 외국어 교육 열풍이 불면서 외고 설립이 지방으로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Q. 늘어나는 신설 외고들과의 차별화와 특성화를 위해 유학반이 시작된 건가.
“1998년부터 해외 대학 진학에 나섰다. 정부가 서울대 선발전형에 내신 석차백분율을 적용하면서부터다. 대원외고가 1990년 초 200
여명이 서울대에 진학할 정도로 명문대학 입시를 독점하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인재를 세계무대로 보내는 최초 교육목표를 실천하자며 뜻을 모으게 된 것이 발단이 됐다. 인터넷도 없던 초기엔 학생들이 방과후에 토플과 SAT를 공부하고 해외대학 담당자에게 편지로 물어보는 등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지금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목적으로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Q. 이를 위해 시도한 창의적인 교육 실험들이 많았겠다.
“학교가 발전하려면 졸업생들이 잘 ‘팔려나가야’한다. 그러려면 졸업생이 사회에서 인정받도록 만들어야 한다. 즉 학생을 제품에 비
교하면 학교가 품질을 보증하는 공신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대원글로벌리더(DGL) 인증제다. 학생들은 졸업 전 외국어 공인시험점수, 리더십교육 이수, 봉사활동 등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이는 아내와 쌀을 사러 갔다가 얻게 된 아이디어다. 아내가 좋은 쌀을 고르려고 포장지에 적힌 생산지·도정날짜 등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착안하게 됐다.”

Q. 인성 교육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2007년에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명문고 상위 40곳(2006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대원외고가 13위에 꼽혔다. 이를 보고 ‘대원외고의 인성 교육도 13위일까’ 자문했다. 당시 학생들은 지식교육에 쫓겨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에, 미래보다는 대학진학에 치중하는 분위기였다. 이를 교정하려고 품성교육을 시작했다. 잘못을 저지르는 학생들은 명심보감을 쓰고 외우게 했다. 교사들이 국가 간 에티켓 비교를 통해 매주 예의를 가르쳤다. 또 학부모들이 1일 교사가 돼 사회 경험과 삶의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전했다. 이후 학생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Q. 교사들에겐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나.
 “멀티미디어 교실을 만든다는 계획에 반대의견이 있었다. 교사들이 사용도 안하는데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전자칠판·빔프로젝트·컴퓨터 등 교육환경을 바꾸면서 교사들의 교수학습법에 변화가 일었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하는 교사들도 늘어났다. 교장은 교육의 올바른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데 집중하면 된다. 그러나 방향의 실천과 구현은 교사에게 일임했다. 권한과 공로를 주고 책임은 내가 졌다. 부서별 팀장제를 도입해 교사 스스로 선 실행, 후 보고하도록 업무관행도 바꿨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가디건 착용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난 반대했다. 그런데 여름철 냉방에 추위를 타는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현장을 간과한 내가 틀렸음을 알고 시정하게 됐다. 그렇게 교사들에게 권한을 주고 의견을 모아 실천하도록 했다.”

Q. 최근에 도입한 새로운 교육이 있다면.
 “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 학생들이 가장 못하는 두 가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말하기와 쓰기다. 어릴 때부터 토론문화가 활성화된 외국학생과 달리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 못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약점이다. 이를 위해 토론수업을 도입했다. 토론을 통해 자기 의견을 전달하고 반대 의견을 수용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했다.”

Q. 혁신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난 교육대학원으로 가지 않고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팀장제도 경영학공부를 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다. 교육자의 눈과 기업가의 눈은 다르다. 기업가의 눈에서 봤을 때 어떻게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지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 향상성을 올리려면 CEO로서 시설투자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제일 좋은 학생들을 뽑았으면 가장 좋은 시설에서 공부 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프리미엄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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