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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장끼는 ‘숫꿩’이 아닌 ‘수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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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까투리는 암꿩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장끼의 다른 이름은 ‘숫꿩’일까 ‘수꿩’일까.

 생물을 암과 수로 나눌 때 수컷에 붙이는 접두사 ‘수-’와 ‘숫-’은 많은 사람이 구분해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양·염소·쥐만 기억하면 구분하기 쉽다.

 표준어 규정은 수컷을 이르는 접사로는 ‘수-’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 굳어진 양·염소·쥐에만 숫양·숫염소·숫쥐와 같이 ‘숫-’을 쓸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었다. 따라서 장끼는 예외 조항에 속하지 않으므로 ‘숫꿩’이 아니라 ‘수꿩’이라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수-’와 ‘숫-’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나뉘어 쓰이는 걸까. 원래 수컷을 나타내는 접두사는 ‘수+ㅎ’의 기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수-’와 ‘숫-’은 몇 차례 논란을 거듭한 끝에 ‘수-’로 통일한다는 원칙을 세우게 됐다.

 하지만 ‘수+ㅎ’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 수캉아지·수캐·수컷·수키와·수탉·수탕나귀·수톨쩌귀·수퇘지·수평아리 등 아홉 개의 단어는 ‘수-’ 뒤에 오는 첫소리를 거센소리로 적어야 한다. 이들에서 보듯 ‘수+ㅎ’은 언어의 변화에 따라 ‘ㅎ’이 탈락해 ‘수-’로 통일된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남아 현재의 낱말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아홉 개의 낱말은 암컷을 나타낼 때 역시 암캉아지·암캐·암컷·암키와·암탉·암탕나귀·암톨쩌귀·암퇘지·암평아리 등처럼 ‘ㅎ’의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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