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흔해서 약방의 감초? 감초는 ‘약초 중의 왕’이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흔해서 약방의 감초? 감초는 ‘약초 중의 왕’이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3.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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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약방의 감초’라는 속담이 있다. 여기에는 흔하다는 것과 함께 꼭 필요하다는 것도 의미한다. 감초는 간혹 무시되면서도 아주 중요한 약초 중 하나다. 오늘 칼럼에서는 거의 모든 처방에 꼭 들어간다는 감초의 효능에 대해 살펴보자.

감초는 쌍떡잎식물로 장미목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중국의 동북부나 시베리아, 몽골 등에 분포된다.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감초는 주로 내몽고산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감초를 최고의 품질로 친다. 감초는 지리적으로 차고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동의보감>에는 ‘중국에서 들여와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심었으나 잘 자라지 않았다. 다만 함경북도에서 자란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함경도도 지리적으로 북쪽에 치우쳐 있다. 요즘은 국산 감초도 재배에 성공했고 약전 등재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는데 향후 품질 좋은 국산 감초도 기대해 본다.

감초(甘草)라는 이름은 맛이 달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국노(國老)라는 이름이 있는데 <본초강목>에는 ‘국로(國老)는 재상(宰相)을 칭하는데, 임금은 아니지만 임금처럼 여겨 높인다’고 했다. 또 ‘여러 가지 약 중에 감초를 왕[君]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감초가 여러 가지 약초의 기운을 아울러서 조화롭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약방의 감초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약초 중에 벼슬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은 감초가 유일하다.

감초는 맛이 달고 독이 없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고 했다. 감초의 단맛은 주성분 중 하나인 글리시리진에 의한 것으로 설탕보다 수십 배 강하다. 글리시리진은 단맛성분이면서도 해독·진정효과를 나타낸다. 시중의 감초주사라는 것도 글리시리진에 몇 가지 아미노산을 추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헌에는 어떤 효능이 기록돼 있을까. 감초는 해독효과가 좋다. <동의보감>에는 ‘온갖 약독(藥毒)을 푼다. 72종의 광물성 약재와 1200종의 식물성 약재를 조화시킨다. 여러 가지 약을 조화시켜 약효가 나게 하기 때문에 국로(國老)라고 부른다’고 했다.

해독제로 유명한 감두탕(甘豆湯)은 감초와 검은콩을 함께 달인 것이다. <천금방>에는 ‘감초는 온갖 약독을 뜨거운 물에 눈 녹듯이 풀어준다. 오두(烏頭)나 파두(巴豆)의 독에 중독되었을 때 감초가 배 속으로 들어가면 즉시 진정되니 그 효험이 손바닥 뒤집듯 한다. 대두즙이 온갖 약독을 풀어준다는 처방을 내가 시험해 보니 효과가 없었고, 감초를 넣어 감두탕을 만들어 쓰자 기이한 효험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때 감초는 생감초를 사용하고 감두탕도 전탕 후 식혀서 섭취해야 한다.

감초는 모든 약의 기운을 조화롭게 한다. 많은 한의서에서는 다양한 탕제에 들어간 감초의 쓰임새를 구별하고 있는데 대체로 ‘완만하고 조화롭게 하기 위함이다’이다. 이시진은 ‘감초는 재상의 힘을 기리지만 남들이 알지 못하고 신선의 공(功)을 거두지만 자신은 나서지 않으니 약 중의 어진 재상이라 할 수 있다’라고 칭송했다. 감초는 다른 약재를 받들어주는 겸손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감초는 제반 처방에 사용되면서 다른 약재들의 기운을 조화롭게 하고 독한 처방에 포함된 경우는 독약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감초는 힘이 나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새 살이 나게 하며 기력을 북돋운다’고 했다. 감초의 글리시리진은 팔다리에 힘이 생기고 기운이 나게 한다. 또 리퀴리틴을 함유하고 있어 상처 입은 피부나 근육의 재생효과가 있기 때문에 과거 쇠붙이로 인한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도 감초를 많이 활용했다. 감초의 또 다른 주성분인 리퀴리틴은 항산화·항노화·항우울·항염증효과가 있다.

감초는 옹저(癰疽), 즉 종기를 아물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온갖 옹저의 발생에 종기를 삭이고 독을 몰아낼 수 있으며, 독이 내부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니 효과를 모두 기술할 수도 없다. 처방 이름은 국로고(國老膏)다’라고 했다.

국로고는 감초만을 달여서 고(膏)를 만든 것이다. <의종손익>에는 ‘큰 감초 1냥을 4촌 길이로 잘라서 1사발에 적셔 가면서 중간 불로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천천히 굽는다. 마르면 물에 다시 적시었다가 굽는데, 물이 다 말랐을 때는 감초 중심까지 축여지도록 한다. 이것을 얇게 썰어 좋은 술 2되에 1되가 남을 때까지 달여 주량에 따라 공복에 마신다. 3일에 1번 복용하며 2∼3번 복용하면 나을 것이다’고 했다.

약방의 감초라는 속담만 보면 흔한 존재로 생각되지만 감초는 예로부터 여러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데 빠져선 안 될 약제로 다용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감초는 인후통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인후의 통증을 제거하고 사열(邪熱)을 제거한다’고 했다. 인후통에 유명한 처방인 감길탕(甘桔湯)은 길경(도라지)과 감초로 구성돼 있는데 이때 감초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그 자체로 인후통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때 감초는 구워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감초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동의보감>에는 ‘작약감초탕(芍藥甘草湯)은 번조(煩燥)가 있고 다리에 경련이 일며 당기는 경우를 치료한다’고 했다. 작약감초탕은 작약과 감초로 구성된 처방으로 제반 근육경련, 근육통, 쥐남 등에 다용된다. 위장경련에도 특효다. 이때 감초는 단맛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고 완화해준다.

반대로 감초는 이완된 증상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본경소증>에는 ‘감초는 기운이 급한 환자는 능히 조절하지만 기운이 늘어져 있고 막힌 자는 마땅하지 않다’고 했다. 즉 근육이 긴장돼 뭉친 경우는 효과적이지만 힘 없이 늘어져 있는 경우는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감초는 생으로 사용할 때와 구워서 사용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 <본초강목>에는 ‘대개 속을 보해 줄 때는 구워서 써야 하고, 화(火)를 쓸어내릴 때는 생것을 써야 한다’고 했다. <본경소증>에는 ‘사기를 없애고 금창(金創)을 치료하며 해독할 때에는 생으로 쓰고, 중초를 편하게 하고 허를 보하고 갈증을 멎게 할 때는 구워서 쓴다’고 했다.

이에 흉격의 답답함을 제거하거나 해독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생감초를 사용하고 보약에 들어갈 때는 주로 자감초(炙甘草)나 꿀과 함께 볶은 감초밀구(甘草蜜灸), 밀자감초(蜜炙甘草)로 사용한다.

감초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장기간 복용하면 안 된다. 감초를 과용하면 부종,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한의서 처방에도 보통 첩당 2~4그램, 하루 8그램 이하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또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많이 차는 경우,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 감초를 스테로이드와 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감초를 스테로이드처럼 취급하는 것은 틀렸다.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웰빙의 역설> 칼럼(한약 속에 스테로이드가? 무슨 말씀 “오해입니다”. 2018.04.18.)을 참고하기 바란다.

감초는 ‘약방에 감초’가 아니라 ‘약방의 왕’이다. 감초는 흔하지만 귀하다. 있는 듯 없는 듯해서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으면 바로 문제가 생긴다. 감초는 마치 가족들의 고통을 말없이 품어주는 엄마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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