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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 마!” 팬들도 등돌린 그 ‘축하파티’에 대해 :셀레브레이션② [올어바웃스포츠]

류영욱 기자
입력 : 
2024-01-06 08:00:00
수정 : 
2024-01-22 17: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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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축구 유망주 요르고스 카티디스의 국가대표 명예를 빼앗은 ‘나치식 경례’ <출처=AP>

2013년 3월 그리스 프로축구팀 AEK 아테네의 젊은 유망주 요르고스 카티디스는 리그 경기에서 골을 집어넣은 뒤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는 상의를 탈의한 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고, 골은 결승점이 돼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습니다. 문제는 카티디스의 셀레브레이션이었습니다. 그는 관중석을 향후 오른팔을 쭉 펴 치켜올리는 나치식 ‘파시스트 경례’를 작렬해버립니다.

20세의 어린 선수가 보인 치기어린 행동의 후폭풍은 작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당시 그리스에선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이 300석의 국회의원 자리중 18석을 차지하면서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됐던 때였습니다. 그리스축구협회는 즉각 조치에 들어섰습니다. 직전 년에 유럽 19세 이하 축구선수권대회에서 그리스의 결승행을 이끈 카티디스는 평생 모든 연령대의 그리스축구대표팀 출전 금지라는 철퇴를 맞습니다.

‘빠던’부터 ‘수화 셀레브레이션’까지 스포츠경기의 틈새에 자리잡은 셀레브레이션은 팬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일부 연구에선 셀레브레이션을 통해 선수들간 결속력이 강해지고 승리 가능성을 높인다고도 봤습니다. 그러나 모든 셀레브레이션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선수는 손짓 몇번에 수천만원의 벌금을 내야했고, 다른 선수는 자신의 커리어를 끝장낼뻔한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씁쓸한 뒷맛을 남겼던 셀레브레이션은 무엇이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끝내기 만루홈런치고 2년간 사라진 그 선수...잊을만 하면 들리는 ‘자축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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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후 셀레브레이션 과정에서 장기부상을 당한 켄드릭 모랄레스<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게는 몸이 자산입니다.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오른손잡이 투수는 악수도 왼손으로 할만큼 프로선수들은 부상위험을 최소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셀레브레이션이 위험천만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2010년 메이저리그(MLB) LA에인절스에 몸담고 있던 켄드릭 모랄레스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그 해 5월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연장 10회에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려냅니다. 짜릿한 손맛을 본 그가 홈플레이트로 돌아올때 동료선수들은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홈에 모여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가 과격하게 홈플레이트를 밟는 셀레브레이션을 하는 도중 발목이 꺾여버렸다는 겁니다. 축제분위기였던 경기장은 한순간에 싸늘해지고 모랄레스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갑니다.

그는 부상 이후 이듬해 시즌까지 통째로 날려버립니다. 장기부상은 실력감소로 이어졌습니다. 부상 전 5시즌 동안 OPS(출루율+장타율)가 0.838이었지만, 이후엔 0.763으로 떨어졌습니다. 모랄레스의 부상 이후 셀레브레이션 트렌드도 바꿨습니다. 끝내기 홈런 타자가 홈플레이트를 내려치듯 밟고 동료선수들이 벌떼처럼 과격하게 달려드는 ‘끝내기 파티’가 다소 얌전해진 것입니다. 당시 마이크 소시아 LA 에인절스 감독은 “(홈런 셀레브레이션은) 확실히 흥미진진하지만 항상 이런 사고가 일어날까 걱정해야 했던 것은 분명합니다”고 우려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셀레브레이션 부상은 이후에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푸에르토리코의 에드윈 디아즈가 승리 후 셀레브레이션 도중 심각한 무릎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류현진 선수의 전 동료로 한국에게도 잘 알려진 코디 벨린저는 2020년 MLB 플레이오프(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홈런을 친 뒤 동료와 팔뚝을 맞부딪치며 자축을 하다가 오른쪽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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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골 셀레브레이션을 하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리버풀FC의 감독 위르겐 클롭 <출처=SPOTV·온라인 커뮤니티>

셀레브레이션 후 부상은 야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2018년 독일 축구리그 분데스리가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었던 지동원 선수는 짧은 순간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후반 교체 투입된 그는 후반 37분 중거리포를 작렬해 0-0의 균형을 깹니다. 지동원 선수를 높게 점프해 팬과 기쁨을 나눴지만 착지 과정에서 무릎이 꺾여버립니다. 부상을 입은 그는 바로 교체됐고, 팀도 2골을 내리 내주며 1-2로 역전패 당했습니다.

골은 선수가 넣고 부상은 감독이 당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집니다. 지난해 5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리버풀FC는 토트넘홋스퍼와 경기를 가집니다. 경기는 종료 직전 리버풀 소속 디오구 조타의 극적인 결승골로 4-3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그런데 막판 결승골에 흥분한 리버풀FC의 감독 위르겐 클롭은 흥에 겨워 경기장 터치라인 근처에 있는 대기심에게 달려가 조롱하는 셀레브레이션을 합니다. 이후 갑작스럽게 왼쪽 허벅지 뒷편을 붙잡고 절뚝이기 시작합니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것이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이끈 치치 감독도 조별리그 코스타리카와의 경기도중 결승골이 터지자 그라운드로 달려나가는 과정에 햄스트링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팬들도 동료들도, 리그도 고개 저은, 안하니만 못한 셀레브레이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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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스타 르브론제임스의 ‘빅볼 댄스’ <출처=NBA ‘X’>

세금으로 수천만원을 내야 하는 남사스러운 셀레브레이션도 있습니다. NBA 선수들이 여전히 즐겨하는 ‘빅볼(Big ball)’ 댄스는 논란의 대상입니다. 결정적인 득점을 한 뒤 두 손을 사타구니 주변으로 내려 큰 공을 두개 들고 있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 셀레브레이션입니다. 빅볼은 미국의 은어중 하나로, 남성의 고환을 뜻합니다.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내가 이만큼 강심장에다가 용기도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의미인데, 1994년 영화 ‘메이저리그 II’의 한 장면이 출처입니다. 전 NBA선수 샘 카셀이 처음으로 이 빅볼 댄스를 시전한 뒤 여러 선수들이 축하 공연으로 쓰고 있습니다.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2021년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경기에서 4쿼터 후반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린 뒤 빅볼 댄스를 시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NBA사무국은 ‘경기장에서 음란한 몸짓을 한 혐의’로 1만5000만달러(약 2000만원)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같은 시즌 토론토 랩터스의 가드 프레드 밴블릿도 결승 득점을 한 뒤 빅볼 댄스를 춰 1만5000달러를 내야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UEFA 챔리언스리그 16강에서 골을 넣은 뒤 상대팀 팬들 앞에서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셀레브레이션을 해 2만유로의 벌금 징계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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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셀레브레이션으로 팀 승리까지 놓친 켄터키대의 AJ 로즈<출처=ESPN>

너무 빠른 자축은 팀 승리를 앗아가는 경우를 부르기도 합니다. 특히 미국프로풋볼(NFL)과 대학풋볼리그에서 종종 일어납니다.

최근에는 2020년 미국 최상위 대학풋볼리그(FBS) 켄터키대학의 러닝백 AJ 로즈가 불명예스러운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그는 미시시피대와의 경기 1쿼터에서 상대 수비진을 모두 뚫어내고 터치다운을 향해 엔드존으로 뛰어 들어갑니다.그는 30야드가 남은 시점부터 터치다운을 확신했고 오른손으로 브이를 그리고 속도를 늦추며 ’조금 이른‘ 셀레브레이션을 합니다. 그러나 상대팀 수비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엔드존 3야드 앞에서 로즈를 발목을 낚아채 넘어뜨립니다. 득점은 물건너갔고, 이후 플레이에서도 로즈는 득점에 실패하고 맙니다. 경기가 승리로 이어졌다면 해프닝으로 그쳤을 수 있겠지만, 켄터키대는 이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41대42로 패하고 맙니다. 경솔하기 짝이 없는 셀레브레이션의 대가가 작지 않았단 것이죠.

“셀레브레이션 꼭 필요하나요? 에너지낭비에 시간낭비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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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의 줄리어스 아가호와가 보인 공중제비 <출처=FIFA WorldCup ‘X’>

몇몇 지도자는 과도한 셀레브레이션이 ’에너지 낭비‘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잉글랜드 축구 4부리그에서 20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맨스필드 타운의 감독 나이젤 클러프가 대표적인 ’반대론자‘입니다. 그는 영국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균형을 이루고 있을때 골 셀레브레이션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득점을 할 때 개인적인 순간을 즐길 수 있겠지만 조금 과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선 에너지를 아껴야하는데 무릎으로 미끄러지거나, 뛰어다니는 셀레브레이션은 이를 방해한다는 것이죠. 그는 자신의 선수시절을 언급하며 “팀원들끼리 등이나 머리를 살짝 두드려주거나 악수를 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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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팀별 셀레브레이션 소요시간 <출처=디애슬레틱>

셀레브레이션으로 실제 경기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PL은 이번시즌부터 전후반 추가시간을 부여하는 목록에 골 셀레브레이션을 삽입하는 규정 변경을 실시했습니다. 심판들은 재량에 따라 골 셀레브레이션 시간을 고려해 추가시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축구경기는 전후반 각각 45분씩 90분으로 이뤄졌지만, 실제로 경기가 펼쳐지는 것은 60분 전후에 그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프리킥과 코너킥, 골 아웃 등 ‘볼 데드’ 상황에서도 경기시계는 멈추지 않고 흘러가 실제 경기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축구계에선 볼데드 상황이 길어지면서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자평이 많았습니다. PL 사무국은 골 셀레브레이션도 실질적인 경기시간을 줄이는데 일조한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 시즌 PL 우승팀인 맨체스터시티FC는 94골을 얻었고, 골을 넣은 뒤 경기를 재개하기 까지 105분45초를 소요했습니다. 2위였던 아스날은 119분32초를 썼고, 가장 ’무덤덤한‘팀인 울버햄튼 울브스조차도 40분30초를 골 셀레브레이션과 뒷정리에 낭비했다고 분석됐습니다.

스타들의 쏠쏠한 용돈 돼가는 셀레브레이션 “즉흥공연에 대본이 필요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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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볼트의 ‘투디월드’ 포즈 <출처=BBC>

스포츠 경기의 볼거리중 하나인 셀레브레이션이지만 이처럼 어떨때는 동료, 리그로부터 썩 환영받지 못합니다. 본인의 커리어를 망가뜨릴 수도 있지요.

반면 잘만 활용하면 쏠쏠한 돈벌이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 셀레브레이션입니다. 단거리 육상의 아이콘 우사인볼트는 지난해 미국에 자신의 상징적인 셀레브레이션인 ’투디월드(To di world)’ 셀레브레이션에 대한 상표권 출원을 신청했습니다. 한 팔은 구부려 머리를 가리키고 다른 팔을 하늘을 찌르듯 뻗는 볼트의 독특한 포즈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고 난 뒤 처음으로 시작됐습니다. 볼트는 이 이미지를 의류나 신발은 물론 레스토랑, 스포츠바 등 개인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법적 절차를 대리한 조시 거벤 변호사는 BBC에 “그의 셀레브레이션 포즈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그는 상표 등록을 통해 이를 직접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사용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위 이름난 스타들이 본인의 시그니처 셀레브레이션에 대한 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NBA의 3점슛 마스터 스테판 커리도 자신의 ‘나잇, 나잇’ 셀레브레이션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시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PL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시포드 역시 머리를 가리키는 포즈에 대한 권리를 얻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다만 지난해 본인의 ‘참선’ 셀레브레이션과 이름에 대한 상표권을 신청했다가 퇴짜받은 노르웨이의 차세대 축구스타 엘링 홀란처럼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르웨이 언론에 따르면 홀란이 이름에 대한 상표권을 신청하기 1년전에 한 일반인이 선수를 쳤다고 합니다)

슬로바키아의 하키 선수 페테르 본드라는 “셀레브레이션은 연습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득점의 흥분이 스스로를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순간”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셀레브레이션을 보는 것이 즐거운 것도 이때문일 겁니다. 날 것 그대로의 환희와 기쁨이 흘러나오는 장면으로부터 나오는 의외성이 셀레브레이션의 원천이라는 것이지요.

이 맥락에서 개인적으로는 셀레브레이션에 대한 스타선수들의 권리 주장은 그다지 끌리지 않습니다. 승리와 득점이라는 클라이막스 이후 팬들에게 보이는 즉흥적인 막간 공연에 사실 대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기분이랄까요. 경기에서 나온 환희는 경기장에 남겨두는 것,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득점하는 경우 선수들이 취하는 자축행동에 대해 한국은 통상 ‘세리머니’라고 칭하지만 이 글에서는 ‘셀레브레이션’으로 갈음했습니다.

<참고문헌과 외신>
◎https://edition.cnn.com/2013/03/18/sport/football/football-greece-katidis-nazi-salute/index.html?hpt=hp_t2
◎https://sports.donga.com/sports/article/all/20230317/118377805/1
◎https://www.espn.com/soccer/story/_/id/37638431/when-goal-celebrations-go-bad-liverpool-boss-jurgen-klopp-pulls-hamstring
◎https://www.insider.com/lebron-james-given-15k-fine-crude-gesture-big-balls-2021-11
◎https://sports.yahoo.com/kentucky-rb-aj-rose-celebrates-too-early-gets-caught-from-behind-later-loses-fumble-214149401.html
◎https://sports.yahoo.com/kentucky-rb-aj-rose-celebrates-too-early-gets-caught-from-behind-later-loses-fumble-214149401.html
◎https://www.espn.co.uk/football/story/_/id/38919420/are-wild-goal-celebrations-waste-energy-one-manager-thinks-so
◎https://theathletic.com/4738580/2023/08/07/premier-league-celebrations-ranked/
◎https://www.bbc.com/news/business-62641887

≪[올어바웃스포츠]는 경기 분석을 제외한 스포츠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스포츠가 건강증진을 위한 도구에서 누구나 즐기는 유흥으로 탈바꿈하게 된 역사와 경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 수백억원의 몸값과 수천억원의 광고비가 만들어내는 산업에 자리잡은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알게 된다면, 당신이 보는 그 경기의 해상도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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