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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오전엔 출근, 오후엔 아이 돌봐요”…출산율 반등 성공한 ‘이 나라’의 비결

류영욱 기자
입력 : 
2024-03-12 18: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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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유아용품 전문점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박형기 기자]

지난달 초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인 ‘베를린 동물원’ 앞. 한창 일할 평일 오후지만 아이들 손을 잡은 부모들로 가득하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다니는 카타리나 메이어(34·여)씨는 오전 근무를 마치자마자 걸음마를 시작한 생후 10개월된 자녀와 이곳을 찾았다. 메이어 씨는 “지금은 육아휴직 기간이지만, 지난달부터 오전엔 출근하고 오후에는 아이를 돌보고 있다”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 못지 않게 직장인으로서의 삶도 의미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2010년대 들어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에선 육아휴직으로 불리는 ‘부모시간(Elternziet)’을 포함한 일·가정 양립 정책 덕분이다. 독일 부모들은 ‘일이냐 가정이냐’ 선택에 내몰리지 않는다. 한국에선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지만, 독일에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넘어 ‘공존’이 가능하다.

한국은 유급 육아휴직을 더 길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독일은 정반대 정책을 추진했다. 육아휴직 기간은 반으로 줄이는대신 육아휴직 급여는 4배로 높였다. 2007년 독일은 최대 36개월, 월 450유로(약 64만원)까지 지급하는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최대 14개월, 월 1800유로(258만원)를 지급하도록 바꿨다. 수당은 늘리되 아이를 가진 뒤 일터 복귀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일-가정 양립’이 아닌 ‘일-가정 공존’을 꾀했다. 직장인들이 아이를 낳도록 돕는다는 개념을 넘어 부모가 육아와 함께 노동시장에 남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준 것이다.

정부 정책의 성공에는 기업의 동참도 한몫을 했다. 독일 기업들은 일·가정 공존을 인사정책의 일부로 받아들여 탄력적인 근무체계, 돌봄 서비스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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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기업의 가족친화 경영은 독일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다. 실제로 12일 매일경제신문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이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과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을 대상으로 인구위기 대응 기초평가를 실시한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점수는 66점에 그쳤다. 재앙 수준의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기업을 인구문제 해결사로 키워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틴 부자드 독일 연방인구연구소장은 “일과 가정이 화해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뿐 아니라 문화도 정착돼야 한다”며 “독일은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직원들이 충분한 소통을 나눴다”고 말했다.

매경미디어그룹은 ‘대한민국 인구대역전’을 주제로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KAIST,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과 함께 제 34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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