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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故심성민씨 부친 "누가 내 아들 호랑이굴로 넣었나"

입력 : 
2007-08-29 20: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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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ㆍ정부에 진상규명 요구
"응분 대가 치러야"…피랍가족 위로방문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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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아들을 호랑이 굴로 밀어 넣었는지 반드시 밝혀 내겠다." 지난달 30일 탈레반 무장세력에 희생된 고(故) 심성민 씨의 아버지인 심진표 경남도의원(62ㆍ한나라당)이 샘물교회와 한민족복지재단, 정부 등을 상대로 이번 아프간 피랍 사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심씨는 이날 경남 고성까지 위로 방문한 피랍자 가족들과 만남을 끝내 거부했다.

특히 심씨는 이번 단기 봉사활동 과정에서 교회 측의 안전부주의나 정부의 초동대응 미흡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의지를 밝혀 19명의 피랍자 귀국 이후에도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심씨는 29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항간에 교회 측이 아프간 현지에서 고용한 버스기사와 중간 경유지에서 합승시킨 현지인 젊은이 2명이 탈레반 쪽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며 이들에 의해 납치가 주도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아프간 피랍과정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 같은 의혹이 있는 데도 현지에 연락책을 갖고 피랍과정을 자세히 알고 있을 교회, 재단 측이나 정부 쪽에서는 피랍과정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하고 있다"며 "교회 측에는 피랍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정부 쪽에도 초기 대응 과정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심씨는 "진실규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진상규명 과정에서 잘못이 밝혀지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소송 등 법적 대응의사도 간접적으로 밝혔다.

심씨는 "다른 사람들은 무사히 돌아오지만 내 자식은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 외롭고 쓸쓸한 심정은 말로 다 못한다"며 울먹였다.

그는 "문제는 교회와 한민족복지재단이 가족이나 형제들에게 봉사단 활동에 대해 통지를 하지 않았고 그다지 독실하지도 훈련된 선교인도 아닌 성민이를 위험한 오지로 데리고 간 것"이라며 "정부 역시 초기 협상과정에서 섣부르게 탈레반의 감정을 자극해 희생자를 만든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상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씨는 마지막으로 "먼저 간 배형규 목사 가족이 나머지 피랍인질들이 무사귀환할 때까지 배 목사의 장례를 늦추겠다고 했다"면서 "배 목사 가족이 성민이 영결식 때 정중히 조문한 만큼 인간된 도리로 장례식 날짜를 알게 되면 꼭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19명의 나머지 피랍자 가족들은 심씨가 거주하고 있는 경남 고성으로 위로방문을 떠났다. 차성민 가족모임 대표(30)는 "나머지 피랍자의 석방소식이 전해진 시점에서 유족들에 대한 예의와 위로 차원의 방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심씨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데다 가족도 모두 연락을 끊고 집을 비울 것"이라며 만남을 거절했다.



[성남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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