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사진 없고 동명이인 많은 이름이라 특정 안 돼" 해명에 유족 분노정치권도 연일 비판…與 "가족 잃은 고통 속에 있는 분들 이용은 폭력"
  • ▲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한 기사. ⓒ'시민언론 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한 기사. ⓒ'시민언론 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친(親)민주당 성향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 사망자들의 실명을 무단으로 공개한 데 대해 유족 측에 내놓은 해명도 논란이 되고 있다.

    SBS에 따르면, '시민언론 민들레' 등은 이태원 참사 사망자 유족에게 "성별·나이·사진이 없고 동명이인이 많은 이름이라 특정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민들레는 유튜브 채널 '더 탐사'와 함께 지난 14일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러나 유족의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불거졌고, 유족 측의 항의에 따라 공개했던 명단 중 일부 희생자의 이름은 지운 채 다시 게시했다. 현재는 155명의 이름 중 27명의 이름이 가려진 상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외국인 사망자 2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사망자의 유족이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았으며, 사망자 8명의 유족은 국적 공개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하며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고발장 접수가 잇따른 상황에서 해당 매체 측이 유족에게 내놓은 해명마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것이다.

    유족은 SBS와 인터뷰에서 "사전에 동의 요구를 받은 적은 전혀 없었다. (항의 이후에도) 아직도 반성의 태도가 전혀 없어 보였다"며 "동명이인이 많아서 고인을 특정할 수 없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인식이 이번 일을 자행하게끔 한 것 같다"고 분개했다.

    민들레와 함께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을 공개한 더 탐사는 당시 관련 라이브 방송 중 광고성 떡볶이 '먹방'(먹는 방송)을 하며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유튜브 채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30여명이 지난 7월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벌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족의 동의 없는 이태원 참사 사망자 실명 공개에 정치권은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책임 있는 언론이 정상적인 취재과정을 거쳐 취재원의 동의를 받아 사연을 소개하는 것과 출처 모를 명단을 동의도 없이 공개하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전자는 취재고 후자는 폭력이요 선동"이라고 민들레를 직격했다.

    이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분들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언론과 정치의 탈을 쓴 가장 비열하고 반인권적인 폭력"이라고 덧붙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명단 공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뿐만 아니라 누가 어떻게 명단을 입수했는지 불법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