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선의 우리 약초 이야기 (1)곰보배추
입력 : 2012-04-16 00:00
수정 : 2012-04-16 00:00

엄동설한 이겨낸 보물 동생초…호흡기질환·부인병 등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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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은 멀리 있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 산과 들을 둘러보면 약이 되는 토종 풀이 꽤 많다.

 첫번째로 소개할 약초는 ‘곰보배추’다. 곰보배추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봄동과 비슷하게 생겼다. 들판이나 논둑, 밭, 강변 등에서 자라며 대도시의 아파트 화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겨울 내내 살아 있다고 해서 동생초(冬生草), 눈을 보고 자란다고 해서 설견초(雪見草)라고도 부른다. 곰보배추라는 재미난 이름은 뿌리가 배추 뿌리처럼 생긴데다 잎 표면이 올록볼록해서 붙여졌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오래전부터 ‘문둥이 배추’라고 불렀다.

 지금이 딱 먹을 철이다. 5월 말이 되면 꽃대를 올려 연보라색의 작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씨앗을 뿌리는 때는 6월에서 7월인데, 무럭무럭 자라다 봄동처럼 땅에 바짝 엎드린 채 엄동설한의 추위와 ‘맞짱을 뜨며’ 정신없이 한겨울을 보낸다. 그동안 영양분은 뿌리로 모두 몰리기 때문에 겨울을 난 곰보배추의 약효를 최고로 친다.

 곰보배추에선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난다. 정유성분과 사포닌·불포화지방산·플라보노이드 등을 함유하고 있어서다. 씨앗엔 많은 양의 기름이 들어 있다. 참기름을 짜듯이 볶아서 짜면 되는데, 씨앗이 참깨 씨앗의 20~30분의 1이라 할 만큼 굉장히 잘다. 이 기름은 샐러드에 드레싱으로 활용해도 좋고 식용유처럼 불을 쓰는 요리에 써도 좋다. 곰보배추는 기침·가래·비염 및 오래된 천식에 효과가 있다. 냉증과 생리통·자궁질환 등 부인병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선조들은 곰보배추가 각종 염증을 완화시켜 준다고 해서 종기가 난 곳에 짓찧어 붙여놓곤 했다.

 이 좋은 곰보배추를 제대로 먹으려면 발효액을 만드는 게 가장 좋다. 신선한 곰보배추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듬성듬성 썰어 설탕과 1대 1로 버무린다. 항아리에 넣고 이틀 뒤부터 간간이 뒤집으며 발효를 시키면 된다. 6개월이 지나면 건더기는 건져내고 걸러낸 발효액을 냉장보관하는데, 다른 약초물에 1대 1로 타 마시거나 물에 엷게 타 마신다. 효소가 풍부하므로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을 이용한다.

 발효액을 만드는 게 어렵다면 김치 담그듯 겉절이를 해 먹으면 된다. 잎만 따서 만들면 특유의 향도 거의 나지 않는다. 약재상에게 뿌리와 잎을 말린 것을 구입했다면 푹 달여 먹는다. 황사로 인한 호흡기질환이 걱정되는 이때, 산과 들에서 직접 채취한 곰보배추로 건강을 지키는 것은 어떨까.

 

 ●허은선=12년 전 전북 남원에 귀농해 약초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이다. 중국 난징에서 중약학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지리산 약초학교’ 대표이사로 각종 공공기관과 학교에서 약초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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