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 희망을 여는 현장⑹쌀값 하락에도 끄떡없는 ‘벼농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입력 : 2016-01-29 00:00
수정 : 2016-01-29 00:00

충남 서천 영농조합법인…50농가서 2100t 생산
전국 최고 생산단지 아성

농협, 전량수매·가공→CJ공급

들녘경영체육성대상에 선정…내년 지역 논 30%까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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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침 희망을 여는 현장> 가공용 쌀 생산하는 ‘벼농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쌀값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가공용 쌀 생산·판매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며 새해 희망을 일구는 농가들이 있다.

 이들은 특히 농협·행정기관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전국 최고의 가공용 쌀 생산단지라는 아성을 구축하고 틈새시장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충남 서천 한산면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벼농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출발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농가가 서천군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무논점파 직파재배에 도전한 게 계기다. 이때 선택한 품종이 2009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공용 품종 <보람찬> 이다.

 박병구 영농법인 대표(61)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죠. 가공용 쌀을 생산한다는 게 낯설기도 했고요.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거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해 546t을 생산해 한 식품업체에 납품한 농가들은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2013년 ‘벼농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법인을 구성했다.

 한산농협(조합장 이완구)의 도움이 컸다. 2013년 CJ제일제당과의 계약재배를 주선하고 건조저장시설(DSC)을 이용, 생산된 벼를 전량 수매했다. 2015년 대형방제기 구입 땐 차량구입비 5000만원을 선뜻 지원했다.

 군농기센터와 충남도농업기술원은 농한기 영농교육을 통한 재배기술 지도와 생산단지 조성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신바람이 나면서 탄력도 붙었다. 37농가가 새로 가입해 법인 식구가 50명으로 늘었다. 30~40대가 11명에 달했다. 재배면적은 2013년 100㏊에서 지난해 200㏊로 배로 확대됐다. 생산량도 1278t에서 2100t으로 증가했다.

 박 대표는 “서천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현미로 가공해 전량 CJ에 납품한다”며 “40㎏당 단가는 일반벼보다 조금 낮지만 수확량이 많아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법인의 입지가 공고할 정도로 ‘탄탄대로’는 아니다. 그래서 업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공용 쌀의 순도유지에 가장 중점을 둔다.

 종자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전량 구입해 사용한다. 자체 영농교육을 통해 생산부터 수확과정에서 일반벼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임원진이 수시로 논에 나가 점검도 한다.

 이문구 총무(57)는 “순도유지는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핵심인 만큼 이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가공용 쌀이 식용으로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톨도 외부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농법인은 올해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서천군에선 처음으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들녘별경영체 육성대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컨설팅에 이어 내년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되면 DSC 확충 등을 통한 규모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완구 조합장은 “가공용 쌀 재배가 내년에는 지역 내 논 1000여㏊의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계약재배를 더 활성화시켜 농가소득이 증대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천=이승인 기자 sil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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