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책방지기의 마음을 담은 책]흙의 학교
입력 : 2016-06-03 00:00
수정 : 2016-06-03 00:00

흙의 성질·개성 아는 게 현명한 농업의 출발

새롭게 농촌으로 온 젊은이들

자연재배 시도하는 용기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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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책방지기의 마음을 담은 책
 시골로 이사 와서 우리 부부가 가장 처음 맞닥뜨린 고난은 ‘돌과의 전쟁’이었다. 얼핏 눈으로 보아서는 부드러운 흙임에 틀림없는데 고추나 감자를 심으려고 땅을 뒤집어보면 흙 반, 돌 반이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호미를 들고 앉아 돌을 골라냈다. 골라낸 돌이 너무 많아 어디 버릴 데도 없어 큰 돌은 석축을 쌓고, 작은 돌로는 돌탑을 쌓았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 그 많은 농작물들이 자라난다는 사실이 몹시 신기했다. 물론 땅을 갈아엎고 두해 정도까지는 수확의 결과물이 형편없었다. 몇년에 걸쳐 꾸준히 땅을 다지고, 겨울이면 퇴비를 두둑이 넣어 영양을 공급하고 나서야 지금 우리 집 정원과 텃밭은 제법 기름진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아,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흙의 학교> 를 쓴 저자 기무라 아키노리는 일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부다. 20대부터 거의 40년 동안 사과농사를 지었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많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해 커다랗고 반짝반짝 빛나는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길러냈다. 그러나 정말 무모하게도 무작정 무농약 사과 재배에 도전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온갖 병충해가 찾아왔다. 그 후로 10년 동안 사과나무는 꽃조차 피우지 못해 사과밭은 황폐해지고, 가계 상황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절망과 좌절의 시간들이었다. 그 세월을 견뎌낸 후, 그는 비로소 무농약 사과 재배에 성공했다.

 “핵심은 흙에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흙이라고 다 같은 흙이 아니라는 거다. 흙의 성격은 장소에 따라 다 다른데, 그 개성을 잘 파악하여 어떤 흙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를 아는 게 현명한 농업의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널리 사용되면서 사람들은 이런 흙의 성격을 잊어버렸다. 우리가 만났던 이 척박한 돌밭에서도 작물들이 쑥쑥 자라는 이유는 바로 어떤 땅이든지 완전정복을 해주는 농약과 비료가 있기 때문이다. 흙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흙에 대해 조금만 알고 나면 농약과 비료를 조금 덜 쓰는 게 가능해진다. 사실 지금 농사짓는 어르신들은 다 알고 있는 얘기다. 그분들이 평생 내 몸처럼 사랑했던 흙의 성질, 그러나 점점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에 지금은 모두 옛날이야기라고 손사래를 치는 그런 흙에 대한 이해. 하지만 이제 다시 새롭게 흙을 이해하자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완전한 유기농업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조금씩 농약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 특히 새롭게 농촌으로 유입되고 있는 젊은 농업인들이 농약의 관행에 길들여지기 전에 먼저 ‘흙의 학교’를 이수하는 것은 희망의 첫 발자국이 될 것이다. 미래의 농부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농사를 고민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농작물 생산을 연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 재배를 시험해보라고 저자는 권유한다.

 “여러분들도 밖으로 나가 발밑의 흙에 주목해보세요. 그 흙을 두손가락으로 살짝 집어 들고는, 살펴보고 만져보면서 느껴보세요. 그 흙이야말로 저의 학교였습니다. 그 흙이 저에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줌의 흙 속에는 지구 인구보다 많은 박테리아가 산다. 흙 속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로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신비로운 세계 속으로 한걸음 성큼 내디뎌보면 어떨까.

 백창화 <북칼럼니스트·‘숲속작은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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