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색 가을-칠면초 명소] 갯벌 붉게 물들이는 칠면초 단풍
입력 : 2021-10-25 00:00
수정 : 2021-10-24 12:37

가을이 울긋불긋 단풍잎에만 스며들라는 법은 없다. 칠면초는 갯벌을 붉게, 핑크뮬리는 산책로를 연분홍빛으로 색칠한다. 산에서 자라는 억새와 물가의 갈대는 은빛 파도를 일으킨다. 형형색색 계절의 발자취를 따라 가을 여행을 떠나본다.
 

신안 증도 갯벌에 붉게 물들어 펼쳐진 칠면초 군락.

전남 신안 칠면초 군락지

신안 증도 ‘태평염생식물원’에 조성 함초·비쑥 등 70여종 염생식물 자생

머리 색 바뀌는 칠면조서 이름 유래 봄에 초록빛 띠다 가을엔 붉게 변해 

 

가을이 오면 바다의 갯벌에도 단풍이 든다. ‘초록이 지쳐’ 붉게 변하는 염생식물 칠면초의 이야기다. 이 가을 ‘갯벌의 레드카펫’이라고 불리는 칠면초 단풍을 만나기 위해 전남 신안 증도를 찾았다.

‘천사(1004)의 섬’으로 불리는 신안에서 증도대교를 건너면 나오는 증도는 이맘때면 붉게 물든 칠면초로 장관을 이룬다.

칠면초로 가득한 태평염생식물원은 단일 면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염전인 태평염전 안에 있다. 이곳은 유네스코 생물다양성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462만8100㎡(140만평) 규모의 태평염전 중 11만㎡(3만3275평)의 습지에 조성된 염생식물원에는 칠면초를 비롯해 함초·비쑥·갯강아지풀·해홍나물 등 70여종의 염생식물이 자생하며 가을이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칠면초는 한해살이풀로 키가 15∼50㎝ 정도로 자라며 줄기에 방망이처럼 생긴 잎이 어긋나게 달려 있다. 칠면초라는 이름은 머리 부분의 색이 여러번 바뀌는 칠면조에서 비롯됐다. 이름처럼 봄에는 초록빛을 띠다가 가을이 되면서 붉은빛이 되고 차츰 자줏빛으로 변한다.

칠면초 군락은 갯벌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될 뿐 아니라 바닷새에게는 편안한 안식처가 된다. 또 이런 염생식물들은 연안의 유기 오염물질을 정화해주고 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의 위협으로부터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칠면초의 어린 순은 식용으로 사용하며 항산화 물질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생식물원에는 칠면초 등 염생식물을 감상하기 좋도록 칠면초 군락 안쪽으로 데크(Deck) 길이 조성돼 있다. 단풍을 즐기러 산으로 가도 좋지만 가을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칠면초를 만나면 색다른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국 칠면초 명소]

인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쉼터와 보문선착장 사이 해변도로 근처에 가면 드넓게 펼쳐진 칠면초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석모대교를 건너 민머루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중간쯤이다. 작지만 주차장이 있고 갯벌로 내려가는 계단도 마련돼 있다.

전남 순천만습지에서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붉은 칠면초 군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칠면초를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는 데크 길도 조성돼 있다. 순천만의 아름다운 S자 물길은 덤이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에도 칠면초 군락이 있다. 물때에 따라 잠겼다 나타나는 칠면초의 모습이 신비로운 곳이다. 조그만 언덕처럼 생긴 갯벌에 돋아난 칠면초는 마치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붉은 단풍 같은 느낌이다. 멀리 보이는 섬과 나룻배가 멋진 풍경이 된다.

신안=글·사진 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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