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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 한옥호텔 신축 사업 중단

최근 하동군은 악양면 최참판댁 인근에 추진하던 한옥호텔 신축 사업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특혜의혹이 있는 최참판댁 한옥호텔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의견과 ‘전임 군수의 흔적 지우기가 도를 넘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여기에 사업 취소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도 더해졌다. 최참판댁 한옥호텔 신축사업 취소를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 보았다.

하동군의 ‘합리적인’ 사업 취소 결정

최참판댁 뒤편에는 2018년, 30억 원을 들여 지은 한옥호텔이 있다. 하동군에서 잠시 운영하다가 코오롱이 임대하여 최근까지 운영하였다. 연간 사용료는 불과 2,480만 원, 30억 원을 들여 지은 한옥을 불과 월세 200만 원에 임대해 준 것이다. 더군다나 연간 1,500만 원이 들어가는 유지관리도 하동군에서 해주었다. 예약이 어려워 군민들은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러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2021년 하동군은 79억 원으로 한옥 4채를 더 짓기로 했다. 하동군의회는 문제를 제기했다. ‘많은 예산으로 숙박시설을 짓고,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하동군과 주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최참판댁 뒤편에 있는 한옥호텔. 2018년 하동군에서 30억을 들여 지었다. 하동군에서 잠시 운영하다가 코오롱이 임대하여 최근까지 운영하였다.
집행부가 바뀐 하동군은 한옥호텔을 새로 짓지 않고 최참판댁 주변을 정비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남도는 하동군의 사업변경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하동군은 사업을 취소했다. 여러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동군 재정과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중단’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처럼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행정을 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하동군민들에게는 낯설기도 하다. 이번 조치가 환영받는 이유는 갈사·대송산업단지, 알프스프로젝트, 상상도서관, 읍민관 나무조형물처럼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추진한 일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크골프장과 모노레일이라는 ‘비합리적인’ 대안

한옥호텔 사업을 취소한 하동군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최참판댁과 연계한 관광시설에 군비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파크골프장과 모노레일이다. 하동군은 ‘관광산업과 스포츠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파크골프장을 건설하고, ‘최참판댁 – 고소성군립공원 모빌리티 확보’를 위해 모노레일 설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옥호텔 건설사업을 취소하기로 한 결정의 근거가 합리적이었던 반면, 대신 추진하기로 한 파크골프장과 모노레일이 어떤 시너지 효과로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 또한 최참판댁 – 고소성군립공원의 이동성 개선사업에서 최참판댁과 고소성군립공원 내 어느 곳을 연결하겠다는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합리성-비합리성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견 수렴

이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행정기관의 의사결정 구조와 방식이다. 행정기관은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대리기관이다. 하지만 지금 지역에서는 행정기관 최고책임자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다. 자연히 의사결정 자체가 왜곡되고 그 과정에서 권한을 위임한 주민과 위임 받은 행정기관과의 관계가 뒤집히게 된다. 주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일이 반복되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결정이 라고 하더라도, 지역주민의 의견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사업의 당사자인 악양면 평사리 상평마을 이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청회 등 여론수렴) 그런 절차는 전혀 없었고요. 그 다음에 이런 내용이 취소됐다는 내용도 한참 뒤에 알았어요” 특혜 시비가 있는 사업을 취소한 하동군의 결정은 환영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소외되는 일이 되풀이되어 선 안 될 것이다.

2023년 3월 / 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