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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취 쌈
ⓒ 맛객
지난 5월 20일 전남 화순에 소재한 '산채원'에 들렀다. 여러 가지 나물에 대한 취재와 자료조사가 목적이다. 그날이다! 하필 맛객이 내려간 그날 산에서 곰취한테 포위당했다고 산채원 대표가 경험담을 되풀이한다.

"내가 살다 살다 그렇게 많은 곰취는 처음 봤습니다."
"방태산보다 많았어요?"
"그럼요! 우리가 방태산 가봤잖아요? 거기보다 훨씬 많아요."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는데 앞으로 두 번 다시 못 볼 장면을 보았다는 둥, 한자리에서 그 정도로 밀도 있게 자라고 있는 곰취는 처음이라는 둥 자랑에 자랑을 더한다. 이쯤 되니 속 좋은 맛객도 슬슬 속이 쓰려오기 시작한다. 하루만 기다렸다 내일 같이 갔으면 곰취가 발 달려 도망간대?

▲ 곰취 만나러 가는 길
ⓒ 맛객
다음날 거사를 단행했다. 다시 그 장소가 있는 백아산으로 출발! 곰취를 채취하러 가는 이유는 가져와 여러 사람과 나눠먹기 위함이다. 그러나 더 큰 재미가 있었으니 산속에서 곰취와 만나는 순간의 기쁨이다. 거기다가 즉석에서 뜯은 걸로 쌈 싸먹는 재미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 잎이 손바닥을 닮았다. 반대나물, 참반디나물이다
ⓒ 맛객
김규환 산채원 대표를 앞장세워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 보니, 노란 꽃잎을 활짝 펴고 있는 피나물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피나물이 있다면 곰취가 있을 확률은 확 올라간다. 거기에 산죽과 참나물까지 있다면 곰취가 있을 거라는 건 의심할 필요가 없다. 이놈들은 종합선물세트처럼 한 장소에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곧 곰취가 보일 리는 없다. 곰취는 높은 산을 좋아하니까 최소한 산마루 근처까지는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목에 제피나무도 보이고 참반디나물도 보인다.

▲ 곰취, 다행스럽게도 아직 여린 곰취가 많았다
ⓒ 맛객
▲ 금세 이만큼 뜯었어요~
ⓒ 맛객
곰취는 향이 좋아 쌈으로 제격이다. 맛없는 고기도 곰취에 싸서 먹으면 맛이 느껴질 정도로 그윽하게 풍기는 향이 으뜸이다. 이 곰취가 드디어 눈에 보인다. 가느다란 줄기에 의지한 채 활짝 펼친 동그란 잎, 영락없는 곰 발바닥을 닮았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곰취라 이름 지었다.

▲ 맛있는 점심시간, 산에서 먹는 밥은 천하진미 부럽지 않다
ⓒ 맛객
▲ 방금 전에 뜯은 쌈거리
ⓒ 맛객
한 시간여 뜯다 보니 배가 고파진다. 학창시절 점심시간 말고 이처럼 기다려지는 점심시간은 별로 없다. 산 밥은 김치 한 가지에 먹어도 맛 나는데, 방금 전 뜯은 곰취, 제피 잎, 반디나물, 더덕 순, 오갈피 잎 같은 쌈거리에다 먹는데 그 맛이 어떠하겠는가? 신선이 먹는 밥상이 있다면 구경 해보고 싶다. 모르긴 몰라도 그분도 우리가 먹는 것을 먹진 않을까.

▲ 곰취의 풍미가 느껴지나요?
ⓒ 맛객
▲ 반디나물 쌈
ⓒ 맛객
▲ 이번에는 모둠쌈이다. 곰취, 오갈피, 젠피, 반디나물 더덕 순
ⓒ 맛객
싸드득 싸드득…. 볼때기가 찢어져라 입안에 넣고 고개를 처 들고 씹는다. 분명 나물은 쓰지만 맛은 달다. 소주 한잔 퍼 부어도 달다. 이 느낌이라면 인생의 쓴맛까지도 달게 느껴지겠다. 입 안 가득 향이 번진다. 찬물에 세수한 기분과도 같은 이 나물의 향! 쑥 향보다 격조 있는 곰취 향에 순간 매료되고 만다. 질세라 제피 향은 뇌쇄적이다. 이번에는 댓가지 정도를 한꺼번에 쌈을 싸서 먹는다.

칙칙폭폭! 씹을 때마다 향을 내뿜는다. 아~ 적어도 이 순간! 쌈밥의 맛은 향기로 먹는다고 말하련다. 한 자락 불어오는 바람, 나물의 향이 듬뿍 묻어 있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곰취, #산채원, #반디나물, #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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