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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 해 처음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매실나무를 심은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아서 일거리가 많지 않습니다. 그 사이 시험 삼아 우리 먹거리만 거둬보자 하시며 이것저것 심으셨습니다. 토마토, 양배추, 옥수수, 고구마, 토란, 고추, 땅콩, 들깨, 각종 콩 종류... 이런, 적다보니 좀 많네요.

모두 다 잘 자라줘서 지금껏 아주 잘 먹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컷 먹고도 남는 양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땅콩을 제가 다니는 학교 동료 선생님들에게 싼 값에 팔아보기로 했지요. 몇 분께서 사겠다고 하여 알아보니 땅콩은 되로 팔더군요. 그래서 한 되의 시장가격을 알아보고 그 값에서 3천원을 뺀 값으로 팔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양이었습니다. 한 되의 양을 알 수가 없더군요. 되를 사러 시장으로 갔습니다.

직접 재배한 토실토실한 땅콩
▲ 땅콩 직접 재배한 토실토실한 땅콩
ⓒ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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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선 그릇가게로 갔습니다.

“아줌마, 되박 있나요?”
“없는데요.”
“어디서 파는지 아세요?”
“철물점에 있나?”
“네, 안녕히계세요.”

한참 걸어서 철물점에 도착했습니다.

“아저씨, 되 있어요?”
“네?”
“됫박이요. 한 되, 두 되 재어서 파는 거...”
“우리 집에 없는데, 그릇 가게에 있으려나?”
“거기 다녀왔는데, 안 판대요.”
“모르겠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바로 옆집 건어물 가게에 멸치, 마른 오징어 담아놓은 되가 보입니다. 사서 쓰는 분들이 알 것 같아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하나만 여쭐게요. 제가 이 되가 필요해서 그런데, 이거 어디서 사면 돼요?”
“이거 사서 쓰는 거 아닌데.”
“그럼 어떻게 구해요?”
“우리는 아는 목공소에서 맞췄어요. 파는 데는 몰라요.”

옆집 쌀가게

“아저씨, 이 되는 어디서 사요?”
“몰라요.”
“어떻게 구입하셨어요?”
“몰라요.”

정말 몰라서 모른다 하시는 건지, 귀찮아서 그러시는 건지. 이를 어쩝니까. 땅콩 몇 되 팔려고 되를 맞춤제작 해야 한다니.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의 모든 곳에서 되를 사용하는데, 그 사람들이 각자 되를 맞춰서 사용하다니요.

그냥 여기저기 더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중의 한 곳 아저씨가 말합니다.
“우리 집에는 안 팔고 저기 콩파는 할머니에게 물어보면 알 거에요.”

“할머니, 제가 이 되가 필요해서 그런데 어디서 사면 되나요?”
“저기로 가면 철물점 하나 있어. 나는 거기서 샀지. 오래 전에 산 거라 지금도 팔려나 모르겠네.”
“고맙습니다.”

드디어 빛이 보입니다. 부지런히 철물점을 찾아갔습니다. 작게 걸어놓은 간판에는 농기구 전문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드디어 되를 만났습니다.

용량표시 스티커 등이 보입니다.
▲ 되 용량표시 스티커 등이 보입니다.
ⓒ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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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스티커 보이시나요? 가게 아저씨 말씀으로는 그 스티커가 있어야 한답니다. 되도 저울의 한 종류니까 공인을 받는 모양입니다. 물건을 살 때와 팔 때의 마음이 달라서 그런지 되가 시장에서 봤던 것보다는 커 보입니다. 땅콩을 퍼담는데 양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되 밖에 찍혀있는 1ℓ 의 글씨도 가게에 있는 되에서는 본 적이 없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찾아보기로 했지요.



승(升)이라고도 한다. 모양은 정육면체 또는 직육면체이며, 나무 또는 쇠로 만든다. 보통 되라고 하면 10홉[合]을 말하는데, 이를 큰되[大升]라 하고, 이것의 반(半) 되는 분량 또는 그의 용기를 작은되[小升]라고 한다. 1되는 약 1.8ℓ이다. 한편, 되와 ℓ의 환산을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신되[新升]라 하여 1승=2ℓ 되는 것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한국 삼국시대부터 사용되어 온 단위라고 하나, 현재 도량형법(度量衡法)이 미터법으로 통일됨에 따라 이의 사용은 감소되고 있다.(출처: NAVER 백과사전)

알고 있던 양과 차이가 너무 커서 좀 놀랐습니다. 되에 적힌 용량이 1ℓ 인 걸 보니 작은 되인 모양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지역마다 쓰이는 되의 용량이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작은 되를 한 되로 사용하는가 봅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작년 7월부터 정부에서는 법정 계량 단위를 사용하도록 홍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영민 의원(민주당 청주 흥덕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비법정단위 사용과 관련하여 신문사 585건, 방송사 14건 등 599건에 대해 구두경고가 있었고, 금년도의 경우 7월 현재까지 정부기관 10건, 신문사 3,266건, 방송사 55건 등 총 3,331건의 구두경고 조치가 있었습니다. (2008년 10월 2일자 내일신문)

법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랫동안 익숙하게 사용해오던 단위를 한 번에 갑자기 바꾸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 때문에 실생활에서 법정계량단위가 정착되기까지 현재 사용하는 계량단위를 일치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삼국시대부터 사용되어온 계량단위를 한번에 바꾸기 쉽지 않으니, 현재 사용되고 있는 ‘되’의 정확한 분량을 지켜, ‘리터(ℓ)’ 표시한 되를 사용하게 한다면 상인들이나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되’와 ‘리터(ℓ)’를 같이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리터(ℓ) 단위가 생활에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마다 다른 ‘되’보다는 ‘리터(ℓ)’가 분명한 계량 단위임은 확실하니까요.


태그:#한 되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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