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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과 쓴풀속의 한 종류인 자주쓴풀은 쓴풀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식물로 분류된다. 별모양의 꽃받침에 자주색 줄이 선명해 자주쓴풀로 불린다.
▲ 자주쓴풀 용담과 쓴풀속의 한 종류인 자주쓴풀은 쓴풀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식물로 분류된다. 별모양의 꽃받침에 자주색 줄이 선명해 자주쓴풀로 불린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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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가난한 삶을 헤쳐오신 할머니께서 늘 말씀하셨다.

"이놈의 꼬락서니 내가 죽어야 안 보지. 쓴 소태보다 더 쓴 게 사는 거여!"

쌀이 귀했던 산촌에서 말려 타 놓은 옥수수를 맷돌로 빻아 적당한 크기의 말 그대로 옥수수 쌀을 만드시며 큰어머니와 이런저런 말씀 끝에 하시던 이야기다.

아마도 할머니께서는 당신께서 살아오셨던 젊은 시절에 품었을 미래가 밝으리란 믿음이 자식들 대에도 여전히 불투명한 것에 대한 통증을 가슴에 담고 사셨던 듯싶다. 거기에 할머니의 셋째 아들인 아버지께서 가정불화로 어머니가 떠나고 남겨진 올망졸망한 자식들을 마찬가지로 넉넉하지도 않은 살림살이인 큰 형님댁에 더부살이를 보냈으니,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어머니(할머니)의 심정이 얼마나 쓰고 시렸을까.

채현국 선생님께서 학원 이사장으로 계시는 양산 효암학원의 효암고등학교 정문 화단 바윗돌에 새겨 놓은 '쓴맛이 사는 맛' 그대로 많은 이들에게 삶 그자체가 '쓴맛'이다. 이 '쓴맛이 사는 맛'은 채현국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정운현 선배가 기록한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렇게 어린 시절엔 쓴맛은 곧장 소태맛으로 연상되곤 했다. 그런데 이런 소태맛보다 지독히 쓴 식물이 있으니...

용의 쓸개를 맛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어찌 용의 쓸개를 이름으로 사용할 생각을 했을까?

용담(龍膽)!

그 맛이 용의 쓸개와 같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 이름은 생약재로 이용되는 용담과 식물인 용담과 칼잎용담에 쓴다.

자주쓴풀은 물론이고 쓴풀들은 어느 것이나 많은 사진 촬영자들이 찾는 들곷이다. 오래전부터 용담과 함께 위를 건강하게 하는 건위제로 이용되어 온 식물이다.
▲ 자주쓴풀 자주쓴풀은 물론이고 쓴풀들은 어느 것이나 많은 사진 촬영자들이 찾는 들곷이다. 오래전부터 용담과 함께 위를 건강하게 하는 건위제로 이용되어 온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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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식물들이 아래서 위로 올라가며 꽃을 피우는데 이 쓴풀속의 식물들은 반대로 끝에서부터 아내로 내려오며 꽃을 피운다. 꽃받침의 선명한 자주색이 이 꽃을 더 곱게 돋보이게 한다.
▲ 자주쓴풀 많은 식물들이 아래서 위로 올라가며 꽃을 피우는데 이 쓴풀속의 식물들은 반대로 끝에서부터 아내로 내려오며 꽃을 피운다. 꽃받침의 선명한 자주색이 이 꽃을 더 곱게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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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용담과로 분류되는 들꽃이 7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핀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되어 만날 수 있는 네귀쓴풀부터 큰잎쓴풀과 쓴풀, 자주쓴풀 모두 용담과다. 이들은 용의 쓸개만큼이나 쓰다고 하는 용담보다 열 배는 더 쓰다고 하니 얼마나 쓴맛이 강한지 이제 그 이야기를 풀어보자.

물론 이른 봄철 숲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용담과의 식물도 있다.

뿌리보다 잎과 꽃의 형태가 용담을 닮은 구슬봉이와 큰구슬봉이다.

설악산과 양양에서는 쓴풀과 용담 종류를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그렇지 태백에만 있다고 알려진 대성쓴풀도 이곳 설악산 자락 어느 골짜기에서 대단한 군락지를 형성해 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큰잎쓴풀과 쓴풀, 네귀쓴풀에 대해서는 차차 새롭게 사진 촬영을 한 뒤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자주쓴풀에 대해 소개한다.

대부분의 쓴풀이 곷받침 크기가 1원짜리 동전만 하거나 그보다 조금 작은데 반하면 이 자주쓴풀은 대단히 큰 편에 속한다. 적어도 50원 동전 크기에서 500원 동전 크기까지 만날 수 있다.
▲ 자주쓴풀 대부분의 쓴풀이 곷받침 크기가 1원짜리 동전만 하거나 그보다 조금 작은데 반하면 이 자주쓴풀은 대단히 큰 편에 속한다. 적어도 50원 동전 크기에서 500원 동전 크기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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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만 담으려 애써봐야 특별할 것도 없으나 최대한 가깝게 촬영해 꽃의 형태를 확인하고자 했다. 밤 하늘 별들을 언제부터 이와 같은 다섯개의 뿔을 지닌 모양으로 생각했을까?
▲ 자주쓴풀 한 송이만 담으려 애써봐야 특별할 것도 없으나 최대한 가깝게 촬영해 꽃의 형태를 확인하고자 했다. 밤 하늘 별들을 언제부터 이와 같은 다섯개의 뿔을 지닌 모양으로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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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풀의 다른 이름은 당약(當藥), 장아채(獐牙菜) 또는 내몽고중초약이나 어담초 등으로 부르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도 쓴풀은 오래전부터 약용식물로 인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주쓴풀을 포함한 모든 쓴풀은 뿌리부터 잎이나 꽃까지 옛 어르신들께서 쓴맛에 대해 말씀하실 때 차용하던 '소태맛'을 뛰어넘을 만큼 대단히 강한 쓴맛을 지니고 있다. 차를 우리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뜨거운 물에 천 번을 우려도 쓴맛이 난다고 해 '쓴풀'이라고 했단다.

그런데 이 쓴맛이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옛말 그대로 몸에 대단히 이로운 약효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쓴풀 또한 수모를 당해왔다.

위장을 튼튼하게 할 의도로 용담이나 쓴풀을 이용하려면 이제라도 조건이 알맞은 산지의 밭을 이용해 자연조건과 동일하게 가꾸도록 했으면 싶다.

종자를 파종할 줄 모르고, 자연이 애써 키워낸 식물들을 약성이 좋고 맛이 좋다는 이유로 모조리 채취해버리면 언젠가는 모조리 멸종되고 말 일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채현국, #쓴 맛이 사는 맛, #정운현, #자주쓴풀, #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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