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軍사역 어디까지 해 봤니…돼지 밥주기· 땔감· 싸리 빗자루· 종교 사역 등

입력 : 2018-03-08 14:36:02 수정 : 2018-03-08 16:57: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눈을 치우고 있는 병사들. 이처럼 지역사회를 위한 제설작업이 아닌 군부대 자체 제설 작업 등 병사들의 사역은 앞으로 없어지게 됐다.

국방부는 8일 앞으로 병사들 사역(使役)을 없애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군에선 사역을 '잡무', 국어사전에는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영어사전을 보면 군대 사역을 'fatigue duty', 즉 힘들고 괴롭고 피곤한 일(임무)라고 돼 있다. 뜻이 보다 명쾌하다.

글자 그래도 사역은 병사들을 힘들게 한다. 예전 병사들에겐 '사역'이 '내무반 생활'과 함께 엄청난 고통이었다. 

군 생활이 힘들었던 시대일수록 사역도 고되고 상상을 초월했다. 이른바 꼰대 아저씨들이 흔히 하는 "우리 때 군대는 말이야~"에는 기상천외한 사역이 종종 등장한다.

▲ 돼지 키우기, 땔감 마련하기 등 자급자족시절의 사역

경제 상황이 좋지 못했던 1950~70년대 군생활 역시 빡빡했다. 나라 살림살이가 넉넉치 못해 군 보급품 등도 보잘 것 없었다.

군 운영에 들어가는 여러가지를 자급자족할 수 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 키우기, 겨울철 땔감 마련하기 등이다.

돼지 키우기는 남아도는 잔반(짭밥)을 처리하면서 병사들에게 질좋은 단백질을 공급하려는 일석이조 차원에서 부대별로 운영됐다. 군부대 주변에 유난히 돼지 농장이 많았던 까닭도 잔반을 무료로 받아 먹이로 사용했었기 때문이다.

땔감 역시 겨울을 보내려면 반드시 해야 했다. 부대 난방에 석탄 등이 책정돼 있었지만 부족했다. 이에 산으로 가 나무를 해 내무반을 덥히곤 했다.

싸리나무로 만든 빗자루. 한 때 군에서 없어선 안될 필수품으로 자체 조달의 대명사였다.

▲ 귀뚜라미 소리와 동시에 싸리 빗 만들기

군 속담 중 설득력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비가 오면 천국, 눈이 오면 지옥'이다. 비가 억수처럼 올 경우 훈련도 중단되고 영내 대기하면 되지만(폭우일 경우 배수로 확보, 담장 보강공사 등 사역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눈이 오면 모두 나서 치워야 했다.

눈을 치우려면 삽, 들 것, 밀어내는 도구 등 등이 필요했으며 싸리 빗도 유용하게 사용됐다.

과거 군에선 9월에 접어들면 싸리 빗 만들기에 돌입했다. 마치 1년 농사를 짓듯이 소대별로 싸리 빗을 주문제작(할당이 떨어졌기에)했다. 싸리를 꺾고 짤라 가져오면 순식간에 엮어 빗으로 만들었다.

이 빗은 연병장 쓸기, 눈치우기, 이따금 선임의 집합도구 등등 여러 용도가 쓰였다.

▲ 김장 사역, 이사 사역, 관사 사역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 몇 몇 병사들은 상사들의 김장담기, 이사하기 등에 동원됐다. 그래도 김장 사역, 이사짐 나르기를 한 뒤에는 짠밥이 아닌 사제밥과 운수좋으면 한잔 얻어 먹을 수 있기에 그리 싫지는 않았다.

그보다 못한 것이 관사 사역이다. 도배하기, 가전제품 수리, 아궁이 손보기 등으로 술한잔, 택도 없다.

▲ 졸수도 있고 초코파이도 먹을 수 있었던 종교 사역

모든 병사들이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자발적 종교 사역도 있다. 휴일 예배당, 법당에 가는 것으로 강제성은 없지만 와 줬음 하는 눈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그래도 종교사역은 가서 조금 쉴 수(앉아서 존다)도 있었고 초코파이라는 은혜를 받기도 했다. 

1960년대 부대 대항 스케이트 대회 모습. 스케이트장 관리, 대회 출전 모두 일종의 사역이었다.

▲ 부대대항 체육대회도 사역 아님을 가장한 사역

'꼭 이겨야 한다'라는 군 특성상 부대 대항 체육대회는 말 그대로 피 튀긴다.

빙상대회의 경우 논이나 밭에 물을 대고 올림픽 수준의 빙상장(?)을 만들어야 했다. 모두 사역이다. 선수로 차출되면 추운 겨울내내 얼음을 끼고 살아야 했다.

계급별 이어 달리기, 축구대회 등도 많은 병사들에겐 사역의 아픈 추억을 남겼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
  • 고민시 '완벽한 드레스 자태'
  • 엄현경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