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빠-초고령화 시대' "제대로 한번 봐주세요"(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3.09.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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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 팀 고정호, 손헌수, 홍가람, 김두영, 유상엽, 권형준 / 사진=임성균 기자


아무 말 없이 눈만 깜빡여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6대가 모여 사는 집에서 함께 좌충우돌하는 6명의 남자를 보노라면 절로 배꼽을 잡게 된다. MBC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 코미디에 빠지다'의 간판 코너인 '초고령화 시대'의 여섯 남자를 만났다.

현조 할아버지 손헌수 부터 고조할아버지 고정호, 증조할아버지 홍가람, 할아버지 김두영, 아버지 유상엽, 아들 권형준까지 여섯 명의 개그맨은 인터뷰 중에도 무대 위에서와 같은 가족적인 분위기를 뿜어냈다. 화목했냐고? 글쎄.


지난 6월 개편을 통해 새롭게 시청자를 찾은 '초고령화 시대'는 방송 첫 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점입가경'이랄까, 대를 이어 올라가 좀 더 나이든 할아버지들이 등장할수록 웃음의 강도가 강해진다. 행동이 굼뜨고, 말을 못 알아듣더니, 기어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초고령 할아버지까지 나오면 그야말로 웃음이다. 이에 '코미디에 빠지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초고령화 시대' 코너를 칭찬하는 글들이 많다.

"저희 프로그램이 자정이 넘어서 방송되다보니 학생들은 많이 못 보더라고요. 그래서 성인 행사에 가면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학생들 행사에 가면 아무도 못 알아 봐요."(손헌수)


대부분의 개그 코너의 아이디어는 개그맨들의 머리에서 나온다. 하지만 '초고령화 시대'는 제작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렇게 해서 개그뿐 아니라 연기도 되는 개그맨들을 모아 코너를 시작하게 됐다.

"MBC 코미디가 타사에 비해 뛰어난 부분이 바로 연기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희 코너에는 할아버지 연기가 가능한 여섯 명의 개그맨들이 모인거죠."(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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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 팀 고정호, 손헌수, 홍가람, 김두영, 유상엽, 권형준 / 사진=임성균 기자


'초고령화 시대' 코너에서 웃음이 빵 터지는 하이라이트는 너무 늙어서 말도 못하는 현조 할아버지 손헌수가 간호사 양희성의 질문에 눈을 깜빡이는 장면이다. 분장도 재미있는데다가 클라이막스 부분이다. 이에 여섯 명의 개그맨 모두 이 늙은 할아버지 역할에 욕심이 났을 터. 하지만 다들 자연스럽게 한자리 씩 꿰찼다.

"다들 가장 늙은 할아버지 역할을 원했죠. 하지만 그럴 수가 있나요. 신인개그맨 형준이 손자 역할을 했고요 (유)상엽이도 선뜻 아빠 역할을 하겠다고 했죠. 상엽이 위로는 다 5년 이상 개그를 했어요. 이 코너를 준비할 때 감독님이 강조하셨던 것은 신구의 조합이었어요."(고정호)

'초고령화 시대'는 올해 초 개그맨으로 뽑힌 막내 신인개그맨 권형준과 15년차 개그맨 고정호가 함께한다.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가진 개그맨들이 한 무대에 같이 선다는 뜻이다.

"막내로서 선배와 처음으로 같이하는 코너인데 기회를 많이 주세요.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굉장히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배울 점도 많고요. 할아버지 욕심이요? 저는 아직 그런 개그는 못할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배우고 있고 좋아요."(권형준)

개그맨들은 프로그램을 짜서 녹화 전까지 제작진의 검사를 받는다. 개그맨들끼리 코너를 짜고 정리를 한 뒤 마지막으로 관객 앞에서 선보이기 전 정비를 하는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 팀은 코너가 처음으로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어떤 반응일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사히 검사에 통과했고 첫 녹화 때 반응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을 정도라고.

"막내를 빼고 주인공이 돼서 코너를 짤 줄 아는 사람 다섯 명이 뭉쳤어요. 개그맨이 자기가 코너를 짤 능력이 되면 부딪치는 부분도 있고, 또 개인적 전술과 전략이 있는 개그맨들을 전부 조합시키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저희가 다 모였을 때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좋았어요. 선후배가 서로 양보하고 하다보니까 초반 10주 정도는 아이디어 회의가 2시간 만에 뚝딱 끝났어요. 공을 안 들였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서로 양보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고 회의했죠.(김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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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시대' / 사진=MBC블로그 M톡


'초고령화 시대'의 여섯 멤버들은 연차 차이가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돈독해 보였다. 그동안 5년 넘게 공채개그맨을 선발하지 않았던 MBC는 지난해와 올해 스무 명에 가까운 신인개그맨을 선발했다. 이에 선배 개그맨들은 신인 개그맨을 애정 어린 태도로 대하고 있고 '코미디에 빠지다'도 신인개그맨을 대거 기용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후배 개그맨들이 들어오니까 분위기 달라져서 좋아요. 뭐랄까. 우리끼리 있을 때는 웃기는 사람만 웃기고 그랬는데 새로운 개그가 되더라고요. 어디서 웃겨야 되는지 몰라서 좋아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스타일에 적응하고 개그가 나오는 거죠. 후배들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기 코너를 걸고 하겠죠. 확실히 분위기가 산뜻해지고 좋아졌어요.(유상엽)"

'초고령화 시대'팀은 인터뷰 내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자신들의 코너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요일 자정이 넘어서 방송되는 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MBC가 코미디 왕국이라는 타이틀 갖고 있었는데 이것을 잃은 지가 오래됐어요. 그래서 우리의 개그가 '그들만의 리그'처럼 비춰질까봐 걱정되죠. 저희는 개그맨으로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고, 열과 성을 다해서 개그를 하고 있는데 시청자분들께서 'MBC 개그는 재미없어! 망했어' 이렇게 생각 안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뭐랄까요. 일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시고 평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홍가람)"

'초고령화 시대'팀은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올려서 입소문도 타는게 바람이라로 말했다. 열악한 시간대라도 찾아봐주는 시청자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현재 '코미디에 빠지다'는 첫방송을 시작한 지난해 10월에 비해 훨씬 다양해지고 재밌어졌다. KBS에 150여명의 개그맨이 있는것에 비해 현재 MBC에는 38명의 개그맨들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하고 '코미디에 빠지다'의 개그맨들에게 응원을 보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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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 팀 고정호, 손헌수, 홍가람, 김두영, 유상엽, 권형준 /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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