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파충류 이야기(6) 바다뱀에 관하여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21-12-06 00: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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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야생동물

지구 원시 생명체의 고향, 바다로 되돌아간 파충류

지구에는 약 1만2000여 종의 파충류가 생존하고 있고, 해양에는 그 중 약 100여 종이 있는데, 7종의 바다거북류와 1종의 바다악어, 1종의 바다이구아나를 제외한 모든 종이 바다뱀 무리에 속한다.

 


원시 지구가 식으면서 지구 표면에 내린 비 때문에 지구는 오랫동안 바닷물로 표면이 덮여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4억 수천만 년 전 해저 화산 분화로 바다 표면 위에 올라온 용암이 식으면서 최초로 육지가 형성됐고 어류가 육상으로 올라와 양서류로 진화했다. 양서류에서 원시 파충류와 원시 포유류가 각각 분화 진화하면서 수천, 수만 종으로 종분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지구 곳곳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원시 생명이 탄생한 바다로 되돌아가 생존에 성공한 파충류가 바다뱀류다.


바다뱀류는 계통상 맹독을 가진 코브라과에 속하고, 거의 평생을 바다에서 생활하며 피부호흡하는 ‘진정 바다뱀류’와 폐호흡과 번식, 교미를 위해 육상을 자주 이용하는 ‘큰바다뱀류’로 크게 구별된다.

 

▲ 2015년 8월 제주도 서귀포에서 최초로 발견된 ‘넓은띠큰바다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2010년까지 바다뱀에 대한 우리나라의 서식정보와 학술적 업적은 전무했다. 일제강점기에 우연히 발견된 2종(바다뱀과 먹대가리바다뱀), 그리고 남북으로 갈라진 이후 북한에서 발견해 보고한 얼룩바다뱀 1종만 지난 20세기 우리나라에 알려진 바다뱀의 전부였다. 간혹 바다에서 저인망에 바다뱀이 잡혔으나 어부들은 돈이 안 된다고 무시했다. 그러니 바다뱀에 대한 정보가 학자에게 전달될 리 만무하고, 바다뱀을 연구하려는 전문가도 없었다. 

 

▲ 2016년 10월 제주도 서귀포에서 처음 발견된 ‘좁은띠큰바다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2010년 이후 경제적 여유와 해양 휴양 문화의 발달로 스쿠버 다이빙 등 해양 여가 활동이 왕성해졌고, 제주도 서귀포에서 바다뱀을 목격했다는 정보가 이따금 전해오기 시작했다. 2013년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발족하면서 본격적인 해양 생물 조사 연구의 문이 열렸고, 바다뱀 한 마리를 발견 생포 제보하면 100만 원을 지급한다는 현상금까지 알려지면서 2015년부터 바다뱀에 대한 목격 정보와 더불어 생포된 바다뱀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사육 전시하고 있다.


2015년 8월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국내 미기록 바다뱀인 ‘넓은띠큰바다뱀’이 발견되고, 2016년 10월에는 ‘좁은띠큰바다뱀’도 추가 발견됐다. 한반도 연해에 모두 5종의 바다뱀류가 서식하거나 출현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데 최초 바다뱀 발견 기록 이후 10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 해양 파충류 바다뱀과 같은 이름을 가진 해양어류 장어과의 일종인 ‘바다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바다뱀류는 동남아시아에서 강장제나 전통 약제 재료로 거래되고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전통 지역 음식 소재로 이용한다. 그 수가 매년 감소해 거의 모든 바다뱀 종이 상업적 거래를 금지하는 국제적 보호 동물로 지정돼 있지만, 여전히 조사와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 

 

▲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시관 씨큐리엄의 바다뱀 전시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사육 전시하고 있는 살아있는 ‘바다뱀’. 방문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바다뱀을 볼 수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최근에 발견된 2종의 큰바다뱀류는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동남아시아와 일본 남부, 대만 연해에 서식하는 큰바다뱀류 일부가 따뜻한 해류를 타고 북상해 우리나라 제주도 서귀포 바다와 남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 지표 생물로서도 바다뱀의 이동, 분포 경계 확대 추적 연구가 흥미를 지니고 있다. 참고로 한반도 연해는 바다뱀류의 분포 최북단으로 알려져 있다.

 

▲ 큰바다뱀류는 육지에도 호흡과 교미, 번식을 위해 상륙하는 경우가 많다. 호주에서는 종종 해수욕장에서 발견해 보호 조치한다(해수욕장 모래 위에 올라온 바다뱀). ©Derek Elwin

 

▲ 육상으로 올라왔지만 길을 잃고 탈진해 죽은 ‘넓은띠큰바다뱀’ 사체 ©Heather Lampe

<필자 후기> 국내에서 해양성 파충류인 바다뱀 외에 바다어류인 장어의 일종인 ‘바다뱀’도 있어 동일 이름으로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 이번 글로 한반도에 서식, 분포하고 있는 파충류 전 종의 소개를 마무리하며, 6회 동안 애독해 준 ‘울산저널’ 구독자 가족분들께 감사드린다.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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