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못지않다” 공동주택 층간흡연 피해 심각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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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5 07:16  |  수정 2019-10-05 07:16  |  발행일 2019-10-05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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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중구 남산동 한 아파트. 금연아파트 지정 표지판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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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동구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세대 내 흡연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28)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하기 바쁘다. 집안에 담배냄새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비흡연자인 김씨는 최근 자신의 방에 스며든 담배 냄새로 인한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관리사무소에 이같은 민원을 제기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관리사무소 측은 비슷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세대 내 흡연은 화장실 환기구를 통해 윗집에 고통을 고스란히 안겨준다. 실외 혹은 옥상에서 흡연을 해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붙였다.

최근 5년 전국 피해 접수 584건
대구 102건 전국서 둘째로 많아
신문고에도 흡연민원>소음민원
동의받아‘금연아파트’지정해도
집안은 규제대상 아니어서‘한계’


그러나 흡연을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는 상태다. 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세대주의 동의 없이 집 안까지 들어갈 수 없어, 우회적으로 부탁을 하고 있다. 주민들끼리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미리 나서서 중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이웃 주민 간 간접흡연, 이른바 ‘층간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가 안호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민원은 총 584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구는 총 102건으로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로 관련 민원이 많았다.

층간흡연으로 인한 마찰은 층간소음 만큼이나 심각하다고 피해자들은 말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4년에서 2017년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 민원이 859건이고 층간흡연은 1천215건으로 약 41% 더 많았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 아파트’로 선정해 공동주택 일부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세대 내부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발코니와 화장실 등 층간흡연을 유발하는 주된 공간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것.

4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는 43곳이 금연 아파트로 지정돼 있다. 세대주 과반수 이상이 동의할 경우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주차장을 금연구역으로 각 구·군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금연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이 되면, 기초지자체는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범칙금과 달리 시 조례에 따라 각 구·군에서 부과하는 것. 하지만 올해 금연 아파트에서 총 14건의 민원이 접수됐지만, 흡연한 사람을 적발해도 과태료를 물린 사례는 없다. 조례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 쉽지 않아 관리사무소에 계도만 한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공동주택관리법 20조 2를 신설해 ‘세대 내 흡연으로 다른 입주자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항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 조항 또한 흡연을 중단할 것을 권고할 수 있을 뿐 강제성 있는 처분을 내릴 권한은 없다.

대구시 보건건강과 관계자는 “공동주택 간접흡연 민원을 접수하고 계도를 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개인 주거공간까지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금연아파트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주택 간접흡연은 면역이 약한 어린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사적인 공간이라 할지라도 흡연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공동주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흡연 공간을 따로 마련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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