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사람들> 우즈벡 고려인 5세 크세니아 최

송고시간2010-06-16 14:04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우즈벡 고려인 5세 크세니아 최
우즈벡 고려인 5세 크세니아 최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재외동포재단 장학생으로 2년째 연세대학교 행정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크세니아 최(24) 씨는 15일 "한국 정부 지원으로 아버지가 그리던 조국의 품에서 공부하고 있고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 우즈베키스탄 한인 사회 발전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0.6.16
wakaru@yna.co.kr

재외동포재단 장학생.."한인후예로서 정체성 확고"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아버지가 그리던 조국의 품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 우즈베키스탄의 한인사회 발전과 양국관계 증진을 위한 일을 하려 합니다."

재외동포재단 장학생으로 연세대학교 행정학 석사과정을 2년째 밟고 있는 크세니아 최(24) 씨는 1860년대 사할린으로 이주한 한인의 후예다. 그는 어머니가 러시아인이지만 스스로를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5세'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특히 아버지 최 게오르기(51) 씨가 한인 후예로서의 자긍심을 잊지 말라고 늘 강조한 탓에 러시아인이 아닌 한인의 후예라는 생각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즈벡도 아버지가 중심인 부계 사회이다.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세계한인회장 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16일 연합뉴스와 만난 그는 한국에 오게 된 사연과 근황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어릴 적 친구들로부터 `너는 고려인과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우즈베키스탄 국민이면서 고려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조금도 혼란을 느끼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최 씨가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것은 그의 할아버지가 1937년 구(舊)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그곳으로 쫓겨왔기 때문이다.

최 씨의 할아버지는 허연 소금기로 뒤덮인 불모지를 개간해 논과 목화밭, 과수원으로 만들었고 `고려인 콜호스'(집단농장)에서 생활하며 크세니아의 아버지를 낳았다.

"한인들이 모두 그랬듯이 할아버지는 워낙 부지런하고 성실해 가족들 모두 풍족하게 지냈고 우즈벡 사람들이 `너무 착해서'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들을 안쓰러워하며 따뜻하게 대해줬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성씨 본(本)인 경주를 가보는 것이 소원인 아버지의 간절함 덕분이었는지 크세니아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 해외봉사단원의 도움으로 우리말을 배웠다.

크세니아는 타슈켄트 국립 경제대학에 들어가 국제경제관계를 전공하면서 타슈켄트의 한국교육원이 주최하는 한국어 말하기대회에 몇 차례 참가했다.

2008년 졸업 직후 한국교육원 원장의 추천으로 재외동포 재단 장학금을 받아 경희대 한국어학당에 6개월을 다녔고 이어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3학기째 행정학을 공부하고 있다.

공부는 쉽지 않다. 행정학도 어렵고 한국말도 아직 완전하지 못한데다 한자가 많아 애를 먹고 있다. 그래도 그는 남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남은 한 학기 동안 재외동포정책을 주제로 논문을 쓸 계획이다.

한국에 와서 느낀 소감을 묻자 그는 "아주 잘 사는 모습에 감탄했고 자랑스러웠다. 한인들이 우즈벡으로 강제이주를 당한 지 70년 만에 한민족은 우즈벡인들로부터 존경받는 민족이 됐다"면서 "아버지에게 꼭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세대 석사과정을 마친 뒤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씨는 "타슈켄트 대학에서 국제경제관계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배운 이유는 한국과 우즈벡 관계 증진에 기여하고 우즈벡에 사는 고려인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우즈벡이 나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대답하며 돌아갈 뜻을 분명히 했다.

아버지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묻자 표정이 환해지며 "아버지는 8월에 한국에 오신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몹시도 가고 싶어하던 경주에 함께 가 볼 생각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청하자 그는 "한국 정부 덕분에 아버지의 고국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15일 저녁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장대회 개막식에서 초청돼 한 `소감 발표' 말미에도 같은 말을 했다.

kjw@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