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영업이익 사상 첫 감소… 대기업 이익, 중소기업의 ‘916배’

입력
2019.12.10 12:03
수정
2019.12.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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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등 산업 전반 부진 탓… ‘탈원전’도 비용 증가에 한몫

2018년 기준 기업당 영업이익 격차. 통계청 제공
2018년 기준 기업당 영업이익 격차. 통계청 제공

지난해 국내 기업의 총 영업이익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 대기업과의 기업당 영업이익 격차가 무려 916배로 벌어졌다. 대기업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얘기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납부한 영리법인의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4,895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매출에서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284조원으로 2.1% 줄었다. 국내 기업의 총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공기업을 포함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공기업이 포함되기 전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해는 없었다.

영업이익 감소는 건설업 등 산업 전반이 부진하고 유가 상승 등으로 매출원가가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건설업 영업이익은 2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으며, 운수업과 부동산업 역시 영업이익이 각각 14.9%, 22.9% 줄었다.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지난해 유가, LNG(액화천연가스),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모두 올랐는데,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대신 화력발전을 하다 보니 비용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으면서 대기업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총 영업이익은 62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영업이익을 기업 수, 종사자 수로 나눈 기업당 영업이익(-19.4%)과 종사자당 영업이익(-15.5%)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대기업 영업이익은 182조2,000억원으로 2017년보다 2.7% 증가했다. 기업당 영업이익과 종사자당 영업이익도 각각 0.7%, 1.3% 늘어난 815억원, 8,8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기업당 영업이익 규모는 중소기업에 비해 916배나 커, 전년 732배보다 격차가 더 확대됐다. 종사자당 영업이익 역시 대기업이 10배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매출 측면에선 대기업 집중도가 소폭 낮아졌다. 지난해 대기업 매출액은 2,313조7,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7.3%를 차지했다. 48%였던 2017년에 비해 0.7%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대기업 매출은 1년 사이 1.2%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은 각각 11.1%, 1.8%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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