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동일인의 편법 중복투자를 따로 계산 주요주주서 누락

2013.07.29 23:10 입력 2013.07.30 15:32 수정 김형규 기자

승인심사 검증 결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분석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의 승인심사 자료를 보면 TV조선·JTBC·채널A 등 종편 3사(자료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MBN은 제외)는 세부 심사항목인 주주 구성의 적정성과 건전성, 주주의 중복참여 부문에서 모두 문제점이 발견됐다.

(1) 종편, 동일인의 편법 중복투자를 따로 계산 주요주주서 누락

대표적인 사례는 동일인 주주가 계열사별로 투자액을 나눠 한 종편에 출자한 것을 별도로 계산해 주요주주에서 누락시킨 것이다.

JTBC는 50억원을 출자한 한샘이 가장 지분율이 낮은 주요주주로 돼 있다. 하지만 한국컴퓨터·로지시스·케이씨에스·한네트·한국트로닉스 등 한국컴퓨터지주 산하 5개 계열사는 50억원씩을 출자해 동일인 주주로 계산하면 출자금액이 250억원으로 늘어나 한샘보다 더 큰 공동 2대주주가 된다. 주요주주인 성우하이텍(100억원)의 계열사 이엑스알코리아(50억원)는 주요주주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문가들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종편 승인심사 검증TF’의 1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TV조선의 최대주주 조선일보의 계열사들(디지틀조선일보 등)도 주요주주가 아니며, 채널A에 출자한 도화종합기술공사(240억원)의 계열사인 건화(210억원), 아리지(30억원)등도 주요주주 분류에서 빠진다. 동일인 주주로 분류된 파리크라상·샤니·삼립식품은 TV조선에 30억원, JTBC에 10억원, 채널A에 15억원을 별도 투자하기도 했다.

공통의 지배권 아래 있는 특수관계인 주주들은 TV조선이 22개, JTBC 25개, 채널A가 29개에 달했다. 이들은 지분 쪼개기식 참여로 주요주주에서 벗어나 상당수 계열사들은 일정 기간 지분매각을 제한받는 등의 규제망을 피해 갔다.

언론연대는 “채널A의 대주주 동아일보는 5.15%를 출자한 삼양사와 친족 관계에 있고 고려중앙학원·고려대 산학협력단이 사실상 특수관계에 있어 최대 지분을 편법으로 초과한 상태”라며 “JTBC는 중앙일보와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방송법상 소유 지분 한도를 꽉 채워 규정을 위반하진 않았지만 성보문화재단과 사실상 특수관계여서 편법으로 초과 지분을 소유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5개 특수관계인이 22.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TV조선도 1.61%의 지분을 보유한 고운학원(수원대)과는 사돈지간으로 사실상 특수관계다.

언론연대 관계자는 “방송사업자의 소유규제를 엄격히 하고 주주 구성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방송이 언론으로서 1인이나 특정 자본을 대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종편사업자들의 주주 구성은 출범 당시 약속과 달리 방송 다양성 실현이나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2) 건설·자동차 부품·의료 3개 업종에 편중

종편 3사의 주주로 건설·자동차부품·의료 등 특정 업종 회사가 많이 참여한 데도 의혹이 따라붙고 있다.

종편 3사에 투자한 국내 영리법인 중 세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채널A가 27.8%로 가장 높고 JTBC(23.9%)와 TV조선(23.3%)이 뒤를 이었다. 채널A에는 26개의 건설회사가 몰려 16.5%의 지분을 점하는 편중 현상을 보였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이 없는 자동차부품 회사들도 이례적으로 종편사별로 8.2~9.8%의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통계청이 2010년 실시한 경제총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330만여개 사업체 중 건설·자동차부품·의료 업종 사업체의 비중은 3.1%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10배 가까운 큰 비율로 굳이 종편사업에 매달려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업황 부진으로 부실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이나 상시적 분쟁 가능성이 있는 의료업은 언론사라는 보호막을 얻기 위해 투자에 참여했을 수 있다”며 “자동차부품 회사들은 공개적 투자를 꺼린 대기업들이 하도급 업체들에 압력을 가해 들어온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제개혁연대가 확보한 2010년도 현대·기아차, 삼성전자의 하도급업체들과 종편 3사의 출자기업 명단을 대조한 결과 현대·기아차 하도급업체 14곳과 삼성전자 하도급업체 4곳이 1억원에서 30억원까지 종편에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3) 저축은행·비영리법인 거액 출자도 논란

종편 3사 주주의 절반 이상은 비상장회사로 채워져 있다. 출자액 기준으로 비상장회사 비율은 채널A가 62.2%로 1위이고, JTBC(55.2%)와 TV조선(50.6%)도 절반을 넘었다. 주주 숫자를 기준으로 할 때도 비상장회사 주주 비중은 TV조선이 55.1%로 높고 종편 3사 평균도 50%가 넘었다.

언론연대 관계자는 “변변한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도 찾아보기 힘든 소규모 비상장회사들이 수익성도 보장되지 않고 언제 현금화가 가능할지 모르는 종편 사업에 투자한 것은 정상적인 사업상 결정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부실로 대규모 영업정지와 구조조정이 벌어진 저축은행들이 종편에 거액을 투자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토마토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JTBC에 40억원을 출자했고 제일·미래·현대스위스·청주저축은행은 채널A에 145억4000만원을 출자했다. 이들의 투자 시기는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가 불거지던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 언론사 주주의 영향력으로 구조조정 압력을 모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학교와 의료재단 등 21개 비영리법인도 종편 3사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투자금액은 300억원이 훌쩍 넘었다. 한양대·이화여대의 산학협력단은 2개의 종편에 중복 출자한 게 확인됐다. 명성교회는 채널A에 3억원을 출자했다.

재무 상태가 열악한 지방신문사들도 상당수 종편 주주로 참여했다. 최근 부도 사태를 맞은 제주일보도 JTBC에 4억원, TV조선·채널A에 1억원씩 종편 3사에 모두 출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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