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2년’ 다시 확대된 대일 무역적자…불매운동도 주춤
2021-06-27 08:11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지난 2019년 7월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 후 반짝 줄었던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일본과 교역이 늘어난데다, 일본산 불매운동이 주춤해진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백화점식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고질적인 대일 무역역조 흐름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10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74억달러보다 35% 늘었다.

일본으로의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이 증가한 탓이다. 이 기간 대(對) 일본 수출은 117억달러로 작년보다 6.6% 늘었지만, 수입은 217억달러로 17.8% 급증했다. 대일 무역적자가 5개월 만에 1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연간 적자 규모도 일본 수출 규제와 불매운동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의 무역 적자 1위 국가로, 일본과 교역에서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연간 200억∼300억달러 규모의 적자를 냈다.

그러다 수출 규제와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2019년 16년 만에 최저치(192억달러)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209억달러로 늘었다.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된 것은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중간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무역구조로 반도체 수출 등의 호조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전자 및 기계 부품 등 소재·부품 수입도 늘면서 무역 적자 폭도 커진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들여온 중간재는 이 기간 137억달러로 작년보다 14.8% 늘었다. 일본으로부터 전체 수입액 217억달러 가운데 중간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우리도 소재·부품 공급선을 새로 뚫고 다변화했지만, 첨단 기술이 필요한 부품은 여전히 일본에 의존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기술을 단기간 따라잡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소부장 정책이 꾸준히 지속된다고 가정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 규제로 국내에선 일본산 불매운동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 여파로 일본차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7.8%에서 올해는 6.3%로 쪼그라들었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일본 맥주 수입액도 지난해 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85.7% 급감했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0년부터 해마다 두 자릿수 증가했으나, 2018년 9.7%로 증가 폭이 줄어든 뒤 2019년에는 -49.2%로 하락 반전했다.

화장품·패션 등도 직격탄을 맞았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운영하는 브랜드 슈에무라는 오는 9월 말까지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지 16년 만이다. 슈에무라는 일본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에무라 슈가 1967년 만든 브랜드로, 2004년 로레알에 인수됐다.

일본계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세계 두 번째 규모의 플래그십 점포였던 명동 중앙점을 필두로 올해 상반기에만 18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불매운동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불매운동 바람은 조금씩 잦아드는 분위기다. 올해 1∼5월 일본으로부터 소비재 수입액은 1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7% 증가했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이 기간 일본 브랜드는 누적 7702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다. 5월 판매량만 보면 2035대로 1년 전보다 21.7% 급증했다. 일본 맥주 역시 올해 들어 5월까지 300만달러가 수입돼 작년보다 21.2% 증가했다.

문종철 연구위원은 "일본산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면서 소비재 수입도 다시 원래대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매운동과 같은 이벤트성 대책보다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꿀 근본적인 대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